별의별 신고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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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경찰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건 총을 들고 범인을 잡는 장면이나 강력 사건을 다루는 모습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그런 모습 말이다. 하지만 시골 파출소에서 일을 하다 보면 별의별 신고 사건이 다 들어온다. 정말 상상도 못 할 신고들이었다.

도둑이 들었다 같은 일반적인 신고는 매우 드물었다. 대신 "길고양이가 계속 울어서 잠을 못 잔다", "아파트 옆 공사장에서 너무 시끄럽다" 같은 생활민원이 대부분이었다. 시민들은 자신의 안전에 위협을 느끼면 일단 112에 전화한다. 상대방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심지어 건물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황소만 한 개가 돌아다닌다'라는 신고였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파출소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무전기에서 신고 내용이 들려왔다. "ㅇㅇ동에 황소만 한 개가 돌아다니고 있어 무섭다"는 것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좀 큰 개가 돌아다니나 싶었다. 신고자가 너무 무서워해서 과장해서 표현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 표현이 너무 웃겨서 피식거리며 "황소만 한 개라니, 얼마나 클까?"라며 출동준비를 했다.

조금 특이한 신고라 생각하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해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검은색과 황색으로 얼룩덜룩한 그 개는 정말로 엄청났다. 두 발로 서면 나랑 키가 맞먹을 정도였다. 몸집도 웬만한 송아지만 했다. '이게 개야, 곰이야?' 싶을 정도로 거대했다.

문제는 우리가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고 단순 유기견인 줄 알고 출동했다는 것이었다. 평소 길에서 보던 작은 강아지들을 상상하고 왔는데,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 개를 포획할 도구도, 안전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그 거대한 개와 마주 서 있으니 정말 난감했다.

그 개는 우리를 보자마자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울음소리부터가 다른 개들과 달랐다. 마치 야생동물이 내는 소리 같았다. 순간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우리는 그 개와 마주 보고 서서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서로를 노려보는데, 잠깐이라도 먼저 시선을 돌리거나 뒤로 물러서면 달려들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꼼짝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땡볕에 서서 서로 대치를 하고 있는데, 멀리서 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주인에게 뛰어갔다. 방금 전까지 우리를 위협하던 맹수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완전히 순한 강아지가 되어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였던 그 개가, 주인에게는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일 뿐이었다.

우리는 주인에게 "아무리 집에서 키우는 개라고 해도 이렇게 큰 개는 반드시 목줄을 채우고 주의해 달라", "시민들이 무서워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신고들이 당황스러웠다. 황소만 한 개가 돌아다녀서 시민이 불안함을 느끼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그 개를 포획할 전문 장비가 없다.

만약 그날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리가 그 거대한 개를 맨손으로 제압해야 했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시민들의 기대와 실제 경찰의 능력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사람들은 경찰을 '무엇이든 해결해 주는 존재'로 여긴다. 이런 기대는 한편으로는 고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건 우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인데', '경찰이 대체 어디까지 일해야 하는 거지' 하는 의문이 자주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내가 이 일을 시작할 때의 동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뚜렷한 사명감이나 정의감으로 경찰이 된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직업으로 선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처음부터 '시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면, 예상치 못한 업무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예상 밖의 신고들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바로 그런 일들이 경찰 업무의 실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적이고 영웅적인 순간들보다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 이 일의 진짜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