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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Oct 10. 2024

23. 와! 이제 민관 소방합동훈련이다.

'23년이 저물어간다. 이제 민관소방합동훈련이다. 우리 모두 힘내자!

추석 연휴가 끝나고 미처 배송되지 못했던 추석 물품들도 배송이 완료되었다. 

어느덧 저녁이 되면 날씨가 선선해져 가벼운 외투라도 걸쳐야 했다. 

어느덧 '23년의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대형물류사업장에서 준비해야 될 주요 일정들은 아직도 산적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민관소방합동훈련이다. 


민관소방합동훈련과 관련해서는 이미 올해 초부터 경기 강주소방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터라 어찌 보면 새로울 것도 없었다. 

상시근무자가 천명이 넘고 방문자까지 포함하면 천오백 명이 넘는 사업장이 아닌가

당연히 화재가 발생하였을 경우 인명, 재산피해의 최소화를 위하여 꾸준히 시행되어야 하는 훈련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순수하고 고귀한 목적의 훈련을 누군가는 자신의 입지를 위하여 훈련의 목적보다는 대외적인 보여주기에 집중을 하고자 하니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중략하려 한다.’


민관소방합동훈련의 최초 계획 일정은 올 7월경이었다. 

하지만 이쯤 경기 강주소방서장님께서 새로 오시면서 민관소방합동훈련을 하고자 한다면, 철저하게 계획하여 제대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는 의견을 주셨고, 그 의견에 우리 모두 동감하여 10월경으로 연기하였던 것이다.


이제 추석 물품들의 배송이 완료되었고, 날씨도 약간 선선한 지금, 이때가 가장 좋은 시기인 듯했다. 

아마 더 지나면 추워지는 날씨로 훈련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작년에 피난대피훈련을 실시하였던 터라 전년도 훈련 내용에 경기 강주소방서의 장비와 인력 지원을 받는 것이 추가되었을 뿐 준비에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고 


훈련 일정과 시간을 조율하는 것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사업장은 물류의 특성상 야간에 가장 많은 인원과 차량이 출입한다. 

가장 많을 때는 인원 천여 명, 차량 이백여대 정도

‘차량은 훈련시간 한 시간 기준이며, 하루 출입차량은 팔백여 대’이다. 

소방서와 훈련시간을 놓고 긴 줄다리기 끝에 최종 협의된 시간은 저녁 10시였다. 

훈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좋은 시간이었고 사전 조율을 위하여 헌철과 나는 많은 고민을 하였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이 숨어있을 줄이야 

협의된 시간 등을 토대로 헌철과 나는 각자 초안 보고를 드렸다.

‘헌철은 물류센터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으며, 

 나, 호운이, 해연이 등은 물류센터의 안전보건을 담당하며, 상호 독립성을 위하여 조직 구성이 이원화되어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한편으로는 너무나 어려운 고차 방정식 같은 것이라 표현하고 싶다.‘ 


나의 초안 보고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아니, 걱정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 아닌가 안전보건 관련 부서에서 화재 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훈련을 실시하겠다는데, 하지만, 문제는 운영부서에서 불거져 나왔다.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전년도 동일한 의사결정이 있었기에 애써 외면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천여 명 가까이되는 인원들의 부재로 인한 운영손실과 그에 따른 만회방안이었다. 


전년도에 비하여 금년도는 경기 강주소방서까지 참여하기에 훈련시간이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어났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 사업장의 규모는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최대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물론 합동훈련을 통하여 얻게 되는 무형의 자산의 규모가 운영 손실을 넘어서고 남음이 있다. 

하지만 무형의 자산은 무형의 자산일 뿐 훈련을 통한 운영 손실은 고스란히 운영부서에서 떠안아야 할 부담이었다. 


호운이와 해연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훈련 못하는 것 아닙니까?" 호운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정우님, 저희 어떻게 해요" 해연이가 뒤이어 이야기한다. 

"괜찮아, 헌철과 상의 중이야 걱정하지 마"라 했다. 

나 조차도 걱정이 되는데 이때는 녀석들을 안심시켜야 했다. 

헌철과 다시 모여 의견을 나누었고, 운영 계획 변경안을 수립하고, 훈련 시간의 효율화를 통하여 손실 시간을 최소화하겠다는 내용을 구체화화여 재보고 하기로 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어려움은 안전보건부서 리더들의 무례함과 무지함에서 시작되었다. 

헌철과 운영부서에서 조율하고 있던 훈련시간에 대한 문제를 우리 측 리더들이 기다리지 못하고 운영부서 담당임원과 연락하여 임의로 시간을 조정해 버린 것이다. 

급작스럽게 훈련시간은 저녁 6시로 조정되었고,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른다. 

사내 예의라고 불리는 리더들과 임원의 연락이 적절했는지, 격이 맞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헌철과 내가 아니 나와 호운이와 해연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이유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우리가 훈련시간을 저녁 10시로 고집했었던 이유는 해가 져버린, 이미 어두워져 버린 시간에 훈련을 실시함으로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하며 훈련을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불현듯 '미생'이라는 드라마에 오 차장이 했었던 말이 생각난다. 

"일을 해 회사 나왔으면!" 

그래 일을 해야지 회사 나왔으면 자신들의 '23년 성과에 대형 사업장 민관소방합동훈련이라는 한 줄을 기재하고 싶었을 뿐 실무자들이 고민하고 고뇌했던 시시껄렁한 문제들은 알고 싶지 않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하겠는가 화가 나지만 나는 그에 맞추어 진행하여야 하는 실무자이고, 내 동생들이 훗날 이런 리더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의 존재 이유다. 

녀석들도 불만이 많았지만 우리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기에는 훈련 시간 협의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문제로 빼앗겨버린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  

호운아, 해연아! 미안하다. 

형이 오래비가 너무 힘이 없어서, 너무 무능해서 

너희가 고민하고 기획했던 이 훈련의 시작인 훈련 시간조차 지켜주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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