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RG는 1997년 데뷔했습니다. 1996년 이성진과 천명운이 결성한 2인조 남성그룹 하모하모에서 발전했죠. 소방차의 멤버였던 김태형과 정원관이 함께 프로듀싱한 그룹입니다. 1세대 아이돌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 들어보니 중국풍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팀명 NRG는 'New Radiancy Group'의 약자로 '새롭게 빛나는 찬란한 그룹'이라는 뜻입니다. 멤버는 노유민, 민성훈, 김환성 이렇게 5명이었고요. 2005년 7집을 끝으로 개별 활동 모드에 들어갔고 2015년 이성진, 천명훈, 노유민이 데뷔 20주년 기념으로 새 앨범을 발표했지만 2022년 해체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그들의 첫 번째 앨범의 타이틀 곡이자 데뷔곡이기도 합니다. IMF의 직격탄을 맞는 가운데오 약 40만 장이 판매되었다고 하네요. 참고로 중국에서는 300만 장을 팔며 HOT보다 더 인기가 있었습니다. 데뷔를 하고 6년이 지나서야 음악방송 1위를 할 만큼 끈기가 있는 팀이었고요.
고생을 꽤 많이 한 팀이죠. 불공정 계약으로 3집에서 이성진과 천명훈이 탈퇴하면서 급격히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막내 김성환이 자살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god와 함께 장수그룹의 대명사로 꼽혔는 1세대 그룹인데요. 예능에도 활발히 참여하면서 멤버들의 인지도도 높은 편이었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할 수 있어'입니다. 제목은 '할 수 있어'인데 곡 안의 가사는 '할 수 없어'라고 되어 있는데요. 가사가 잘못된 것일까 살펴봤는데 '할 수 없어'가 맞았습니다. 이렇게 가사와 제목을 없어와 있어로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단순 실수일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처음에 배치되어 있는데요. '할 수 없어/ 널 사랑한다는 말/ 또 널 그리워한단 말/ 니 주위에서 난 항상 맴돌고 있어/ 니 앞에선/ 땅만 쳐다보고 있어/ 고개도 들 수 없어/ 단 한 번의 내 첫사랑을 위해서' 부분입니다. 첫사랑이자 짝사랑을 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이네요. 너무 심장이 콩당콩당 해서 고백이 어렵다는 의미의 '할 수 없어'라는 가사와 제목을 한 번 떠올려 보심 어떨까 싶네요.
랩 부분입니다. '오! 내 맘을 전해줘 누구라도/ 내가 여기 서 있겠다 해 줘 빠라빠라/ 너를 누구보다 아껴줄 내가 여기 있어 빠라빠라/ 니가 나를 어! 사랑할 때까지 그때까지/ 널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 너무나 힘들어/ 쓰러질 때까지 널 원할 때까지 그때까지 받아줘/ 니 안에 있게 해 줘 울리지 말아 줘/ 나를 그저 너의 옆에서만 같이 있게 해 줘'입니다. '빠라빠라'라는 의성어가 참 진귀하죠? 하하하. 화자의 염원을 표현한 가사입니다. 그저 옆에만 있게 해 달라는 바람을 담고 있는 가사네요.
'언제쯤 내 맘을 넌 알아줄까나/ 언제쯤 나를 애타게 안 할까/ 우리는 우연일까 아니 필연일꺼야/ 나를 사랑한다 해/ 이렇게 평생을 너와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 슬픔은 나눌 수 있고 기쁨은 배로 함께 할 수 있잖아' 부분입니다. 하루빨리 상대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왔으면 하죠. 우연과 필연을 들먹이며 상대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말하고 동시에 그 사랑이 맺어졌으면 하고 기대해 봅니다.
'어떻게 해 나를 도와줄 사람/ 또 그녀에게 전해 줄/ 날 도와줘 끝나지 않게 해 줘/ 내 마음을 그녀에게 전해/ 단 한 번의 첫사랑을 위해서' 부분입니다. 혼자로는 힘에 부치는지 외부의 힘에 의지해 보려 합니다. 첫사랑에 의미 부여를 하며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하는 화자의 의지가 돋보입니다.
음. 오늘은 가사 '슬픔은 나눌 수 있고 기쁨은 배로 함께 할 수 있잖아'에서 착안하여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옛말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죠. 요즘은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된다' 정도로 패러디가 된다고도 하는데요. 너무 씁쓸하고 삭막하죠?
중국 속담에서 '행복은 함께 누리고 어려움은 함께 겪는다'는 유사 표현이 있습니다. 우정, 결혼, 의리 따위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속담이라고 하네요. 모르긴 몰라도 세계 어느 나라를 찾아봐도 이와 유사한 표현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보다도 과거에는 더 많이 쓰였을 거고요.
기쁨과 슬픔은 과연 타인과 나누어지는 감정인가?처럼 예부터 사용해 왔으니까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 말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쁨을 나누어서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어서 반이 되는 경험을 해 보셨나요?
혹자는 진짜 우정이 타인이 승진했거나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경우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축하를 해 주지만 속으로는 시기와 질투 같은 감정이 지배적인 경우가 많아서이겠죠. 특히 자신과 경쟁하는 상대에게 이런 태도를 보기 기는 말처럼 쉽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기보다는 질투가 된다는 비아냥이 난무하는 것이겠죠.
슬픔 쪽을 살펴볼까요? 우린 자신의 슬픔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눈물에서 눈물이라도 나오면 고개를 돌리거나 황급히 화장실을 찾는 것도 그런 경우죠. 그런 누군가가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슬픔을 언급한다는 건 그만큼 상대를 믿을 만하다고 여기는 것을 뜻할 겁니다.
그런데 그 슬픔이 약점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믿었던 상대가 그 이야기를 주변에 폭로하가나 악용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겠죠. 만약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면 아니 개인의 입장에서 한 번만 겪어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슬픔을 나누는 행위는 금기시될 게 뻔합니다.
저는 이 표현에서 생략한 것이 있어 보이는데요. 바로 '누구랑'입니다. 기쁨과 슬픔을 나눈 누군가가 사라진 현장에서는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된다'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사람 혹은 가족, 진정한 친구와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것과 그렇지 않은 집단과는 다를 테니까요. 만인에게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은 '돌고 도는 관계'이죠. 자신이 먼저 진정으로 기뻐해 주고 슬퍼해 주지 않으면 상대 역시 내가 기쁘고 슬픈 상황에 놓여 있을 때 똑같은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니까요. 기쁨이 질투가 되고 슬픔이 약점이라고 비아냥 거리는 상황에서 먼저 발 벗고 그 본래 의미를 회복해 보겠다고 나서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는 셈이죠.
이 노래에서 화자는 상대와 그런 관계가 되기를 바라고 있죠. 사랑의 모습은 상대의 기쁨을 같이 기뻐해 줄 수 있고 상대의 아픔에 더 아파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일 테니까요. '돌고 도는 관계'를 적용해 보면 화자뿐만 아니라 상대방 역시도 그런 태도를 취해야 온전한 모습이 될 겁니다.
여러분들은 주변 사람이 좋은 일을 겪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있나요? 나쁜 일을 겪었을 때 진심으로 그 슬픔을 반땡하려 노력하고 있나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예전에 퇴사하시는 한 분이 '진심으로 내가 떠나는 회사가 잘 되길 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그래야 내가 나중에 술 한잔이라도 얻어먹는다'는 우스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떡고물이라도 받아먹으려면 누군가를 시기, 질투하기보다는 응원하는 편이 훨씬 이로운 행동인 듯합니다. 적대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어 봐야 본인만 힘든 법이니까요. 진심으로 축하하고 위로하며 삽시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