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과 얽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희 Feb 06. 2023

삶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여정

<아티스트 웨이> by 줄리아 카메론

짐 자무쉬의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서는 불멸의 시간을 살아가는 뱀파이어들이 나온다. 예술과 문학 애호가로 나오는 두 주인공 아담과 이브를 좇다 보면 영원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무엇이 삶을 살아가게 할까 생각하게 된다. 니체가 말하는 영원회귀처럼 일상이 반복되는 무한한 시간이 펼쳐진다면 그 속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런가, 세상을 촘촘히 바라보며 딜레탕트(예술 애호가)로 사는 것, 그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이 아닐런가.

뱀파이어와는 다르게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는다'라는 명제를 인식하면 행동양식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죽음에 가까워지거나(무기력), 삶에 가까워지거나(열정). 물리적으로 객관적인 시간 앞에 무기력해지는 대신 세상을 열정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면, 생(生)의 아름다운 순간마다 멈추어 책갈피를 꽂아놓고 머무를 수 있다면 그러한 상대적 시간 인식으로 찰나를 영원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아 어쩌면 조금 희망적인걸.


예술은 관심 속에서 태어난다. 예술의 산파는 세심함이다. 예술이 고통 속에서 솟아난다면, 그것은 아마 고통이 세부적인 것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일 것이다(가령, 떠나간 연인의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목선 등).


아티스트웨이는 우리 삶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우리 모두가 창조적인 존재로 태어났다는 전제 하에(ㅋㅋ) 내재되어 있는 창조성을 '회복'하고 자율성을 강화하여 삶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두 가지 도구, 모닝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소개한다.

모닝페이지는 매일 아침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에서 의식의 흐름을 3페이지 정도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이성이 완벽히 깨어나기 전 자기 검열을 거치지 않은 날것의 사나운 글들을 쏟아내는 것. 그렇게 마구잡이로 감정과 생각의 찌꺼기들을 배설하는 것. 힘껏 배설하고 나면 비어있는 틈으로 '지금, 나'에 대해 조망할 수 있게 된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지난 시간에 대한 통찰이 생긴다. 빈 공간에서 창조성은 움틀 테니 그렇게 창조성은 회복된다(고 책에서는 말한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매주 두 시간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자기 자신과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내면의 아티스트, 창조성이라는 어린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다. 예술의 샘을 채운다는 명목 하에 행해지는 이 활동이 굳이.. 필요할까, 생각하다 니체가 말했던 정신의 세 단계, 낙타-사자-어린아이 비유가 떠오르며 바로 납득을 해버렸다. 인간의 정신은 무거운 짐을 진 채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사막을 건너가는 '낙타의 정신'에서 불의와 억압에 투쟁하여 자유를 획득하는 '사자의 정신'으로, 더 나아가 놀면서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해 내는 어린아이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니체의 사상과 맞닿아 있는 걸 보니 아무렴 정답이 없는 세계라지만 무언가 퍼즐을 맞춘 듯한 기분에 희열감이 들었달까.


새해 시작을 여는 첫 책으로 '아티스트 웨이'를 선택한 것은 '모닝페이지'라는 질서를 부여해서 좀 더 삶을 단단히 하고 싶던 거였는데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어쩌면 내 안의 틀을 부수고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싶은 열망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예전에 모닝페이지를 쓰며 에너지가 충전된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간증 아님, 그런데 한 번 이 경험을 해 본 사람은 간증 비슷한 걸 할 수 있음 주의, 느낌 아니까), 그렇게 충전된 에너지를 응축시키지 못하고 흩뿌려뜨린 게 아쉬워 다시 한번 회복해 보고자 무의식 중에 이 책을 집어든 것 같기도. 이번에는 잘 비축해 봐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