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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동물 우리 같은 방,
연마기가 윙윙 돈다.
치아를 본뜬 아말감을 다듬고 있다
기계가 먼지 꼬리를 만들 때마다
망이 망을 보며 불법을 가공하는 방
사이비 기자가, 경관이 용돈을 받아 총총 사라지곤 했다
전공의가 되지 못해 수모를 안고 사는 당신
수시로 허공을 향해 담배를 피워댄다
가난을 밀어내야 한다는 단단한 다짐이 연기로 흩어진다
호흡이 조금씩 가파지고 기침이 길어졌다
X-ray에 나타난 이상 징후,
종양이 집을 짓기 시작했다
한쪽 폐를 잃은 아버지,
접힌 한쪽이 연신 쿨럭인다
한쪽만으로도 살아 낼 수 있다며 웃음 환했는데
나머지에 물이 차오르고
시간이 놓고 간 혼수상태가 겹치고 겹쳐진다
코마처럼 깊었던 생이 깊은 잠을 끌어내고
한 달 만에 눈 뜬 당신 모든 기력을 모아 깜박인다
집으로 가자는 모스 부호,
바깥으로 까닥이는 손가락
파노라마를 엮으며 잠시 잠깐의 영상, 무엇을 보았을까
주르륵 흐르는 눈물
식어 버린 체온이 병원 문을 나선다
머플러를 눈 아래까지 덮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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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진 62세로 그렇게 우리와 영원한 이별을 했다.
폐암 판정을 받은지 한달만에 세상을 뜨신 것.
똑똑한 두뇌, 손수 가구를 만드실 정도로 뛰어난 손재주를 가지셨던 아버지
가난 때문에 못했던 공부
부디 저승에선 마음껏 실력발휘하며 사시길
당당하게 간판 내걸고 멋진 치의사 되셨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