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한 주일미사
Fall Equinox, 2024년 가을의 첫날.
어느덧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한
동네의 골목길을 따라 주일 미사에 갑니다.
학교숙제가 많은 첫째 요요와,
요즘 신앙의 권태기(?)를 보내고 있는 아내 대신
둘째 요둘이가 아빠와 함께 미사에 갑니다.
주변에 사람도 거의 없는 고즈넉한 성당 가는 길,
아이는 아빠가 가르쳐준 개다리 춤을 응용한
"개다리 걸음"을 연습합니다.
학교에서 보여주면 친구들이 좋아한답니다.
잘하는 부분은 칭찬을 해주고
아직 부족한 부분은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개다리 걸음을 완성시킵니다.
메이플 나무 아래를 지날 때는
바닥에 수북하게 떨어진 헬리콥터 씨앗을 골라
하늘로 던져 누구 것이 더 오래 나는지 내기도 합니다.
미사가 시작되면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을 모아 합장을 합니다.
미사 내내 성가도 열심히 따라 부르고
신부님의 어려운 강론 말씀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아빠와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나면,
평화의 인사를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아직 어려서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아이를 안아주고
머리에 입을 맞추며, 귀에 대고 조용히
"Peace be with you, Yodul. I love you!"
라고 평화의 인사를 하면,
아이는 "I love you, too, 아빠!"라고 화답하며
아빠를 꼭 안아줍니다.
귓전에 울리는 아이의 음성과
품에 안긴 아이의 익숙한 냄새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며 저도 모르게
"아, 죽어도 좋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주일에는 요요와 아내도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