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내딛는 발걸음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by 갬성장인

현장 사무실 개설을 위한 준비를 하나하나 시작해 본다.

사무용 가구와 그 외 각종 집기, 회의실, 휴게실, 창고 등의 배치로 여념이 없다.

하루 종일 휴대전화가 요란하다.

사무용 가구, 집기, 인터넷 설치 등으로 방문했다는 전화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일까, 다행스레 오후 3시쯤 사무실 가구, 집기, 인터넷 설치

등이 마무리되었다.

이제야 사무실이 그럴싸하다.

간단히 청소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 내일 일과를 정리하고 있으니 밖이 왁자지껄하다.


“우리 막내가 현장 사무실을 개설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건축 담당자다.

문을 열고 나서니 각 공정 담당자들로 왁자지껄하다.

“다들 바쁘실 텐데, 어쩐 일이십니까, 지금 공정회의 시간인데?”

“막내가 현장 사무실 개설했다는데 공정회의가 문제냐?”

“제가 형님 덕택에 웃다, 울다 합니다.”

“차장님 저도 왔습니다.”

뒤쪽에서 쑥스러운 듯 발주처 기계·설비담당자가 주뼛거리며 나선다.

“환영합니다. 허허허

미리 말씀하셨으면 다과라도 준비했을 텐데“

“정우야, 오늘 공정회의 장소가 여기야 허허허

사무실 구경도 하고 공정회의도 하고, 끝나고 알지?“

“예, 오늘 제가 형님들께 한잔 사겠습니다.”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회의가 시작된다.

방금까지의 활기찬 분위기와 전혀 다르다.

살얼음을 딛는 것처럼 조심하기도, 날 선 긴장감에 팽팽하기도 하다.

건축을 처음으로 각각 공정들의 진행사항이 공유되었다.

이제 내 차례다.

“탈황·탈질 공정 진행사항 공유 드립니다.

기초 공사를 완료하였고, 제작 기자재는 입고 일정에 따라 반입 예정입니다.

세부사항은 기 제출한 작업계획서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주요 협조사항으로는 양중 작업을 위한 주변 공정과 일정 조율이 필요합니다.“

“탈황·탈질 공정은 선행 공정의 지연으로 시작이 늦어진 만큼 주변 공정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말씀 부탁드립니다.“

“예, 감사합니다.”


주기기의 제작 지연으로 인하여 계획 일정보다 늦어져 모두가 난감해하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어려운 공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정우차장이 저희 중 나이가 제일 어린 탓에 막내라 불리지만,

이미 여러 현장을 통해 매끄러운 현장 운영과 유연한 대처 등이 증명되었기에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걱정하시지 않도록 잘 조율하여 진행하겠습니다.“

점점 무거워져 가는 회의에 건축 담당자가 감초 역할을 자처하여 나선다.

주요 일정 공유 및 협의가 완료되고 회의를 마쳤다.


“차장님, 잠시 시간 괜찮으실까요?”

발주처 기계·설비담당자다.

“예, 괜찮습니다.”라 이야기하며,

건축 담당자를 살피니 마치고 전화 달라는 손짓을 하며, 돌아간다.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제가 죄송한 부탁 하나 드리려고요.”

“말씀하십시오.”

“이제 탈황·탈질까지 8개 공정인데 좀처럼 의견이 모이지 않습니다.

회의할 때마다 느꼈지만 차장님께 현장 의견 조율을 부탁드리려고요.

차장님 이야기는 다들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도와주시려고 하니까

염치없지만 부탁드립니다.“

“막내라, 예쁨을 받고 있는 것뿐인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기기 입고가 지연되면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사정이라 입장 차이가 너무

팽팽합니다.

평상시 같으면 큰 소리가 오고 갔을 텐데 오늘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말씀드려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저희끼리 자주 모여 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다들 힘들겠지만 해결해야 하니까요.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려운 역할을 부탁받았다.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해야 한다.

발주처와 시공사간 입장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차이를 좁히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차이는 발주처와 시공사뿐만이 아니다.

공정과 공정 간의 조율도 중요하다.

어렵겠지만 전체적인 현장을 살펴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나에게는 엄청난 무기가 있지 않은가

막내라는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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