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날, 어버이날
- 교사의 이야기
어린이날 축하합니다.
(...)
'감사합니다.' 해야지요.
(감사합니다.)
뭐라고?
(감사합니다!)
그래요. 고마워요. 그래야 착한 어린이지요.
(우우. 선물은요?)
샘이 선물이잖아. 너희들이 내게 선물이듯 샘이 선물이잖아요.
(시시해요, 샘.)
그럴 줄 알고 준비했지요. 이따 나눠 주겠습니다.
(와아)
샘도 여러분만 한 아이가 있는 것 알지요? 여러분처럼 4학년, 그리고 1학년인데 얘들이 다니는 학교는 오늘부터 휴일이에요. 개교기념일 재량휴일. 그래서 오늘부터 4일을 쉬어요. 근데 얘들 엄마, 아빠가 둘 다 낮에 일하시거든. 니들 알지? 얘들 아빠가 누군지?
(누군데요?)
(아, 샘이잖아. 들으라고!)
(샘, 결혼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어린애 둘만 낮에 집에 있어야겠잖아? 샘이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물론 샘 어렸을 때 같으면 얼마든지 그 나이에 집에 있을 수 있어요. 그때는 아이들이 지금처럼 보호받지 못했거든. 하지만 지금은 그러기 힘든 세상입니다. 근데 다행히 얘들 다니는 줄넘기 학원에서 아침부터 낮까지 키즈카페에 데려간대요. 또 갔다가 오면 미술학원에서... 뭐라더라... 무슨 놀이를 한다던데... 아, 시장놀이! 시장놀이 한대요. 그래서 샘은 이번에 이 말을 실감했어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내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뿐 아니라 학원샘들도 애쓰시는구나. 정말 감사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끔씩 아파트 경비원 샘이 우리 아기들한테 음료수도 줘요. 샘 애기들 인사 잘하거든. 경비실 지나칠 때마다 인사하더라고. 그래서 주시나 봐. 샘 애기들은 돼지갈비 좋아하거든. 저번 어린이날에는 동생이 열나고 아파서 외식을 안 하려고 했어요. 근데 4학년 애는 기어이 가고 싶다는 거야. 둘이 죽고 못 살만큼 친하거든. 근데, 아직 어려서 그런 건지, 어차피 인생 각자 걷는 거 아는 건지 혼자서라도 가려고 하더라고. 그래서 아픈 애한테는 태어날 때처럼 주먹 꽉 쥐고 있으라고 하고, 엄마랑 놔두고 갈빗집 갔어요.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도 어린이날이라고 한마디 해주셨어요. ‘비가 와서 놀러도 못 갔다잉? 어린이날인디 어떡하냐?’ 그러시고는 디저트로 주는 푸딩도 하나 더 주시고, 나갈 때는 김치 잘 먹는다고 사탕도 주셨어요. 물론 샘은 김치 잘 먹는다고 선물을 주진 않습니다. 아주머니도 남의 애라서 그랬을 거예요. 어쨌든 세상이 아이들 귀한 거 아는 거지요. 샘은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어린이날이 지나면 어버이날입니다. 어버이날 선물은 준비했습니까? 역시 여러분이 여러분 가족에게 선물이겠지요?
(네!)
시시하다, 애들아.
어린이날이든 어버이날이든 이런 행사들이 다가오고 지나간다는 것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고, 곧 여러분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키가 크고 힘이 세지고 손이 여물고 머리통이 굵어지고 가슴도 넓어지고 있지요. 닿지 않았던 선반에 손을 뻗어 밥그릇을 차려놓을 수 있고, 물병을 열어 가족들에게 물을 따라 줄 수 있습니다. 여문 손으로 양말이나 수건 정도는 갤 수 있고 설거지나 화장실 청소에 도전해 볼 수 있겠습니다. 왠지 불만족스러운 어느 날, 저녁에 마주하는 가족에게 내 기분을 접어두고 웃어 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성장에 감사하고 여러분의 성장을 응원합니다. 어린이날,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