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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퍼먹는악어 Mar 06. 2023

학급 임원이 되는 101가지 연설

- 임원 선거

초등학교 학급 임원이 되는 101가지 연설.


1.

개학한 지 일주일 됐는데, 제 이름을 아시나요? "김영철." 감사합니다. (전체를 쓱 둘러보고 미소 띤 채 한명 한명 1초 눈맞춤 후  호명) 욱, 최영지, 이성회, 김연진... 며칠 동안 여러분들을 관찰하며 이름을 외웠습니다...


2.

(노래)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여러분은 제게 모두 꽃입니다...


3.

4반 학생'으로 4행시를 해보겠습니다.

4 : 사랑하는

반 : 반친구님들

학 : 학교에서

생 : 생신 축하드립니다.

(학생들이 웃고  난 뒤) 저는 여러분이 웃는 것이 좋습니다...


4. 

눈을 감고 여러분의 특징을 맞혀 보겠습니다. 이름을 불러 주십시오. "정욱.웃깁니다. "최영진." 키가 큽니다. "이성회." 웃는 표정이 예쁩니다. (5-6명에 대한 긍정적 언급 후) 저는 우리 반 친구들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5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을 다 맞힐 수 있습니다. 정말인지 궁금한 친구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정욱." 치킨이요. "최영진." 축구요. "김연진." 수학이요. 저에게도 물어 주십시오. "뭐 좋아해요?"  여러분이요. 저는 여러분이 좋습니다...


나머지 96가지는 라이킷과 구독을 해주시면 메일로 전송...  사실, 내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감과 겸손을 갖춘 태도와 발성이면 충분히 경쟁력 있습니다. 반에 따라 후보가 부족하기도 합니다.




교사의 이야기.


축하합니다. 오늘 연설과 토론을 위해 준비를 얼마나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많이 한 친구들은 그만큼 더 축하합니다. 조금 우쭐해도 좋습니다. 자신의 노력과 성과를 기특해하면서 스스로를 칭찬해 주세요. 오늘 출마한 학생 모두 연설 준비하느라고 며칠간 고민하고 긴장했을 텐데, 애썼습니다.

(하루밖에 준비 안 했는데요.)

(긴장 안 되던데.) 

(조용해.)

낙선한 친구들도 우쭐거리세요. 용기를 내서 출마하고, 떨어져서 실망감을 기꺼이 감수하는 자신을 칭찬해 주세요. 괜찮아요. 떨어져도 돼. 오늘 안 되면 2학기에 또 출마하면 되지. 2학기에 또 안 되면 6학년 때 하고. 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기회가 많아요. 여러분, 아파트 많이 살죠? 엘리베이터 게시판 잘 보면 동대표도 자꾸 뽑아요. 샘은 이제껏 대표를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잘 살고 있잖아요? 원하는 사람은 자꾸 도전하고, 도전하는 자신을 자꾸 격려해 주세요. 운명이 나를 자꾸 낙선시킬 수는 있지만 내 도전을 막지는 못해요. 

후보자들의 연설을 경청한 후 토론에 참여하고 투표한 모두 훌륭합니다. 때로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청하고 숙고하고 배려하는 것이 민주주의 덕목입니다. 그 어려운 걸 여러분이 해냈습니다.   

학급 자치를 위해 임원을 뽑는 시간이었습니다. 학급 자치는 여러분 모두의 것입니다. 학급 자치를 위해 오늘 각자의 역할을 한 겁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찾으면 됩니다. 이끌지, 보조할지, 격려할지, 경쟁할지는 때마다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여러분이 기획하고 추진해 갈 학급 환경, 축제, 생일 등의 이벤트, 갈등 해결, 규칙 제정. 이 모든 것들을 기대합니다. 스승의 날에는 무슨 깜짝 이벤트를 기획하려나?

(갑자기요?)  





교사의 속내 


초등학교 임원 선거는 보통 개학 후 둘째 주 안에 이루어집니다. 학교 전체가 혹은 저학년은 선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자치의 위상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만 초등학생은 책임질 수 있는 것이 한정된 만큼 자치의 한계도 큰 편입니다. 물론, 지지자이자 촉진자로서의 교사의 역할에 따라 자치의 영역은 넓어질 수 있습니다. 학급 임원 선출은 학교 자치의 출발점이고 선거 행위 자체도 의미가 있습니다. 


또래들 앞에 나서서 쿵쾅거리는 가슴을 느끼며 도전하고 패배를 감수하는 것은 요즘의 당돌한 학생들에게도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패배를 어떻게 대할지가 중요합니다. 도전에 실패하면 학생들이 흔히 보이는 방어기제가 합리화입니다. 학급 임원 따위는 시시하다든가, 어차피 관심도 없었는데 누가 시켰다든가 등입니다. 그래서 그 과정을 추켜 세우고 좌절하지 않도록 격려합니다.


상기했듯 당선이 목적이라면 후보자 연설 내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여러 측면에서는 중요하기도 합니다. 연설을 준비하면서 학급 공동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 임원으로서 친구들을 섬기는 마음과 방법에 대한 고민, 창의적 연설을 위한 숙고와 자세, 발성 연습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성장을 위한 좋은 기회입니다. 


국가교육과정 총론에서 추구하는 인간상 중에 하나가 '~민주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 협력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입니다. 민주주의와 교육은 과정과 나눔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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