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이건 뭐지?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에 여러 번 발목을 잡혔지만 여기까지 왔다.

by 갬성장인

어느덧 석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순조로웠다 이야기할 수 없지만 버티며 이겨냈던 시간들이 모이고 모여 어느덧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누군가 이야기했던 것 같다.

끝이 없어 보이던 긴 터널도 시작이 있듯, 끝이 있기 마련이라던

이제 끝이 없어 보이던 긴 터널의 끝에 다다르고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아직 시운전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긴 하지만

원료의 입고, 발전 보일러, 터빈 등 주기기의 시운전 등으로 탈황·탈질설비의

시운전은 연기되었다.

생각지 못했던 일주일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각 기기별 개별 시운전을 하며, 혹 놓친 것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살피고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열병합발전 전 공정의 시운전이 시작된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꼼꼼히 준비했다.

한편으로 긴장되지만 설레기도 한다.


아침 일찍 출근을 서두른다.

오전 7시 원료투입을 시작으로 상업운전을 위한 시운전이 계획되어 있다.

오전 06시 45분 현장 사무실로 도착해 필요한 설계 자료 등을 챙겨 종합통제실로 향한다.

“안녕하십니까”

출입문을 열고 인사를 건네었지만 조용하다.

‘무슨 일일까?’

조심스럽게 전면의 운전 현황을 살핀다.

지금쯤 가동되고 있어야 할 원료이송 컨베이어의 움직임이 없다.

애꿎은 탈황·탈질설비 운영현황판만 살피며, 원료투입공정의 CCTV만 곁눈질로 흘겨본다.


통제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다.

마침 통제실로 원료 투입 공정 담당자가 들어온다.

운전원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에 끝나기를 기다렸다, 조심스레 이야기를 붙여본다.

“무슨 일 있어요?”

“잠시 나가실까요?”

조심스레 통제실을 나와 한적한 복도로 향했다.

“입고된 원료가 수분, 성분 함량이 맞지 않아서 발전보일러 담당자가 투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원료 출고 전 수분, 성분 함량 검사 후 성적서 수령했잖아요.”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큰일이네요.”

우리의 이야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운전원이 그를 찾고 있었다.

종종걸음으로 통제실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불안함이

엄습해 왔다.


쉽지 않은 시운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계속 복도에 있을 수도, 그렇다고 현장 사무실에 있을 수도 없어 통제실로 향했다.

여전히 적막하리만큼 고요하다.

통제실 한편에 준비된 의자에 앉아 설계 자료를 뒤적인다.

운영소장이 상기된 얼굴로 통제실로 들어왔다.

잠시 후 무겁게 입은 연다.

“금일 시운전은 원료 성상의 문제로 연기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시운전 일정은 언제쯤인가요?”

“원료 재입고 일정을 확인하여 공지드리겠습니다.”

평상시라면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겠지만 오늘만큼은 조용하다.


그렇다.

그 누구의 잘못이라 하겠는가?

원료 담당자는 수분, 성분 함량 성적서를 사전 제출받아 검토하였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입고 원료는 겉보기에도 수분 함량이 높았고, 수분 함량이 높은 원료를

투입하여 연소효율을 저하시키는 일을 묵과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굳이 누군가의 잘못이 있다면 출고 전 이상이 있을 수 있음을 확인하였을 것임에도 출고를 강행하였던 원료 공급업체에 있지 않을까?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 무엇인가로 우리의 소중한 하루는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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