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암흑이 조금씩 걷혀가는 것일까?

무모한 대답이었을까, 무책임한 대답이었을까?

by 갬성장인

(1) 차 시운전을 마치고 지루한 회의는 계속되었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표류하기만 하는 듯했다.

무엇 하나 결론 내리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모두 예민해져 있었고, 지쳐있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의실로 향하던 때 누군가 나를 부른다.

“김정우차장님”

회처리 담당자다.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 하나 봐요.”

“무슨 이야기가 있었나요?”

“오늘 회의는 화력본부장님 등 경영진이 참석한다 해요.

뭔가 결정을 내리고, 마무리 지으려 하나 봐요?“

“저도 자료 준비하던 중,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행이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 도착하니 발주처 직원들이 분주하다.

발주처 기계·설비담당자 머뭇거리다 이야기를 건네 온다.

“아마, 탈황설비 부산물 관련 개요 설명이 끝나면 설계 및 시공 엔지니어로서

차장님의 의견을 여쭤보실 듯합니다.“

“누가?”

“앗, 죄송해요.

화력본부장님께서 여쭤보실 듯합니다.

현장 엔지니어로 시작하셔서 현장의 의견을 듣고 의사결정을 하셔서요.“

“시운전하며, 제가 경험했던 것, 자료 준비하며, 알게 되었던 선례위주로 가감 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부탁드립니다.”


어느덧 회의가 시작되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탈황설비 부산물 이송에 관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의제가 가장 먼저였다.

연소과정부터 부산물발생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국·내외 학술자료를 토대로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발견되었음을 인정하고 이송과정을 재편하여야 한다 강조하였다.

“안녕하세요, 화력본부장입니다.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이유는 앞서 설명하여 주신 바와 같이 이해하였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이 있는데, 현장 엔지니어로서의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첫 시도되는 실험적 프로젝트에 자원하신 동기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예, 자원하여 설계와 시공을 맡은 동기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엔지니어로서 욕심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딪히고 깨지며, 익히는 것이 엔지니어라 배웠습니다.

더불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산물 이송과정의 문제점은

고형연료(SRF) 연소과정부터 부산물의 발생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었으며,

그중 탈황설비 내 반응은 연료의 성상을 예측하기 어려웠기에 명확하지

못하였습니다.

탈활설비의 부산물을 공기의 힘으로 이송하겠다는 것 역시 처음이었습니다.

예측 가능한 것에 대한 대비는 설계에 반영할 수 있었으나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만큼 예측하지 못하였던 변수가 있을 수 있었음은

인정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뒤를 이어 이런저런 질문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여쭤보겠습니다.

지금의 일은 누구의 책임이라 생각하시나요?“

순간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생각이 복잡해지고 많아졌다.

“처음이라는 핑계 뒤에 숨으려 했던 우리 모두의 무지로 인하여 벌어진 일이라

생각하기에 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이후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잘 기억나지 않았다.

잘 대답한 것일까, 회사를 대변하여 회의에 참석한 내가 너무 솔직히 이야기한 것이 아닐까

현장 사무실에 홀로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뒤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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