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결과 평가는 결과가 나오는 순간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학생입니다. ‘나는 몇 등이고 몇 등만큼 학업 순위가 바뀌었다.’ ‘이 점수로는 어디 학교까지 진학할 수 있다.’ 학생의 학습 결과를 보며 교수자도 반성하는 지점이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반성의 주인공은 학생입니다.
과정 중심 평가는 다릅니다. 말 그대로 평가가 다시 과정이 됩니다. 평가 결과를 보는 것이 곧 수업이자 다음 수업을 위한 과정입니다. 끊임없이 순환하는 과정 속에서 학생은 순간순간 책임을 지고 돌아보는 것을 독려받지만 뒤끝 없는 책임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평가는 절대평가여서 스스로 다른 학생과 비교하거나 교사에게 비교되는 일도 없습니다.
과정중심평가라 하더라도 체육이나 음악 실기 수행 평가를 실시하면 학생들 긴장도와 책임성이 확 올라갑니다. 교사가 의도하지 않으나 집단을 두고 하는 실기평가 방식이 모두가 지켜보는 비교의 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초등 수행평가는 보통 평가 시에도 교사 1인이 피평가자뿐 아니라 대기자들도 모두 동시에 관리해야 하며, 동료학생이 평가를 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태도 교육이기에 피평가자를 따로떨어뜨려놓지 않습니다. 초등 수행 평가는 일정 기준점을 두고 학생 모두가 통과할 때까지 계속 기회를 주기도 하는데, 그러지 않고 단발성으로 치르면 집중도가 더 올라갑니다. 사실, 그러면 결과 평가에 가까워지는 것이죠. 평가가 권위가 되는 순간입니다.
생활통지표는 어떨까요?
초등학교는 교과 학습 이외에 생활의 장입니다. 아니 그 이전에 학교라는 기관은 일터에 나간 부모를 대신하여 낮 동안 미성년자들을 보호하는 보육의 역할을 갖고 있습니다. 보육의 비중이 클수록 평가가 전인적으로 확장됩니다. 쉬는 시간, 교우관계, 교사와의 관계, 욕망, 감정 등 모든 것들이 평가 대상이 됩니다. 전인교육에 대한 전인적(?) 평가입니다. 초등학교 생활통지표의 행동발달 및 특기사항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평가는 오로지 그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개별적이고, 교사의 주관에 의존한 절대 평가입니다.
- 때때로 재밌는 행동으로 밝은 학급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고 교우관계가 좋음.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유분방해 학급의 중요한 일에 의견을 내는 것을 좋아함. 학습에 대한 열의가 있고 이해력이 좋아 전교과에서 두루 높은 성취도를 보임. 만들기를 좋아하고 미적 감각이 높아 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해 교실 환경 꾸미기에 일조함. -
그러나 실제 통지표에서 해당 학생의 특성을 명확히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교육소비자인 보호자의 세진 힘 앞에 교사의 주관은 무력해서 교육청 지침에 충실하다 보면 그냥저냥 특색 없이 무난한 문구들이 나열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예전 교사의 과했던 힘에 비한 것이고, 또 교사 편에서 하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평가도 세상만사처럼 쳇바퀴를 돕니다. 결과중심 평가 - 불만(학생을 성적으로 줄 세우지 마라. 인권을 침해하지 마라, 전인교육에 안 맞지 않느냐.) - 과정중심 평가 - 불만(평가를 객관화하자, 저런 미사여구만 나열하는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냐.) - 결과중심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