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한 눈 파셨나
측백나무속 참새가 눈을 깜박거린다
동원문구, 썰스데이, 두식노래방, 은정멸치국수,
또박또박 불이 켜진다.
시장 입구 본가해장국 간판 아래
입들이 떠다닌다
중국산은 아니라고
자전거를 올라타면서 대머리를 긁던 박 씨
녹슨 체인 몇 번이나 들여다보더니 급히 돌아갔다
간판불이 나가 내일 고치러 오겠다더니
교회 간판 달다 떨어져 의식불명이 되었다
하느님 한 눈 파셨나
박 씨의 짝퉁 아디다스 슬리퍼는
며칠 뒤 불 속으로 사라졌다
보험은 들었을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복층 가게
팔걸이에 손을 짚고 앉은
팔십 넘은 그의 아버지
임대문의 붙여놓고
오이지처럼 자전거를 끌고 간다
이빨 빠진 방이시장
길 건너 십자가가 빈자리를
붉은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