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 나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서둘러 공지하겠다는 원료 재입고 일정은 요원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것인지 그 무엇도 알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무료했고, 지루했다.
각 기기별 개별 시운전까지 완료하였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딱히 없었다.
혹 시공 중 변경된 사항이 각각의 서류에 올바르게 반영되었는지 확인에 확인을
거듭할 뿐이었다.
열병합발전의 시운전은 단순한 시운전의 의미라기보다는 운영 전 예상 가능한
변수를 주어 그에 걸맞은 대응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혹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한 논의와 실행의 과정이다.
원료의 입고, 발전 보일러 내 연소, 터빈의 동작, 탈황·탈질설비의 효율까지 어느 것
하나 연관되지 않은 것,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나하나의 과정 모두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들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시운전을 시작하기 마련이다.
전 공정의 시운전 일정에 맞추어 예리하게 벼려진 칼이 그 용도를 잃어버린 채
갈팡질팡 하는 듯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었다.
아, 사방이 막힌 것 같은 느낌이 들며, 숨이 가빠온다.
‘타 공정의 선배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답답한 마음에 순수담당자를 찾았다.
“안녕하십니까?”
“답답해서 오셨죠?”
“예, 원료 입고 일정 아직 이죠?”
“예, 저희도 원료 입고 일정이 미정이라 개별 시운전 마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도 자질구레한 잔여작업 하고 있는데 내일이면 마칠 것 같아서요.”
“걱정이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회처리담당자가 찾아왔다.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하나·둘씩 회의실로 모여든다.
통제실로 찾아가 보자, 발주처 담당자를 찾아가 보자
이런저런 의견들이 분분하였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지금 상황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예민한 때 서로 아픈 곳을 건드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레 의견을 내어본다.
“시운전 종료일자가 있기에 발주처 역시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을 듯합니다.
저희 중 누군가가 대략적인 일정을 문의하여 공유하는 것을 어떨까요?“
“저 역시 같은 의견입니다.
다들 예민한 때 저희가 통제실을 찾는 것만으로 서로 감정이 상할 수 있기에
조심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럼, 제가 회처리 설비 관련하여 오후에 회의가 예정되어 있는데 향후 일정을
문의해 보겠습니다.
원료 투입 설비도 저희가 진행하였기에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어려운 때 선뜻 나서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인사를 전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늦은 오후가 훌쩍 지났음에도 향후 일정에 대한 공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후 회의가 여의치 않구나 생각하며, 벽에 기대어있으니 휴대전화가
요란스럽다.
회처리 담당자다.
“안녕하세요, 차장님
회의가 이제야 끝나서 연락이 늦었습니다.“
“예, 고생 많으셨어요.
대략적인 일정은 확인되었나요?“
“예, 오늘 원료 입고 관련하여 원료 공급업체 답당자가 회의에 참석했고,
다음 주 중 입고 일정을 확인했습니다.
아마 다음 주 입고 후 확인절차까지 마치면 대략 2주 후쯤 시운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다른 분들께도 말씀드려야 하니 이만 끊겠습니다.
우리 조금 더 기다려 봐요.“
“예, 감사합니다.”
아직 2주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대략적인 일정을 확인한 것만으로 막연한 답답함은 걷어져 가는 것 같았다.
- 지난주 개인사정으로 인하여 연재하지 못하였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에게 글쓰기란 큰 즐거움 중 하나임에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연재하지 못하였음을 양해 부탁드리며,
거듭 죄송한 마음을 담아 사과드리고자 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읽고 살펴주심에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