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길은 있다. 다만 그 길을 찾기 어려울 뿐이다

얽혀있던 실타래가 풀려가는 것 같다.

by 갬성장인

화력본부장의 방문 이후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나에게 그 며칠은 매우 더디게만 흘러갔다.

다음 시운전을 위한 정비기간을 거치며, 부산물 이송설비 외 이런저런 문제가 함께 논의되었다.

누구 하나 선뜻 나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찾아 해결하려 고민해 본다.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어느새 일주일이 되었다.

터덕터덕 하늘을 보며,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은 무엇 하나라도 마무리 지어졌으면 좋겠다.’

홀로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나가 본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몇몇이 벌써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들 일찍 오셨네요?”

“뭐,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나 쐴까 해서 일찍 왔어요. 허허”

“다들 비슷비슷하네요. 허허”

“아, 부산물 이송설비 오늘 중 정리될 것 같다던데?”

“저는 아직”

“기다려 봐요, 잘될 거예요!”

“예,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 보니 회의시간이 다가왔고, 하나, 둘 자리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발주처 건설소장의 이야기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다음 시운전 일정과 준비사항에 대한 설명과 질문이 마무리될 때쯤

건설소장이 말문을 열었다.


“김정우차장님,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산물 이송설비는 이송과정을 재편하는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다음 시운전 종료 후 착공예정이며, 그동안 설계, 입찰 등 조속하게 마무리 지을

예정입니다.

정말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두가 도와주신 덕분인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후 몇 가지 안건을 추가 상의하고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모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현장 사무실로 향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이선우팀장에게 회의 내용을 간략히 보고했다.

“부산물 이송설비는 재편하는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다음 시운전 종료 후 착공예정입니다.“

“혹시 저희도 이송설비 설계, 입찰 등에 참여가 가능할까요?

이번 프로젝트로 회사 손실을 만회해야하거든요.“

이팀장의 어이없는 이야기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기초 설계 당시부터 부산물 형상 예측 실패로 인한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것만으로도 나름의 성과 아닌가요?“

“혹시나 해서 여쭤본 거였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회사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엔지니어로서 자신의 설계와 시공, 그에 따른 결과는 책임져야 한다 생각한다.

이팀장의 이야기는 나에게 너무 무책임하게 다가왔다.

설계, 시공, 시운전 기간 내내 이팀장의 무책임함은 나로 하여금 무력감에 빠져들게 했다.

하, 이제 고작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으려 하는데,

내가 계속할 수 있을까

불현듯 허탈감, 무력감이 몰려온다.

‘그래, 우선 지금의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자!

지금의 나에게는 지금의 프로젝트를 최선을 다해 마무리 짓는 것이 최우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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