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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파출소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신고는 아무래도 주취자 신고다.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이 더 많이 술을 마시게 되고, 그만큼 관련 신고들도 늘어난다. 특히 주말이나 금요일 밤이면 무전기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ㅇㅇ동 버스정류장에 술 취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 등등. 하루에 서너 건씩 들어오는 건 기본이었다.
처음 주취자 신고로 출동 나갔을 때, 나는 열의에 차 있었다. 술에 취해 길가에 쓰러진 분을 발견하면 '어떻게 하면 이분을 안전하게 집까지 모셔다 드릴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런데 같이 출동했던 선배님이 "적당히 해"라고 말씀하실 때 속으로 '어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왜 적당히 하라는 걸까? 이 분을 도와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처음에는 선배님의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한두 달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알게 되었다. 나는 처음 겪는 신고 사건이라 의욕이 넘쳤지만, 선배님이 보기에는 그냥 일상적인 업무였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이었고, 각각에 대해 과도하게 에너지를 쏟다 보면 정작 중요한 사건에 대응할 힘이 남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계셨던 것이다.
주취자 한 분 한 분을 순찰차로 집까지 태워다 드린다거나,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서 타게 해 드리고 안전하게 귀가까지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걸 할 경찰 인력도 없거니와, 사실 그건 경찰이 해야 할 일도 아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어느 무더운 여름밤이었다. 한 분이 아파트 단지 입구 그늘진 곳에서 안방처럼 편히 주무시고 계셨다. 시민이 "술 취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라고 신고해서 출동했는데, 막상 가보니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냥 시원한 곳을 찾아 누워계신 것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무전기에서 "다른 곳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으니 거기로 먼저 출동하라"는 지시가 들렸다. 몸을 쪼갤 수도 없고,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한 분은 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고 계시고, 다른 곳에서는 긴급한 사건이 터진 상황이었다.
그런 일들을 몇 번 겪고 나니 선배님 말씀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모든 주취자를 완벽하게 케어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하다 보면 정작 더 중요하고 긴급한 사건들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취자들을 단순히 방치할 수도 없었다. 실제로 위험한 상황들이 자주 벌어졌다. 차도로 비틀거리며 나가는 사람, 행인들과 시비가 붙을 것 같은 사람, 의식을 완전히 잃고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개입이 필요했다.
문제는 그 경계선을 판단하는 일이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인지, 아니면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인지 그 구분이 항상 명확한 건 아니었다. 같은 주취자 신고라도 현장에 가보면 전혀 다른 상황들이었다.
주취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사람도 평상시에는 누군가의 가족이고, 직장에서는 멀쩡한 사회인일 거라는 생각이었다. 술이라는 것이 사람을 일시적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면서 점차 '적당히 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무책임하게 방치하자는 게 아니라, 정말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집중하자는 뜻이었다. 모든 일에 100%의 에너지를 쏟으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지쳐서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현실적 조언이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배님의 "적당히 해"라는 말이 단순히 업무를 대충 하라는 뜻이 아니었다는 걸 안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도우려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