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가 살아가는 법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 깨나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이라도 이 짤을 보았을 것이다. 언뜻 보면 일상생활을 뭐 저리 거창하게 서술했나 싶겠지만 나는 언젠가 저 짤을 보고 감탄을 했더랬다.
ADHD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ADHD라는 질환이 어디 모자라서 생기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터넷 댓글들만 봐도 조금 허술해 보이기만 해도 지능이 낮아 보이니 ADHD검사를 해봐라 하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나 또한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스스로를 의심해 병에 대해 관심 갖기 전까진 잘 모르고 있었다. 한 가지 정확히 해두자면 ADHD라는 질환은 좋아하는 일에는 과도하게 집중하고 집착하지만, 하기 싫어하는 일에는 집중이 어렵고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질병이라는 것이다. 결코 지능이 모자란 것이라 단정하면 안 된다.
좋아하는 일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은 단점만으로 볼 수 없으니 그렇다 치고, 하기 싫어하는 일에 집중이 어려운 것은 이 현대사회에선 아주 큰 문제가 된다. 특히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성인은 더더욱이나 그렇다. 먹고살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생활의 터전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할 의무도 있으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정해진 시간 약속 또한 지켜야 한다. 마치 초등학생의 도덕교과서 같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성인이 되면 고삐 풀린 자율성을 조절하는데 굉장한 힘이 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숙제다.
또한 대다수의 ADHD 환자들은 우울증 등의 기타 정신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의 경우에도 쉽게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어 힘든 일이 생기면 하루종일 눈물을 줄줄 흘리고 살 때도 있다. 이런 질환들이 겹쳐지다 보면 짤에 적혀있는 숨쉬기, 잠자기, 밥 먹기 같은 하찮은 활동조차 어려워진다. 세상살이도 힘들어죽겠는데 우리의 몸뚱이는 원하는 것도 참 많은 것이다. 제때 음식물을 넣어주고 적정한 시간을 자야 하며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청결도 유지해야 한다니. 어쩜 이렇게 나약하게 발전했냐고 지나온 인류에게 되묻고 싶어진다.
나도 극도로 우울했을 때 간단한 청소조차 어려워 집안에 쓰레기가 쌓이고, 며칠간 씻지도 않고, 어느 날은 폭식을 했다가 어느 날은 단식을 해버리는 등 엉망진창으로 살았다. 평소엔 청결에 요란을 떨다가 정반대가 되어 더 자괴감이 심했다. 이에 더해서 온갖 나쁜 생각이 찾아오기도 한다. 세상의 불공평함, 인생의 어려움, 지옥 같은 타인 등등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원체도 생각과 잡념이 많아 죽겠는데 머리에 든 게 너무 많아 고개를 들기도 어려워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있는 것이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허들을 낮추는 것이다. 계획이나 목표라 하기도 거창하다. 그저 솔깃하는 마음에 귀 기울인다. 더러운 돼지우리 같은 곳에서 거지꼴을 하고 누워있으면 기분이 좋을까? 좁은 원룸에서 덥수룩한 쓰레기통과 쌓인 설거지 거리, 어지러이 늘어진 머리카락을 보는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아마 마음 한편에선 아주 조금은 씻고 싶다, 쓰레기 냄새가 싫다 등등의 바람도 피어날 것이다. 물론 귀찮음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닥을 치는 생활을 어느 정도 반복하다 보면 분명히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이 들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용기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타인은 둘째치고 나를 위한 것임을 말이다. 정신이 힘드니 육체를 챙기기 어렵지만 육체 또한 나의 일부이다. 둘은 계속해서 상호작용을 한다. 우리는 정신이 힘들다는 이유로 몸을 내팽개쳤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몸을 챙기면 정신도 나아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왜 씻어야 하냐라는 질문부터 시작한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우리는 대부분이 초등학교 의무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니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수많은 상상력은 여기서 발휘되면 안 된다. 아주 단순한 ‘해야 할 일’ 앞에선 생각을 접어두기로 한다. 말이 쉽지 어려울 것을 알고 있다. 나 또한 여전히 그렇다. 왜 살지, 왜 씻어야 되지, 왜 치워야 되지 생각하면 끝도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당장 죽을게 아니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을.
그저 작은 마음속 바람에 귀 기울여 가볍게 툭 시도해 보자. 쓰레기 널린 방에서 모든 것을 치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저 하나만 치워볼까? 정도면 되는 것이다. 아마 한참 더러운 상태라 쓰레기통도 꽉 찼을 것이다. 그럴 땐 그냥 앞에 널려진 다 먹은 과자봉지에 다른 쓰레기 주워서 넣어볼까? 정도면 되는 것이다.
심히 귀찮을 것이다. 시작이 힘들것이다. 그래도 닫힌 문을 두드리듯이 계속해서 시도해야 한다. ‘치워볼까? 아니야 귀찮아…’를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치워볼까? … 그래볼까?’가 될 수도 있다.
솔깃한 마음에 귀 기울이고 시도해 보고 행동한 후 깨끗함, 상쾌함 등의 저 멀리서 찾아오는 감각들을 극대화시켜 만끽한다. 우리는 좋은 환경과 상태에서 행복을 느끼는 생물로 태어났으니 그 감정이 낯설진 않을 것이다. 그러고나면 이 모든 것은 나를 위한 것임이 명확해진다.
우리 우울에 깔린 저 밑바닥으로부터 아주 조금 벗어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