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하루였다.
우여곡절 끝에 현장 사무실 개설 등 이런저런 일들을 마무리하고,
공사를 시작하였다.
이미 지연되고 있던 현장이었기에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전장에 홀로 서있는 기분이었다.
아침 7시 아침 조회 후 공정 별 일정 조율을 마치고 모두 현장으로 향한다.
계획 대비 지연된 것과 협의가 필요한 것을 확인한다.
오전 10시 인접 공정과 일정 조율 회의가 있다.
다음날 크레인 등의 장비 사용 일정과 위치를 재확인한다.
구조물의 운반·설치가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크레인 등의 장비 사용 일정과 위치는
사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서로에게 방해가 되거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 12시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이다.
간단히 점심을 하고, 자리에 앉아 도면을 살피고, 기자재 반입 일정을 확인한다.
오후 2시 발주처에서 주관하는 공정회의가 있다.
서로 의견 조율이 어느 정도 되어 있음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하여 고성이 오고 간다.
서로의 입장 차이가 만큼 팽팽하다.
협의가 여간 어렵지 않기에 하염없이 시간만 흘려보낸다.
오후 5시 작업을 마치고 하나·둘 퇴근하기 시작한다.
현장 반장과 오늘 진척사항과 내일 예정사항을 확인한다.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분주하지 않은 때가 없는 것 같다.
오후 6시 이제부터 나의 또 다른 일과가 시작된다.
주요 작업 내용, 투입 인원, 공정 진행률을 포함한 공사 일보를 작성한다.
작업 계획에 맞추어 안전작업허가서, 하역운반기계 작업계획서, 교육결과보고서 등
안전보건서류를 준비한다.
뒤이어 현장 작업 중 변경된 사항을 도면에 반영한다.
수시로 반영해 놓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변경 사항의 도면 반영까지 마무리 지었다면 갈등이 시작된다.
설계사 요청사항 반영과 발주처의 일정 만회 계획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곗바늘은 어느새 오후 10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졸음과 피곤함이 밀려오는데
사무실에 홀로 앉아 고민을 하고 있다.
퇴근해야 하나, 퇴근해도 될까?
이런 하루하루를 보낸 지 얼마나 되었을까?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생각으로 지내온 지 어느덧 다섯 달이 지나 있었다.
그동안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었다.
지난 다섯 달 중 며칠을 쉬었을까?
손가락을 꼽아보았다.
안타깝게도 하루였다.
일정 지연으로 연이은 야간, 주말 작업으로 체력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였다.
남은 기간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란 고민은
이 공사를 내가 살아서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란 고민으로 바뀌어 갔다.
답이 없는 고민을 이어가 본다.
어차피, 내가 다다를 결론은 한 가지겠지만
남은 기간 어떻게든 버텨보자!
여기까지 어떻게든 끌고 왔고, 이제 석 달 후면 마무리될 테니까
조금만 참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