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완벽(完璧)이라는 아름다운 역설

빔 벤더스의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by 관성 Feb 01. 2025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 Wim Wenders | 2024



영화의 주인공인 '히라야마'라는 인물의 삶을 영화에서 묘사하지는 않지만

관객은 그가 가족과 동떨어진 다른 세상을 스스로 선택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서 그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음악은 마치 독백처럼 그의 상황을 대변한다.

나는 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중점으로 영화를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슬로건은 왜 '당신의 하루가 어떤 기쁨으로 채워져 있는지‘ 묻고 있을까? 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기를 비란다.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며, 주관적인 해석과 감상이 반영되어 있습니다.영화를 직접 감상하실 분들은 참고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새벽 동트는 도시 풍경 속 청소하는 환경 미화원

이른 새벽 Tokyo Toilet이라는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히라야마는 공공 화장실 청소부이다.

현관문을 열기 전 그는 차키와 동전을 챙겨 나가 그대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신다. 그가 출근하는 길 처음으로 나온 음악은,


https://www.youtube.com/watch?v=aNSH8OdHx2A

<The House of the Rising Sun - The Animals>

Sometimes I feel so happy 가끔 난 참 행복하고

Sometimes I feel so sad 가끔 너무나도 슬퍼.

Sometimes I feel so happy 가끔 난 참 행복해.

But mostly you just make me mad 하지만 대부분 넌 그냥 날 화나게 해.

Baby you just make me mad 넌 날 화나게 할 뿐이야.

Linger on your pale blue eyes 자꾸만 머물게 돼 네 창백한 푸른 눈에.






# 코모레비와 필름 카메라

히라야마는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을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다.

일을 마친 저녁에는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혼자 맥주를 마시고 돌아와

전등불을 끄고 스탠드 조명을 켠 채로 윌리엄 포크너의 책 야생종려나무를 읽기 시작한다.

점심에 본 나무들이 일렁이는 꿈이 지나가고 이튿날도 마찬가지로 차키와 동전을 챙겨 출근하는
히라야마가 출근길에 듣는 음악은 밝은 멜로디를 가졌지만 비관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C-VscEQugk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 Otis Redding>

Sittin' in the mornin' sun 아침 햇살 아래 앉아

I'll be sittin' when the evenin' come 저녁이 와도 그대로일 거야.

Watching the ships roll in 배들이 들어오는 걸 보다가

And then I watch 'em roll away again, yeah 다시 떠나는 걸 바라보네.

I'm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난 부두에 앉아

Watching the tide roll away 밀려가는 파도를 보며

Wastin' time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어.

I left my home in Georgia 조지아를 떠나

Headed for the 'Frisco bay 샌프란시스코로 왔지만

I've had nothing to live for 기댈 것도 없고

Look like nothin's gonna come my way 앞으로도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아.

So I'm just gonna sit on the dock of the bay 그래서 난 그냥 여기 앉아

Watching the tide roll away 파도가 밀려가는 걸 바라보며

I'm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어.








# 돈이 없으면 사랑도 못하냐고 투덜거리는 동료

동료가 데이트를 위해 히라야마의 차를 빌려 가려고 하고, 동료는 과시하듯 여자에게 그에 대해 떠든다.

여자는 그의 차를 둘러보다 음악이 마음에 든다며 카세트테이프를 빌려간다.


https://www.youtube.com/watch?v=H4iksb1HG9E

<Redondo Beach - Patti Smith>

Late afternoon, dreaming hotel  늦은 오후, 꿈꾸는 듯한 호텔

We just had the quarrel that sent you away 우린 방금 다퉜고 넌 멀리 가버렸어

I was looking for you, are you gone gone? 널 찾고 있었어. 정말 떠나버린 거야?

Called you on the phone, another dimension  전화했지만 마치 다른 세상 같았어

Well, you never returned, oh, you know what I mean 그래 넌 돌아오지 않았어. 무슨 말인지 알지?

I went looking for you, are you gone gone? 널 찾으러 갔는데 정말 떠나버린 거야?

Down by the ocean, it was so dismal 바닷가에 가봤지만 분위기는 너무 우울했어.

Women all standing with a shock on their faces 여자들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서 있었고

Sad description, oh, I was looking for you 슬픈 광경이었어 난 널 찾고 있었어.

Everyone was singing, girl is washed up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그녀는 물에 떠밀려왔지

On Redondo Beach and everyone is so sad 레돈도 해변엔 슬픔이 가득했어.

But I was looking for you, are you gone gone? 하지만 난 널 찾고 있었는데, 정말 떠나버린 거야?

Pretty little girl, everyone cried 예쁜 소녀야 모두가 울었어.

She was the victim of sweet suicide 그녀는 달콤한 죽음의 희생자였어.










# 정체 없는 밤의 도로

돈이 없어 히라야마의 카세트테이프를 판매하려고 하는 동료에게 그는 결국 돈을 빌려주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던 히라야마는 도시의 야경을 멍하니 보고 서있다.

텅 비어버린 지갑을 살피던 그는 집으로 돌아와 혼자 컵라면을 먹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fRDtVsAvM-8

<Sleepy City - The Rolling Stones>

Walkin' the sleepy city 졸린 도시를 걸으며

In the dark it looks so pretty 어둠 속에서 보니 정말 아름다워.

Till I got to the one cafe 한 카페에 도착할 때까지

That stays open night and day 밤낮으로 문을 여는 곳이야.

Just a lookin' at the sleepy city 그저 졸린 도시를 바라볼 뿐

In the night it looks so pretty 밤에는 더 예쁘게 보이겠지.

No one sees the city lights 아무도 도시의 불빛을 보지 않아.

they just care about the warmth inside 그들은 그저 따뜻한 실내에만 관심이 있을 뿐.

No one listens to what people say 아무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아.

I just sit and hear the radio play 난 그냥 앉아 라디오 소리를 듣고 있어.










# 청소 중 발견한 의미 없는 쪽지 그리고 휴일

화장실 청소 중 누군가 벽 틈에 빙고 게임으로 보이는 쪽지를 숨겨놓은 것을 발견한 히라야마는 쪽지를 버린다. 혼자 도시락을 먹다가 우연히 어떤 여자에게 인사를 건네게 된 그는,

쓰레기 속에서 다시 메모지를  찾아 벽 틈에 숨기며 누군가와 빙고 게임을 주고받게 된다.

휴일을 맞이한 그는 음악을 감상하며 낮잠에 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V0--emrNth8

<Perfect Day - Lou Reed>

Just a perfect day 그냥 완벽한 하루야

drink sangria in a park 공원에서 상그리아를 마시자.

and then later 그리고 나중에

when it gets dark we go home 어두워지면 우리는 집에 가는 거지.

Just a perfect day 그냥 완벽한 하루야.

feed animals in the zoo 동물원에서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and then later a movie, too 그리고 나중엔 영화도 보고,

and then home 그리고 집으로.

Oh it's such a perfect day 정말 완벽한 날이야.

I'm glad I spend it with you 너와 함께 보내서 기뻐.

oh such a perfect day, you just keep me hangin' on 정말 완벽한 날이야. 넌 날 계속 버티게 해.









# 세탁소와 사진관, 서점과 술집

휴일의 히라야마는 편한 옷을 입고 세탁소에 가고, 사진관에서 필름 현상을 맡기고,

서점에 들어가서 고다 아야의 책 ‘나무’를 구매한다. 휴일에도 혼자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히라야마의 삶은 단조롭고 자유로워 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C6pK2NnGCv0

<Sunny Afternoon the - kinks>

The tax man's taken all my dough 세무원이 내 돈을 다 가져갔어.

And left me in my stately home 그리고 나를 내 당당한 집에 남겨두었어.

Lazin' on a sunny afternoon 화창한 오후에 빈둥대며

And I can't sail my yacht 그리고 나는 요트를 항해할 수 없어.

He's taken everything I got 그 사람은 내가 가진 모든 걸 가져갔어.

All I've got's this sunny afternoon 나에게 남은 건 화창한 오후뿐이야.

Save me, save me, save me from this squeeze 구해줘 구해줘, 이 압박감에서 날 구해줘.

I got a big fat mama tryna break me 나한텐 날 무너뜨리려는 뚱뚱한 엄마가 있어.

And I love to live so pleasantly 그리고 난 즐겁게 사는 걸 좋아해.

Live this life of luxury 사치스러운 삶을 살아보는 거야.

Lazin' on a sunny afternoon 화창한 오후에 빈둥대며

In the summertime 여름에는.

In the summertime 여름에는.









# 식물등이 비추는 계단에서 기다리는 니코

어김없이 퇴근 후 혼자 술을 마시고 밤에 돌아온 히라야마는 부모님과 다투고 계단에서 그를 기다리는 조카와 마주치게 된다. 다음 날 그는 조카와 함께 공공화장실에 일을 하러 가는 길 함께 음악을 듣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UfmkgQRmmeE

<Brown Eyed Girl - Van Morrison>

Hey, where did we go? 우리 어디로 갔지?

Days when the rains came 비가 오던 날들.

Down in the hollow 움푹 들어간 곳 아래로

Playin' a new game 새로운 게임을 하면서.

Laughin' and a-runnin', hey, hey 웃으며 달려가

Skippin' and a-jumpin' 건너뛰고 점프해.

In the misty morning fog with 안개 낀 아침 안갯속에서

Our, our hearts a-thumping and you 우리, 두근거리는 심장 그리고 너

My brown-eyed girl 내 갈색 눈의 소녀.








# 완벽이라는 아름다운 역설

히라야마라는 인물의 삶을 영화에서 묘사하지는 않지만

관객은 그가 가족과 동떨어진 다른 세상을 스스로 선택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고립된 삶은 그가 향하는 곳이 매번 원활한 것과 반대로 맞은편의 도로는 정체된 것으로 표현된다.


바쁘게 교차로를 걷는 인파와 반대방향으로 느리게 걷는 히라야마는 조용히 충돌하고 있다.

충돌 속에서도 가족에게 화해의 포옹을 건네고 흐느끼다 다시 낡은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발걸음이나,

쓰레기 사이에서 다시 주워 담아 낯선 이와 주고받은 쪽지를 통해 받게 된 감사의 표시가,

그렇게 우연히 마주한 낯선 상황들이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삶을 지탱하는 작은 심경의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언뜻 보면 히라야마가 반복되는 일상 속 소박하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해 간다는 면에서

완벽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일상 속 같은 하루는 단 하루도 없고

낯설거나 반가운 사람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득하다.

매 순간 같은 구도를 촬영해도 다르게 현상되는 사진처럼

매번 반복되는 일상 속 흠결 가득한,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완벽한 하루라는 아름다운 역설을 포착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NMKGYiJpvg

<Feeling Good - Nina Simone>

Birds flying high, you know how I feel 높이 나는 새들, 내 기분 알잖아.

Sun in the sky, you know how I feel 하늘에 떠있는 태양, 내 기분이 어떤지 알잖아.

Breeze driftin' on by, you know how I feel 불어오는 바람, 내 기분이 어떤지 알잖아.

It's a new dawn 새로운 새벽이야.

It's a new day 새로운 날이야.

It's a new life for me, yeah 나에겐 새로운 삶이야, 그래.

And I'm feeling good 기분이 좋아.





본문에서 인용된 음악은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eqfkOoXTU1bqJknpwfqmC9kFEexVyIsq&si=aYB87NHju0BtrO5S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에게는 계획이 필요하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