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퍼먹는악어 Mar 11. 2023

사회성

- 정리정돈

학부모 상담 : 네, 잘 지내고 있다니 안심이 돼요. 선생님. 우리 연진이가 집에서는 허술한데 밖에서는 평가가 좋더라고요, 호호호. 정리 안 하는 거는 집에서랑 똑같네요. 항상 덤벙대고 정리를 잘 안 하고 그러는데 아빠가 그래서 그런 성향이 있는 거 같아요. 학교에서 그러는 게 문제가 될까요?        


-교사의 이야기   


샘이 3월부터 책상검사, 사물함 검사를 꼼꼼하게 하고 있지요? 벌써 두 달 째예요. 책은 오른쪽, 공책은 왼쪽. 넓은 것을 아래로. 필통은 위로. 낱개 종이는 파일에 따로. 여러분이 1학년도 아니고 샘이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심지어 책상하고 사물함은 함께 쓰는 물건도 아니에요. 그래서 어떤 학생들은 '아, 짜증나, 내 물건 내가 알아서 찾는데 왜 매번 뭐라 하시는 거야?'라는 친구들도 있어요.  

책상과 사물함은 혼자만의 것일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실에 있는 물건, 학교에서 마련해 둔 물품은 다 공동의 입니다. 내 책상이자 우리 책상입니다. 내년에는 지금 3학년이 써야 될 물건이에요. 그러니 항상 깨끗하게 써야 합니다.

수업 시간에 자꾸 친구를 기다리게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해당하는 시간이 되거나 쌤이 '가위 빼세요.' 하면 바로바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 꼭 친구를 기다리게 합니다. 창밖에 나무 구경하다가, 새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흘러가는 구름 따라가다가, 저녁에 먹기로 한 치킨 생각하다가...

(와, 치킨. 샘도 치킨 좋아해요?. 저 어제 양념 먹었어요.)

또, 또... 샘 말씀하시는데 누가 얘기합니까? 혹은 친구 구경하다가, 쓰레기 줍다가, 그림 그리다가 마무리한다고. 샘은 다 용서합니다. 다 기다려줘요. 여러분이 준비가 안되면 '이유가 있겠지' 하고 여러분 쳐다보면서, '아이고 우리 이가 언제쯤 치킨 생각 그만하고 선생님 쳐다보려나' 하면서 기다려줍니다. '그럴 수 있다' 하고 기다리는 거예요. 그런데, 책상이고 사물함이고 아무렇게나 관리하면서 책 찾느라 한참인 학생들이 있어요. 그럼, 정리를 안 하는 학생들이 샘 말 듣자마자 준비하려고 하느냐? 그렇지도 않아요. 꼭 그런 학생들이 딴짓할 것 다하고 남들 다 준비 됐을 즈음에, 샘이 쏘는 레이저 한 참을 맞고 그제야 어질러진 책상을 뒤엎고 있어요. 그러면 샘이 기다려 줄 수가 없어요. 그건 성향이나 기질이 아니에요. 여러분 '원래 그래요.' 자주 쓰는 말이지요? 원래 그런 건 잘 없어요. 샘도 샘 방은 지저분합니다. 샘 차도 지저분해요.

(나쁘네.)

그럴 때는 원래 그렇다고 해요. 샘이 샘 방을 정리하든 안 하든 다른 사람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

(부인이 싫어하잖아요.)

(왜 그래요? 샘.)

샘 방이든 차든 지저분하면 샘만 지저분한 것을 참으면 돼요. 하지만 보세요. 샘이 교실에서 샘 책상을 어떻게 씁니까? 항상 정리가 잘 돼 있지요? 정리하려고 노력하지요? 샘 책상에 책을 샘 거라고 정리하지 않으면 여러분을 불편하게 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좋지 않으니 여러분 눈을 불편하게 하지요. 수업할 때 자료를 한참을 찾으면 여러분을 기다리게 하는 거지요. 그런 겁니다. 같이 쓰는 공간에서 내 것이니까 내 맘대로는 맞지 않아요. 그게 사회성입니다. 사회성이 뭐예요?

(그거요.)

(친구 많은 거요.)

그래요. 친구 많은 거. 그것만 사회성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아니에요. 사회성은 규칙을 지키는 능력이에요. 여러 사람이 공동의 공간에서 생활하려면 규칙이 필요해요. 규칙이 나와 타인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겁니다.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 인기도 좋고 당연히 친구도 많겠죠. 그러니 사회성 좋은 사람이 친구가 많은 겁니다.            



-교사의 속내


로저스(Rogers)는 사회성이란 일반적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과 역할에 적응하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정리정돈하는 습관은 꾸준히 꼼꼼하게 검사하고 지적해서 학생이 익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기본 생활 습관을 익히는 것은 기초 학습 능력, 바른 인성과 더불어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목표입니다.

문제는  사회성에 대한 오해입니다. 보통, 친구들과 사귀기를 즐기고 쉽게 친구를 만드는 능력만을 사회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주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학생의 경우, 학부모는 학생의 사회성을 걱정하고 교우관계에 신경을 써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학교 규칙을 안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니다. 내 아이가 수업에서 배제되지 않을까? 벌을 심하게 받지 않을까? 망신 사지 않을까? 하고 결과에 대한 걱정이 먼저입니다. 정리 정돈을 하지 않는  정도는 인정받을 수 있는 아이의 특성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로저스가 정의하듯 사회성은 규칙을 지키는 능력입니다. 학부모가 할 일도 어렵지 않습니다. ‘샘 말씀 잘 들어라, 학교에서 책상 정리 하나 못하면 무슨 망신이냐. 엄마를 창피하게 하지 마라.’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학교의 역할이겠지요.



이전 05화 학급 임원이 되는 101가지 연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