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방실이의 <서울탱고>

작사 소산 작곡 방기남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방실이'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ZqLrPLiqgGE? si=aLRADCG6 z6 e3 RfhD

내 나이 묻지 마세요 내 이름도 묻지 마세요

이리저리 나부끼며 살아온 인생입니다


고향도 묻지 마세요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서울이란 낯선 곳에 살아가는 인생입니다


세상의 인간사야 모두 다 모두 다 부질없는 것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 같은 것


그냥 쉬었다 가세요 술이나 한잔 하면서

세상살이 온갖 시름 모두 다 잊으시구려


- 방실이의 <서울탱고> 가사 중 -




방실이는 서울시스터즈 멤버로 1986년 데뷔했습니다. 미 8군 부대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했고요. <방실이와 두 여자>, <글래머걸스> 등 여러 그룹을 결성해 활동하며 무명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1985년 국내 유일의 여성 트리오인 서울시스터즈가 결성되어 멤버로 참여합니다.

1집 앨범 <첫차>를 시작으로 1987년 2집 <뱃고동>, 1988년 3집 <청춘열차>를 발표하며 리스너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1989년 두 팀원의 결혼으로 인해 서울시스터즈는 해체가 됩니다. 1990년 그녀는 솔로 가수로 데뷔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1집 타이틀곡입니다.

1992년 2집 <여자의 마음>을 발표했고 1994년 결혼하면서 가요계를 잠정 은퇴합니다. 2000년 가수로 복귀했고 2002년 <뭐야 뭐야>로 재기에 성공하죠. 2005년 <아! 사루비아>, 2006년 <괜찮아요>를 연속해서 발매했으나 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사실상 은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난해 하늘나라로 떠났죠. 흑흑.

비교적 통통한 몸이었지만 유연해서 댄스 실력도 있었고 특유의 시원한 가창력이 일품이었던 가수였습니다. 그녀의 가수 데뷔곡인 <첫차>는 2007년 2월에는 후배 가수인 슈퍼주니어가 리메이크했고 이때 직접 피처링에 참여하고 합동공연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서울 탱고'입니다. 탱고는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저나 간 춤이죠. 탱고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썰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19세기말 이주 노동자들과 하층민들이 거주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에서 이민자들의 춤으로 시작됐다가 상류사회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하네요. 이민자들이 품고 있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 낯선 곳에서 삶을 살아내기 위한 열정과 슬픔, 사랑과 이별을 담아낸 춤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노래 역시 서울살이 힘겨움을 표현하고 있죠.

'내 나이 묻지 마세요/ 내 이름도 묻지 마세요/ 이리저리 나부끼며/ 살아온 인생입니다'가 첫 가사입니다. 나이나 이름은 누군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일 텐데요. 이걸 묻지 말라고 한 것은 회색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정처 없이 떠도는 인생이라서 존재가 한 곳에 뿌리를 내리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고향도 묻지 마세요/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서울이란 낯선 곳에/ 살아가는 인생입니다' 부분입니다. 이번에 태어나고 생활한 곳도 그 무엇도 묻지 말라고 하죠. 서울이라는 잣대를 대는 순간 '이방인'이라는 단 하나의 단어만 남기 때문입니다. 서울 사람과 지방 사람 뭐 이런 이분법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세상의 인간사야 모두 다/ 모두 다 부질없는 것/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 같은 것' 부분입니다. 하지만 화자는 말합니다. 이와 같은 구분 짓기가 다 부질없다고요. 어디에 살든 무슨 일을 하던 잠시 머무르다 가는 것뿐이라고요. 구름처럼 정처 없이 떠돌다 사라지는 것이 우리 삶이라고요.

'그냥 쉬었다 가세요/ 술이나 한잔 하면서/ 세상살이 온갖 시름/ 모두 다 잊으시구려' 부분입니다. 그러니 그냥 힘들 땐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술이나 한 잔 하며 세상 시름을 잊어보라고 권합니다. 타향살이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일자리와 사람이 있지만 어디 하나 정 붙일 곳 없는 서울이라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것이 그만큼 고단하고 외롭다는 의미겠죠?


음. 오늘은 '서울'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서울 하면 여러분들은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각종 자원과 인력이 집중화된 곳, 우리나에서 땅값이 가장 높아서 다리 뻗고 누울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곳, 가장 많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지만 아무나 누릴 수는 없는 곳 뭐 이런 이중적 이미지 아닐까요.

현재 서울 인구는 933만 명입니다. 그 근교의 경기권까지 합치면 2천만 명을 훌쩍 넘죠. 아마 추측건대 서울 사람들 일부는 경기권은 서울과 다른 지역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얼마 전에 너튜브 영상을 보다가 부산에서부터 서울로 면접을 보기 위해 올라오는 취준생들의 사연을 접했는데요. 어떤 이는 새벽 기차나 버스를 타고 어떤 이는 하루 전에 올라와서 숙박을 하더군요.

지방에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젊은 이들은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고 막상 서울에 진입해도 주거비로 월급의 상당 부분을 내야 하는 처치였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다시 지방행을 선택하기도 하고 혹자는 경기권에 살며 서울을 왕래하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요.

거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카피는 서울은 20대를 삼키고 30대를 뱉어내는 도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20대에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에 입성하지만 녹록지 않은 삶을 살다가 그만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경향을 그렇게 표현했더라고요. '서울에 다 무너지는 집이라도 하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극과 극이다. 서울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경쟁 우위를 갖는다'라고 했던 한 출연자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에서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갔던 그때가 떠오르는데요.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거든요. 하물며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집값 등 부의 편중화가 심해져서 그 격차가 엄청날 거라고 예상됩니다.

서울의 면적은 우리나라의 0.6%입니다. 넓게 봐서 경기도권까지 더해도 11.8%죠. 그 지역에 인구의 50%가 넘는 2,600만 명 이상이 도란도란 살고 있죠. 10분의 1의 땅에 2분의 1의 인구라니. 헉. 더 신랄하게 표현하자면 1㎢당 전국 평균은 518명이나 서울은 16,076명이라고 합니다. 거의 30배 수준이죠. 헉헉

저는 업무를 위해서 자주 서울을 가지만 서울에서 살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지내야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주말부부를 선택했죠. 하하하. 누군가는 서울이 가진 장점만을 강조해서 보기도 하는데 저는 반대로 강점보다는 단점이 더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각자 다 다르겠지만요.

서울로의 초집중화를 위한 대안으로 지방분권 시대니 서울대를 파리 8 대학처럼 전국에 단과별로 흩뿌려놓아야 한다니 다양한 방안들이 쏟아졌지만 하나도 이루어진 것이 없죠. 그중에서 으뜸은 세종시의 건설일텐데 다들 세종시가 아니라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었죠. KTX도 한몫했고요.

제2의 도시라고 부르던 부산이 인구소멸지역으로 분류되었고 반면 서울과 근접거리에 있는 인천이 부산 인구를 뛰어넘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것도 수도권 집중화, 서울 집중화의 단면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과연 서울이라는 조그만 땅떵어리에 얼마의 인구를 집어넣으면 이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까요.

저도 그 답을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은 너무 추가 기울어져서 뭘 한다고 쉽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 노래 제목이 서울 뒤에 탱고를 붙인 이유가 궁금했는데요. 탱고라는 춤을 따라가다 보니 이민자, 낯선 곳, 고향 뭐 이런 단어들과 만나게 되더군요. 태어나서 나고 자란 지역과 실제 사회생활하는 지역의 불일치가 나은 비극을 탱고라는 춤에 담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싶었습니다.

광화문에서 열리는 집회나 월드컵 응원처럼 100만 명이 수놓은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전 세계의 유일한 도시인 서울. 그 이면엔 자원과 인력, 부의 집중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경박한 자본주의 모습, 숨 막히는 도로, 그리고 서로에 대한 무관심 등이 자리하고 있죠. 여러분에게 서울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여러분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사랑하시나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워낙 두서없이 글을 쓴 느낌이네요. 하하하. 서울처럼 큰 도시는 도시 안에서도 피 터지게 경쟁하고 파리, 뉴욕 등 전 세계 도시와도 경쟁한다고 하죠. 우스개 이야기로 먹거리만 있으면 지방에 사는 것이 최고의 복이라고 하던데요. 모두가 좁은 공간에 같이 살지만 누구도 모르는 이 아이러니함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요. 이번생애에 서울에 살지 않아도 됨을 감사히 여기면서.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김정수의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