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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Pie Feb 19. 2023

아, 선행 학습…

아, 선행 학습…

물론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수학에 재능이 있는 소수의 아이들은 선행학습을 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라 하더라도 빨리빨리 배우려 하기보다는 차라리 그 노력으로 더 깊고 폭넓게 배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네, 압니다. ‘더 깊고 폭넓게’ 배운다? 이게 말이 쉽지… 그리고 주변에 ‘빨리빨리’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가는 넘쳐나지만, ‘깊고 넓게’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가는 찾기도 어렵죠. 학교 시험에 잘 안 나오는 이런 식의 수학 지도방식에 대한 수요는 많지 않을 테니까요.


나중에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될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학교에서 이 지긋지긋한 수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논리적 사고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뭐 꼭 수학만이 사회에 나가서 필요한 이런 능력들을 키워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의문이 듭니다만 일단 그렇다 칩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논리적 사고 능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수학문제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11학년 아이들에게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 최댓값을 구해야 하는 문제를 던져 주면, 미적분을 미리 배운 녀석들은(주로 과외받는 아시아계 학생들) 미분을 이용해서 1분 안에 답을 찾아내고는 자랑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주 스마트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왜 그렇게 되는지 제대로 설명을 못해요. 심지어 그냥 ‘XXX 공대’ 다니는 자기 튜터가 이렇게 풀면 된다고 했답니다. 선행학습의 또 다른 문제는, 아이들이 한번 이렇게 쉽고 빠른 방법을 배우고 나면 눈과 귀를 닫아버리고, 좀 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다른 방법들은 굳이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미적분을 아직 안 배운 녀석들은 답을 찾기 위해 진짜 별짓을 다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실패합니다. 하하!) 하지만 가끔 이런 아이들이 찾아내는 방법들이 신선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인터넷에 있는 그래핑 계산기에 데이터를 입력해서 그래프를 그린 후, 주어진 범위 안에서 가장 높이 위치한 포인트를 찾아내는가 하면, 아니면 아주 무식(?)하게 여러 가지 경우로 나누어 직접 실험을 해서 결과를 가지고 패턴을 유추해서 답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또 어떤 아이들은, 비록 수학지식이 아직 부족해서 이유도 모르고 설명도 못하지만, 여러 단계의 'Guess & Check'을 해서 결국 비슷한 답을 찾아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과연 위에 언급한 아이들 중, 어떤 아이들이 진짜 더 창의적이고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일까요?


아이가 수학에 흥미가 있고 잘한다면, 굳이 다음 학년 선행학습을 시키기보다는 작기 학년에 맞는 수학 경시 대회를 준비하고 참가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국 떠나온 지도 25년이 다 되어가고 해서 고국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순진한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입시 경쟁이 덜한 캐나다 학생들을 위한 조언이라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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