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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Oct 08. 2024

21. 제발! 이제는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이제 정말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준비해야 된단 말이야, 나 좀 그만 괴롭혀!

이제 정말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심사준비를 해야만 했다. 

우수사례발표, 지청장 방문 등등 나름의 굵직굵직한 이벤트들을 준비하고, 치르고 나니 

어느덧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심사가 일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서둘러 준비상태를 확인하고 확인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너무나 미흡한 한 가지가 있었다.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심사를 준비하며, 올해 초부터 준비하였던 

사내 체력단련실의 준비가 상당히 미진하였다.

지금쯤이면 심사 준비가 끝나있어야 했다. 

하지만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해 가느라 아무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해연이 혼자 동분서주하고 있었음을 우리 모두 방관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체력단련실의 거울 부착과 운동 기구 조립 등이 마무리되지 못했고, 현수막 부착 등의 환경 조성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해연이를 불러 그 간의 진행 사항과 남은 기간의 계획을 물어보니 녀석이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내가 너무 바쁘니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제 속만 끓인 모양이다. 

녀석을 다독이고 차근차근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거울 부착과 운동 기구 조립은 외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해연아! 어떻게 하지?" 

"저, 사실대로 말씀드려도 화내시면 안 돼요?" 해연이가 내 눈치를 살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불안하다. 

녀석의 이야기를 들으니 거울 부착과 운동기구 조립을 위하여 아는 분들께 일정 보수를 드리겠다고 하고 이번 주말에 부탁을 드렸다고 한다. 

화를 낼 시간적 여유도 없었던 때이기에 그리 하라 했다. 

그리고 뒤이어 일정 보수가 얼마냐고 물었다 액수가 그리 크지 않았다. 

다행히 대외 수상 등으로 수령한 얼마간의 상금이 있었다. 

"오래비가 네가 친 사고 수습해 주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라 하고 해연이가 저지른 귀여운(?) 사고를 수습하였다.

‘다행히도, 상금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대회에서 수령한 것으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여도 무방하였다.’


휴,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한 주를 보내고 나니 나도 모르게 기운이 빠졌다.

해연이가 SNS 메시지를 보내 미안하다고 했다. 

녀석이 보기에 내가 화가 많이 난 것처럼 보였나 보다.

녀석 가끔씩은 꽉 찬 듯, 강한 듯 위세를 떨지만 그 속을 들여보면 여린 녀석이라 항상 걱정이다.


지금에서야 생각이지만 당시의 체력단련실은 Mega gym(우리가 붙인 체력단련실 이름이다.)이 아니라 Mega 짐(거대한 짐) 그 자체였다.  

Mega 짐(거대한 짐)에 현수막 부착까지 끝나니 어느덧 심사일이 내일이었다. 

해연이가 빨리 퇴근하라며 보챈다. 

“오래비 속이나 썩이지 마라 이 녀석아!”라 핀잔을 주고 퇴근했다.


어김없이 날이 밝아왔고, 나도 모르게 긴장했는지 잠을 설치고 새벽녘에 출근했다. 

이곳저곳 확인을 마치고 나니 해연이가 출근했다. 

"잠은 주무셨어요?" 

"너, 오늘 같은 날까지 잔소리냐?"라고 면박을 주니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또 웃는다.

서류를 이것저것 함께 준비하며, 이야기 나누며, 깔깔대고 웃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감이 좋다.


심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계속되었다. 

어려운 순간들, 난처한 순간들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 순간들을 어떻게 응했는지, 드디어 심사가 마무리되고 강평 시간이 되었다. 

심사 중 좋은 분위기가 강평 시간까지 이어졌다.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셨고 보완 사항도 함께 말씀해 주셨다. 

전문가의 눈길로 살펴보았을 때 어찌 부족한 부분이 없었을까, 

그래도 최선을 다하였으니 만족해야지!


심사가 끝나고 맥이 풀려 해연이와 나는 한참을 회의실에 앉아있었다. 

"고생했다. 해연아!" 

"제가 뭘요, 사고나 치고 수습이나 하시게 만들고 죄송해요. 그래도 옆에 계셔주셔서 든든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래비가 바쁘다는 핑계로 잘 살펴주지도 못했는데 고생 많았다. 

 결과야 어떻든 최선을 다했음에 만족하자!"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운이가 복도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왜?" 호운에게 물으니 두 분이 뭐 하시나 궁금해서요라며, 고생하셨습니다. 하며 키득키득 거린다. 

호운이도 마음을 많이 졸였으리라 커피나 한잔 할까라고 했더니 두 녀석이 대뜸 소리를 지른다. 

아, 맞다 커피 끊기로 약속했지 커피를 음료수로 바꿔 다시 이야기하고 녀석들의 눈총을 받으며 우리 셋은 자판기로 향했다.


얼마 만에 느끼는 여유로움인가, 때마침 여름에게 전화가 왔다. 

"심사 잘 마치셨어요?" 

"어떻게 알았어요?"라고 물으니 대답 대신 웃기만 한다. 

훗날 알게 된 이야기지만 해연이 여름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이야기했다 한다. 

여름은 해연이의 전임자로 어찌 보면 함께 하지 못했지만 숨은 공로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 인사를 나누고 음료를 마시며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 


녀석들과 저녁을 할까라고 잠시 생각했다 피곤할 텐데 나중으로 미루어야겠다 생각하며, 

함께 퇴근했다.

고생했다. 해연아, 호운아

살갑지 못한 나를 만나 큰 불만 없이 잘 따라주고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주어 항상 고맙고, 

지난날들의 노력이 우리에게 빛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말은 꼭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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