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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Oct 24. 2024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

작사/작곡 정석원

안녕하세요?

오늘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015B'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S_S0 jKvsP50? si=4 mWAEsepz3 xXQegv

처음에 만난 그 느낌


그 설레임을 찾는다면


우리가 느낀 실증은


이젠 없을 거야


-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 가사 중 -




015B는 1990년에 데뷔했습니다. 그룹 무한궤도의 멤버였던 정석원이 친형인 장호일과 함께 만든 그룹입니다. 팀명 015B는 무한궤도의 또 다른 표현법으로 무 = 0 한 = 1 궤도 = 5B (Orbit)라고 하네요. 2집부터는 한자로 '空一烏飛'로 적당한 한자로 끼워 맞췄다는 후문입니다. 

015B는 객원 가수 시스템의 시초입니다. 윤종신, 김돈규, 신해철, 호란, 용준형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객원 가수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3집 'Third Wave'에 실린 타이틀곡입니다. 이 앨범은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4집 역시 '신 인류의 사랑'이라는 곡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1996년 6집을 끝으로 활동이 중단되었는데요. 이후 장호일 씨는 각종 예능과 영화, 드라마 등에서 활동했고요. 정석원 씨는 작곡가, 프로듀서로 활동했습니다. 활동 중단 10년 차인 2006년 다시 모여 7집을 발매했고요. 이후 비정기적으로 미니앨범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는 자체 레이블인 the015B를 만들어 이전보다 활발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989년 결성되어 현재까지도 활동을 하고 있으니 업력이 35년이나 되네요. 정석원 씨는 작사, 작곡, 편곡을 맡고 있고 장호일 씨는 프로듀서 겸 기타와 베이스를 연주합니다. 매달 싱글을 발매하고 매월 2월에 1년간 발표한 싱글을 모아 'Yearbook'을 발매하는 형태로 음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곡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처럼 꾸준하게 음악활동을 한다는 게 참 음악인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정도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아주 오래된 연인들'입니다. 이 노래를 만든 정석원 씨는 아마도 본인을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의 연애가 길어진 커플들에서 모티브를 찾은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사귄 지 오래되면 커플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곡이죠.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 하지'가 첫 가사입니다. 각자 일과를 소화하고 특별한 일정이 없는 저녁이 되면 으레 껏 서로에게 연락을 합니다.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일상에서 나눌 이야기도 변변치 않은 상황. 관심은 없지만 관심을 갖는 척하고 있는 게 아닌가.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라도 말이죠. 오래 사귄 커플을 보는 듯한 한 장면입니다. 

'가끔씩은 사랑한단 말로/ 서로에게 위로하겠지만/ 그런 것도 예전에 가졌던/ 두근거림은 아니야' 부분입니다. 이쯤 되면 계속 만나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겠죠. 그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뜬금없이 던지는 말이 사랑해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지만 문제는 예전처럼 그 말에 가슴이 설레지 않는다는 점이죠.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뭔가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2절을 보시죠.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고/ 서로를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을 하지' 부분입니다. 하하하. 주말에도 딱히 할 일이 없는 상황. 습관적으로 상대에게 연락을 하고 약속도 잡습니다. 정말 만나고 싶은 마음이 내켜서라기보다는 주말의 하루쯤은 상대를 위해 시간을 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이죠. 그래서 화자는 만남이라고 쓰고 봉사라고 읽습니다. 

'가끔씩은 서로의 눈 피해/ 다른 사람 만나기도 하고/ 자연스레 이별할 핑계를/ 찾으려 할 때도 있지' 부분입니다. 현실적으로 이 지경에 이르면 새로운 사람을 향해 곁눈질을 하게 됩니다. 보통은 안 들키려고 하겠지만 이런 커플들은 차라리 발각이 되어서 명백한 이별 사유가 되길 내심 바라고 있는 걸까요? 같이 있어도 즐겁지 않으나 딱히 헤어질 이유도 없는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처음에 만난 그 느낌/ 그 설레임을 찾는다면/ 우리가 느낀 실증은/ 이젠 없을 거야' 부분입니다. 설렘->익숙함->싫증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에서 다시 설렘으로 돌아가길 꿈꾸고 있습니다. 쉽지 않죠? 그래서 '~면'이라는 가정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커플의 끝은 어찌 되었을까요?


음. 오늘은 '싫증'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국어 사진을 찾아보니 실증이 아니라 싫증이었습니다. 싫은 생각이나 느낌 또는 그런 반응을 뜻하는 것으로 '싫다'라는 형용사에 증상을 나타내는 명사 '증'자가 결합한 말입니다. 싫증을 내다, 싫증이 나다처럼 쓴다고 하네요.
나는 빨리 싫증 내는 성격이야 이런 말 듣거나 하신 적 있으신가요? 뭔가 집중력을 발휘하는 기간이 짧은 경우를 가리키죠. 권태라는 단어가 유사어라고 할 수 있죠. 우리 왜 싫증을 내는 것일까요? 싫어하는 증상이 왜 나타나는 것일까요? 오늘 탐구할 부분입니다. 하하하.

누군가 이런 말을 한 걸 주워들었습니다. 무언가가 싫어졌다는 것은 그만큼의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이라고요. 싫어지면 다시는 그걸 안 보려 하고 공부할 기회도 사라지니 그 분야에서 성장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각자 싫은 영역을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우리가 무언가가 싫어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중 하나는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은데요. 독서가 좋다고 누군가에게 독서를 강요하면 그 누군가는 독서에 금방 싫증을 느낄 겁니다. 우리가 월요일 회사에 가기 부쩍 싫은 것도 강제 혹은 의무감 같은 것이 작동해서겠죠.

이 노래에서도 화자는 평일 저녁이고 주말이고 커플이라는 관계를 지탱하기 위해 없는 마음을 내서 혹은 습관적으로 상대에게 연락해서 데이트를 합니다. 그리고 즐거운 시간을 봉사라는 이름으로 마무리하죠. 이성을 만나러 가는 길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워야 하는데 이리 고역이 되다니요.

다음으로는 변화가 없을 때가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는 '고여있을 때'라고 말하시던데요.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 말이죠. 그 말도 맞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말을 통해 사람의 마음이나 행동이 움직여지지 않아서가 진짜 이유가 아닐까요? 매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데도 그걸 들은 채 만 채 하는 상황 말이죠. 처음엔 답답함을 느끼다가 좀처럼 변한 척도 안 하는 상대라면 싫어질 거잖아요.

어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보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우린 관계를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어 하죠. 당연히 남남이었다가 가까워지는 초반, 그리고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익숙해지는 중반까지는 큰 걱정이 없을 겁니다. 문제는 설렘을 잃어버린 중반 이후겠죠? 사랑보다는 전우애가 가까운 그 단계 말이죠.

인간관계론 같은 책을 보면 서로에게 심심치 않은 자극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교과서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 교과서대로 살긴 쉽지 않죠. 학원 안 가고 교과서 중심으로 국, 영, 수 공부해서 서울대 가는 사람이 어디 흔한가요? 하하하.

제가 제시하는 설루션은 '따로 또 같이'입니다. 만약 남자는 액션 좋아하고 여자는 호러 좋아한다고 했을 때 영화관 갈 때마다 특정 장르만 볼 수도 없고 한 번 액션보고 한 번 호러 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는 극장까지만 같이 가는 걸 제안합니다. 영화는 각자 보고 끝나고 만나면 되잖아요. 

이 노래에서처럼 저녁이고 주말이고 계속 보니까 싫증이 샘솟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의무감으로 만나지 말고 각자의 삶을 살다가 가끔씩 시간 맞을 때 보면 애틋하고 좋을 것 같은 데 말이죠. 제가 주말부부를 해 보니 자주 볼 때는 못 느끼던 감정을 있더군요. 따로가 없이 같이만 있는 관계는 싫증의 단계로 빨리 접어듭니다.

우리는 설렘->익숙함->싫증 혹은 권태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메커니즘의 속도를 늦추거나 해당 감정의 정도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죠. 그래서 좋은 것은 아껴서 봐야 하고요. 상대만 보지 말고 자신도 함께 보면서 가야 합니다. 싫증을 대하는 나름대로의 현명한 방법을 찾으시길 바라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저도 싫증을 꽤 느끼는 타입의 인간임을 고백합니다. 직장을 많이 옮긴 것도 상사와의 갈등 이런 게 아니라 제 자신의 싫증 때문이었죠. 전 공부할 무언가가 보여야 싫증을 안 느끼는데, 한 3년 빡시게 파헤치면 새로운 게 잘 보이질 않더군요. 그래서 이직을 솔루션으로 삼아왔죠. 하하하. 지금은 직장보다는 콘텐츠로 눈을 돌려서 그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 파고 있는 콘텐츠는 클래식이고요. 다음은 미술로 이동 루트를 짜놨죠. 각자의 방법으로 싫증과의 싸움에서 잘 이겨내시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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