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다려오던 시운전이 시작되었다.
2주라는 시간은 꽤나 지루했지만, 기한이 있었기에 기다릴 수 있었다.
열흘쯤 지났을까, 원료 입고가 시작되었다.
원료 입고가 시작되며, 우리 모두 분주해졌다.
원료 입고는 시운전이 임박했음을 의미하기에
나 역시 주요 설비를 다시 확인했다.
오랜 시간 멈추어 있었음에도 큰 문제없이 동작해 주었다.
다행이다.
이윽고, 시운전 당일이 되었다.
오전 8시 원료투입을 시작으로 발전 주기기인 보일러 연소가 시작되었다.
발전의 원리는 간단하다.
보일러로 물을 끓여, 발생한 증기가 터빈을 지나며, 전기를 만들어내게 된다.
보일러 연소가 시작되었다 하여 바로 전기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발전 보일러는 가정용 보일러와 달리 고온의 증기를 만들어야 하기에
내부 온도가 상당히 높아야 한다.
오후 2시쯤 보일러의 온도가 설계 치에 다다른다 한다.
탈황·탈질설비의 운전은 자동운전으로 설정되어 있다.
온도, 압력 등이 설계 치에 다다르면 계산된 값에 의하여 운전되는 것으로 설정해 두었다.
운영의 효율화를 위하여 초기 설계 시 반영해 둔 것이다.
보일러의 온도가 설계 치에 다다를 때 운전이 시작부터 확인하여야 한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어서자 보일러의 온도가 설계 치에 근접했다.
가장 먼저 탈질설비가 작동을 시작했다.
“탈질설비 작동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정상 작동 중입니다.“
운전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종합통제실을 울렸다.
이제 시작이다.
이제 탈황, 집진, 흡착 설비 순으로 작동할 예정이다.
“탈황설비, 전단온도 설계 치 인접하였습니다.
탈황설비 작동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정상 작동 중입니다.“
집진, 흡착 설비 역시 오랜 준비가 무색하지 않게 정상 작동하여 주었다.
‘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질소, 황산화물이 탈황·탈질설비를 거치며, 법이 정한 기준치 이하로 배출되는지 확인하여야 하기에
보일러 내부 온도가 안정화되며, 온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탈질설비 역시 빠르게 안정화되었다.
“현재 질소산화물 배출량 5분, 15분, 30분 평균 법적, 사내 기준치 이하 배출
중입니다.“
“현재 황산화물 배출량 5분, 15분, 30분 평균 법적, 사내 기준치 이하 배출
중입니다.“
다시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운전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종합통제실을 가득 메웠다.
“집진 설비 하부 분진 배출이 원만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서둘러 대답하고 현장으로 향했다.
집진 설비 내 분진이 서로 엉기며, 원활한 배출이 어려운 상태였다.
측면 점검구를 통하여 엉킨 분진을 부서뜨렸다.
뜨거운 상태의 분진이 식으며, 결로를 일으켜 집진 설비 하부에서 서로 엉켜 배출구를 막았다.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이야
30여분 정도 지났을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엉켜있던 분진이 무너져 내리며, 배출되기 시작했다.
“집진 설비 하부 분진 배출 시작되었습니다.”
다급히 무전으로 종합통제실에 현장 상황을 알렸다.
“예, 차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잠시 현장 대기 부탁드립니다. “
“예, 알겠습니다.”
집진설비 계단에 걸터앉아 한숨 돌리고 있었다.
30여분 정도 지났을까 회처리 담당자가 서둘러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차장님, 탈황설비 하부 분진이 이송설비가 자꾸 막히는데 같이 확인 부탁드려요!”
회처리 담당자가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한다.
“예, 알겠습니다.”
탈황, 집진설비는 반응 후 부산물이 발생하는데 그 부산물을 회처리 공정이 이송한다.
탈황설비 하부는 공기의 힘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을 이송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부산물의 입자가 크거나 무겁다 면 이송되지 않고 쌓이며, 막히게 된다.
회처리 담당자와 막힐만한 곳을 두드려보지만 여전히 막혀있다.
어쩔 수 없이 막힐만한 곳을 분해하여 확인하였다.
커다란 알갱이 형태를 띠고 있는 부산물이 후두두 떨어진다.
“이런 알갱이 형태는 이송이 어렵습니다.
설계 당시에도 고운 분말로 배출된다 했습니다.“
“예,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탈황 설비 하부 부산물은 분말 형태의 부산물을 띌 수 없다.
황산화물을 흡착하며, 알갱이가 점점 커지기에 알갱이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데 답답한 노릇이었다.
물론 하부에 분쇄하는 기기가 설치되어 있으나, 이는 하부 이송설비를 보호하기 위한 설비일 뿐 고운 분말로 만들어주는 기기는 아니다.
앞으로 순탄하지만은 않은 시운전이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