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갬성장인 Oct 09. 2024

22. 우리의 뜨거웠던 여름은 가고

이걸 소강상태라 하는 건가?

결과야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심사도 잘 마무리되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여러 행사를 치르며 미처 챙기지 못했던 일들을 돌아보며,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남은 한 가지 중요한 일이 있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가지 못했고, 갈 수 없었던 녀석들의 여름휴가를 챙겨야 했다. 

호운이, 해연이 순으로 짧게는 3일 길게는 7일 정도 다녀왔고, 나 또한 3일 정도 쉬었다. 

이제 40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다 보니 녀석들처럼 거창한 계획도 없었고, 피곤하고 지쳐있었던 터라 마냥 쉬고만 싶었었다. 

세 명이 번갈아가며 휴가를 다녀오니 어느새 추석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추석,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명절이지만 물류센터의 안전보건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걱정과 나름의 긴장감을 선물해 주는 시기이다. 

선물세트 등으로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차량이나 사람 이 모두가 한 달여라는 짧은 시간 안에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조직개편 이후 처음 맞는 추석

특별지원근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근무 형태가 생겨, 이번 추석은 녀석들과 함께 있을 수 없었다.


뭐, 어쩌겠는가? 

이제 어디 가더라도 두몫, 제 몫 이상 하는 녀석들이기에 걱정은 하지 않는다. 

내가 걱정이지 하하 나는 나대로 호운이와 해연이는 이들대로 매일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보고했다. 

다행히 물동량이 증가했지만 원활하게 운영되었고, 안전보건 관련 이슈사항도 발생되지 않았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지금 머물고 있는 곳과 가까운 사업장을 배정받았다. 

출퇴근이 대략 15분 정도


입사 후 4년여 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들이라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입사 후 대략 출퇴근 시간이 1시간 남짓 되었기에 

그렇다고 출퇴근 시간이 짧아져 절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익숙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뿐이다. 하하하 


당시 나는 만린이였다. 

만년필의 매력에 푹 빠져 저가 만년필을 사서 사용해 보기도, 분해해 보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마 당시 만년필이 5~6자루 정도 되었다. 

만린이라고 표현해도 될는지

‘지금은 중저가 만년필이 대략 15~20자루 정도 된다. 

 불행하게도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고가의 만년필은 언감생심이다.‘

손글씨는 모두 만년필을 썼다. 


만년필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쓰면 쓸수록 쓰는 사람을 닮아간다. 

쓰는 사람이 필압이 있다면 펜촉이 그 필압에 맞추어 조금 굽기도 하고, 세월이 흐르면 그에 따라 펜촉 역시 닳아간다.


더불어 만년필과 어울리는 잉크와 종이를 찾아가는 여정도 흥미롭다. 

잉크가 묽으면 글씨를 쓸 때 잉크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만년필을 사용하는 이들은 이를 흐름이 좋다고 한다. 

반대로 잉크가 묽지 않아 흐름이 좋지 못해 잘 나오지 않는 잉크도 있다. 

이런 잉크는 박하다라고 한다. 


또, 종이는 어떠한가, 어떤 종이는 너무 얇아 만년필로 글씨를 쓰면 뒷면에 글씨가 비쳐 보기에도 흉하고 읽기에도 불편하다. 

또 어떤 종이는 표면 처리가 되어있어 잉크가 잘 마르지 않고 번진다.


만년필은 쓰는 이, 만년필, 잉크, 종이 이 모두가 조화로워야 좋은 글씨가 써지고 쓰는 이, 보는 이 모두가 즐거울 수 있다. 

이런 연유로 만년필을 사용하는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만년필은 길들여야 하고, 잉크와 종이는 쓰고자 하는 만년필과 어울려야 한다. 

즉 최상의 궁합을 찾아가야 한다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우리가 다른 이를 만나, 그들과 조화롭게 지내기 위해 서로를 배려하며, 맞추어 나가는 과정들과 닮지 않았을까? 

우리가 서로 부대끼며, 서로를 알아가는 것도 만년필과 잉크, 그리고 종이의 최상의 조합을 찾아가는 혹은 서로 맞추어가는, 

다름을 인정하는 여정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와 호운이와 해연이도 정우 만년필, 호운 잉크, 해연 종이가 되어 

나는 필압과 성향에 따라 펜촉이 조금 구부러지기도 세월이 흘러 닳아가기도 하며, 호운 잉크는 나에게 맞추어 때로는 흐름이 좋아지기도, 박해지기도 하며, 

해연 종이는 정우 만년필, 호운 잉크에 맞추어 때로는 두꺼운 종이가 되기도, 때로는 잉크를 잘 흡수하는 종이가 되기도 하며, 

우리 서로 맞추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았다.

이전 21화 21. 제발! 이제는 건강증진우수사업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