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을 걷는 듯했다.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길고 지루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by 갬성장인

“설계 당시 고운 분말로 배출된다 했습니다”란 회처리 담당자의 이야기가

나로서는 아득하기만 한 바람소리 같았다.

첫 단추가 잘못 끼어진 듯하다.

누가 이야기한 것인지,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이선우팀장에게 현장 상황을 정리하여 보고하였다.

“이송이 전혀 안 되나요?”

“예, 2~3분도 안되어 이송설비가 막혀 이송이 불가한 상황입니다.”

“알갱이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요?”

“4~5mm 정도입니다.”

“고작 그 정도도 이송이 불가한가요?”

“예”

“알겠습니다. 상무님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사례는 없었나요?”

“부산물을 공기의 힘으로 이송하는 사례가 처음이라 뭐라 딱히 드릴 말씀이”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마치고 나니 답답함이 더해졌다.

현장에 문제가 있어 해결방안을 찾고자 보고하면 설계 적용이 처음이라

뭐라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어왔기에

솔직히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뭔가 고민해 보겠다, 혹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겠다 등의

해결방안을 함께 찾아보자, 함께 고민해 보자라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을까

“정우야, 현장에 문제가 생겼다 이선우팀장한테 보고해 봐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거야!“

“왜?”

“현장에 문제가 있으면 현장에서 해결해야지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라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

“참, 답답한 노릇이네”

“옆에서 지켜보니 그렇더라!”

현장 개설 전 윤영석차장이 조심스럽게 전해준 이야기다.


잠시 앉아 생각을 가다듬고 회처리 담당자를 만났다.

“부산물을 공기의 힘으로 이송하는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라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결 방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아, 답답한 상황이네요.”

“일단, 하부 이송설비를 우회하여 부산물을 배출하고자 합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저희 역시 부산물을 탈황설비 내 계속 쌓아둘 수는 없는 상황이여서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차장님이 무슨 잘못이 있으셔서 같이 고민해 보면 해결 방안이 있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처리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래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그 후 며칠이 지났지만 이선우팀장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윤차장의 이야기가 있어 기대도 없었지만

그 간 하부 이송설비를 우회하여 부산물을 배출하고 있었고,

시운전이라 이렇다 할 인력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던 터라 홀로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하루하루 지나며, 계획했던 시운전 일정은 막바지로 향해가고 있었다.

‘그래, 이제 며칠만 더 버텨보는 거야,

시운전 종료 후 보고서에 부산물 이송 관련 내용을 담아 해결책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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