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민의 끝은 도피일까, 일탈일까, 과정일까?
현장 사무실을 대략 정리하고, 잠시 자리에 앉았다.
‘여기서 1년여란 시간을 보냈구나!’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잃었나 생각해 보았다.
이내 허탈감이 밀려왔다.
막연한 허탈감과 끝이 없이 밀려오는 무기력함을 잊어보려 발버둥 쳐본다.
윤영석차장에게 그간의 안부도 물을 겸 전화를 걸어본다.
“오, 김정우차장님 아니신가요, 아니 김정우현장소장님이신가? 하하”
“잠깐 통화 괜찮아?”
“엉, 괜찮아!
너, 내일 복귀한다며?“
“어, 내일 복귀하려고, 오늘 저녁에 내려갔다, 내일부터 사무실로 출근하려고”
윤차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장에 있는 동안 회사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손실이 많아지며, 사업부를 정리한다, 매각한다 등등
흉흉한 소문이 난무한다 한다.
그중 이선우팀장과의 다툼도 회자되고 있다 했다.
“너, 복귀하면 이선우팀장과 불편하지 않겠냐?”
“그렇다고 한 달이나 현장에서 멍하게 있을 수는 없잖아?
다음 프로젝트 준비해야하고“
“그렇기는 한데, 네 잘못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기는 하다.”
“하루 이틀이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저 나누고 윤차장과 통화를 마쳤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몇 차례 이팀장과 크고 작은 다툼이 있었고, 복귀 후 불편 하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손실을 내 잘못으로 몰아가고 있을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는 것 같다.
답답함에 정리해 두었던 짐을 이것저것 들춰보다, 애꿎은 사무실 바닥을 발로 툭툭 차 본다.
10분, 20분, 30분, 얼마나 지났을지
시간의 흐름이 흐릿해질 때쯤 나의 휴대전화가 요란스럽다.
낯선 전화번호다.
“누구지?”
“예, 김정우입니다.”
“안녕하세요, 차장님 헤드헌터 정민기입니다.”
“예, 무슨 일이신지?”
“지난주쯤 이력서 및 경력기술서 등록하여 주신 것 확인하여 연락드렸습니다.
플랜트 엔지니어를 찾고 있는 곳이 있어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10여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세부 내용은 E-mail로 공유받기로 했다.
재계 순위 5위 이내의 대기업, 현재를 상회한 연봉,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하여 쉼 없이 이야기했다.
마치, 10여분 정도의 통화로 그는 나에게 결정을 바라는 듯했다.
쉽사리 오지 않을 기회임을 수차례 강조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막연한 동경이 생겨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복귀한 이후의 불을 보듯 뻔한 갈등, 사업부의 불확실성,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등
지금의 조건과 너무나 대조된다.
마치, 나의 모든 상황을 들여다보며, 적절한 때를 찾아낸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