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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퍼먹는악어 May 28. 2023

경쟁자 혹은 협력자?

- 수업 공개

행복이 뭔 줄 알아? 지금처럼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는 거.

- 천하장사 마돈나     

    


- 교사의 이야기


지금 이 순간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긴장감, 두근거림, 떨림, 설렘. 지금과 같은 순간이 행복이고, 우리는 이런 시간 덕분에 조금씩 단단하게 여물어 가는 겁니다.  

여러분 뒤에서 지켜보시는 보호자님들은 오늘 옷장에서 가장 예쁜 옷을 꺼내 입고 제일 온화한 표정을 짓는 연습을 하고 오셨을 겁니다. 엘리베이터 거울이라도 한 번 더 보셨을 거예요. 여러분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가 지내는 교실과 내 아이가 참여하는 수업을 존중한다는 뜻입니다.


긴장되지요? 뭔가 쑥스럽고 어색하고 고개를 돌리기가 민망하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도 합니다. 선생님도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공개수업 하니까요)

그렇죠? 그건 여러분들이 보호자님들을 존중한다는 뜻입니다. 손님으로 와주셔서 고맙다는 뜻입니다. 고마워서 잘 보이고 싶고 극진하게 대접하고 싶은 겁니다. 잘하고 싶은 겁니다. 여러분이 좋은 사람이란 뜻입니다.

이 긴장감이 부담스러워서 농담을 하거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해서는 안됩니다. 상황에 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어떤 친구는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 저는 그냥 평상시처럼 할게요.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거잖아요". 아니요,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특별한 날에는 특별하게 행동해도 좋습니다. 누구도 그것을 거짓이라고 하지 않아요. 여러분 보호자들도 그것을 기대합니다. 지금은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존중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우린 진실을 쫒는 기자나 다큐멘터리 감독이 아닙니다. 사랑받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뛰는 4학년입니다. 사랑에 응답해야 합니다.


선생님과 자신을 믿고 자신 있게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합니다. 평상시에는 하지 않지만 오늘은 인사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윤혜가 '차렷, 인사'하면 모두들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합니다.

(...)

그럼 갑수가 해 보겠습니다.

(차렷, 인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

그럼 오늘은 책...   



- 교사의 속내

            

자녀 교육이 가정과 부모에게서 학교와 교사에게 이동한 18세기 이후 ‘기본적으로 교사와 학부모는 아동교육과 관련하여 서로 협력자인 동시에 강한 경쟁의식을 내면화한 경쟁자’였습니다(Greenberg, 1989; Power, 1985). 20세기말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학부모들이 소비자주권을 획득함에 따라 학부모들의 위상과 영향력이 높아졌는데 우리나라는 95년 5.31 교육개혁안이 교육 소비자 주권이념(학생과 학부모를 수요자로, 교사와 학교를 공급자로 보는 관점)을 부상시켰습니다. (한국교육 제39권 제3호 (2012) 33-57, 손준종 (한국교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논문에서 선택 발췌.) 그 영향으로 운영위원회 등에 학부모가 참여하는 등 학부모 참여가 보조적이고 후원적인 성격에서 주도적으로 변했습니다.


소비자주권주의는 보호자의 강력한 무기가 됐습니다. 소비자 주권의 핵심은 평가권에 있는데 보호자의 학교평가의 종류로는 교원평가, 학교교육과정 평가 설문지, 수업공개를 포함한 학교공개, 교육활동 만족도 조사 등이 있습니다.      


수업공개 시 보호자들이 기록하는 참관록이 있습니다. 이 참관록 양식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수업공개에 참여하는 보호자는 경쟁자가 되기도 협력자가 되기도 합니다. 세 가지의 참관록 양식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교사의 수업을 평가하는 보호자가 압도적 우위에 서는 양식입니다. 이런 양식은 요즘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교사들끼리 하는 수업 평가의 방식도 학생 활동을 주로 보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수업에서 의미 있는 지점을 찾아 나누고 응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니 보호자가 저렇게 교사 행위를 중심으로 수업을 분절적으로 평가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음은 교사가 수업하고 보호자가 자신의 아이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평가함으로써 두 주체를 협력적 관계로 만듭니다. 형식상으로는 그렇습니다. 이 방식에는 사실 숨겨진 의미도 있는데, 교사는 실제 교실의 현실을 보호자에게 알려 당신들의 자녀를 교육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공유하고 이해받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공개 수업은 일상의 수업과는 또 다른 장면이어서 매일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 자신과 급우를 괴롭히던 학생이 멀쩡하게 바른 자세로 한 시간을 보내고 부모에게 세상에 없는 모범을 보여 교사의 기대(?)를 보란 듯이 깨뜨리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평가를 배제한 격려입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두 번째 혹은 두 번째와 세 번째를 묶는 방식을 많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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