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깊은 곳에서의 아우성을 듣다.
건설소장의 이야기처럼 한 번의 시운전을 거쳐, 부산물 이송설비 개선공사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니 참여할 수 없었다.
부산물 형상 예측 실패로 인한 책임이라기보다는 엔지니어로서 도의적 책임이라 해야 했을까?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 생각했고, 조영현상무에게 담당자로서 내 생각을 전했다.
“기초 설계에 제가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회사 차원에서 참여하였습니다.
하여, 부산물 형상 예측 실패에 대한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생각합니다.“
“김정우차장은 입찰에 참여하여서는 안 된다 이야기하고 싶은 건가요?”
“예, 참여가 가능할지 의문스럽지만, 가능하다 하여도 참여하는 것은 엔지니어로서
무책임한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김차장 의견 고려해 보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후 윤영석차장에게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전해 들었다.
부산물 이송설비 개선공사가 시작되고 일주일가량 지났을까
탈황·탈질설비 점검을 마무리하고 잠시 복귀하여 다음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부산물 이송설비 개선공사의 공사기간이 약 1달 정도여서 마냥 현장에 있을 수는 없었다.
발주처 건설소장 외 이곳저곳에 인사를 드리고, 다음 시운전 일정에 맞추어 뵙겠다 말씀드렸다.
현장 사무실을 개설하고 어느덧 1년 여가 지났다.
많이 배우고, 깨달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알 수 없는 무력감이 나를 엄습해 왔다.
프로젝트의 손실이 생각보다 커 지원이 어렵다.
현장의 문제는 현장에서 해결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선우팀장과 이런저런 마찰은 나에게 무책임함이라는 깊은 인상을 남겼고,
무엇 하나 스스로 결정할 수 없음은 무력함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한다면
과연 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내가 엔지니어로서 계속 성장해갈 수 있을까?
벌써 한계에 부딪힌 것은 아닐까?‘
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이렇다 할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늪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할까
애써 지우려 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질문들은 나에게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존재하지 않는 파랑새를 찾는 여정이 시작된 걸까?
문득 선배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정우야, 사회나 회사생활이란 것이 불행하게도 다 거기서 거기야
자신의 신념과 반하는 일을 해야 하기도,
아닌 줄 알면서 애써 외면하며 하는 일도 있어, 그 하나하나 모두 너의 잘못은
아니야,
무책임하지만 사회가, 회사가 그런 거라 생각했으면 한다.“
엔지니어로서 나의 신념은 지켰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 못했지만
그 순탄하지 못했던 과정조차 못마땅했던 것이었을까
아니라면 다름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었을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을 되묻고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