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문제에는 동그라미를 크게, 주먹만 하게 합니다. 자랑스럽잖아요. 틀린 문제는 번호 크기만큼만 가위표 합니다. 틀렸다고 상처받으면 안돼요.
(샘, 연진이가 틀린 거 고치고 맞았다고 해요.)
(그래요, 샘. 서로 바꿔서 채점해요.)
그래요? 그럼, 잠깐 멈추고 샘을 봅니다. 시험은 왜 보는 걸까요?
(잘하는지 보려고.)
맞아요. 잘하는지 보려고. 그런데 누가 잘하는지 보려고? 친구?
(자기가.)
그래요. 시험은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해서 봅니다. 백 점 맞아서 치킨을 얻어먹기 위해서도 보지만.
(어, 아까 내가 샘한테 말했어.)
(우리 엄만 내 시험은 내가 알아서 하래요.)
그래? 감사하다고 꼭 전해 드려라. 석제의 일을 온전히 석제와 학교에 맡겨주시는 석제 엄마 훌륭하시네. 물론, 치킨으로 연진이를 독려하시는 연진이 아빠도 훌륭하십니다. 뭔 얘기 하고 있었지? 아, 시험의 목적. 시험을 치르면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은 모르고 있는지, 확실하게 이해했는지, 아리까리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친구 점수를 아는 것이 아주 무용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친구들 점수를 알면 그에 비해 내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으니 그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친구가 맞힌 걸 내가 틀렸거나 친구들이 다 틀린 문제를 나 혼자 맞힌 경우도 있는데, 역시 내 실력을 돌아보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그러나 친구와의 비교보다는 자신과의 비교가 훨씬 중요합니다. 배우기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 어제와 오늘의 나를 대어 보세요.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뿌듯해하고 변화가 없으면 괜찮다고, 노력하면 나아질 거라고 격려해 주세요. 샘이 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해 주세요. 이럴 때는 주변보다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지세요.
채점 끝났으면 빨간 색 펜으로 틀린 거 고친 다음 공책에 다시 풀고 동그라미 크게 합니다. 고치면 백점입니다.
(치, 우리 엄만 아니라고요.)
교사의 속내
인간은 비교하는 동물입니다. 인식의 출발이 비교이지요. 비교해야 구별할 수 있고 구별하는 것을 인식이라고 합니다. 갓난아기가 세상에 나와 멈춰있는 세상과 움직이는 사람을 비교하여 구별하고, 사람끼리 비교하여 엄마를 인식합니다. 그러니 지적 성장의 근원인 이 비교는 성장기 아동들이 가진 당연한 습성입니다. 그리하여 이네들은 하루 종일 비교하고 경쟁하여 우쭐대거나, 시무룩한 표정으로 침울하거나, 하소연하거나 비난하고 이릅니다.
비약하면 공격, 반칙, 협잡, 비난. 이런 것들이 모두 인간의 본성인 비교의 산물이고 부작용입니다. 사랑과 배려, 품위, 도움, 연대와 같은 긍정적인 가치들은 어떻습니까? 역시 본성인가요? 본성이라 하더라도 전자의 것과 달리 교육이 더해져야 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미워서 할퀴고 괴성을 지르는 것은 학습 없이 가능합니다. 좋다는 표현은 달라야 합니다. 무턱대고 비비고 안아서는 안 되고 온화한 표정, 부드러운 목소리와 어투 등 상황에 따른 적절한 표현을 학습해야 합니다.
사고력을 신장시키되 그것의 바탕인 비교하는 마음이 방향을 잘 찾게 하기 위해, 긍정적인 가치를 확장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법을 익히도록 학교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