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핫치 연애컨설턴트 Feb 27. 2023

모든 걸 박살 내는 강아지

2년 경력 철거 전문견

나는 어릴 적부터 깔끔하고 잘 가꾸어져 있는 집에 로망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차보다는 집에 더  우선순위가 있었는데 이런 나의 로망은 나의 집에 온전히 표현되고 있었다.


 이상한 녀석이 오기 전까진....

이 웅장한 자태를 보. 마치 크레인에 철거용 레킹볼을 달기 직전의 중장비와도 같다.


이 녀석은 철제를 제외하곤 부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부수기 시작했는데 깔끔하고 잘 꾸며져 있던 나의 집은 점점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시작은 만만한 휴지였다.

또 어디서 가져왔는지 다른 방에 있던 휴지까지 모아 와서는 지 파티를 했는데, 나 같은 경우엔 범행 현장을 직접 검거하지 않는 이상 혼내봐야 자신이 왜 혼나는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 혼내기보다는 증거용 사진을 촬영하곤 했.


휴지로 재미를 본 녀석은 이제 인형으로 눈을 돌렸다. 개구리 인형은 이제 솜뭉치가 됐다.


휴지와 인형을 작살 낸 녀석은 이제 조금 더 딱딱한 가구를 맛보고 싶었는지 나무로 된 탁자의 다리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탁자는 이케아에서 구매한 노르웨이 탁자인데 노르웨이 나무 더 식감이 좋은 듯했다.


사진은 탁자의 다리를 갉다가 현장에서 검거를 당한 사진이다. 반성을 하는 건지 반성하는 척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녀석은 이제 조금 더 큰 작업을 하고 싶었는지 내가 가장 오랜 시간을 앉아있는 소파를 박살 내기 시작했다. 녀석도 대놓고 작업을 시작하면 검거를 당할 것을 알았는지 눈이 닿지 않는 소파의 아랫부분부터 공략려 했지만 미수로 돌아갔다.


정말 이러다간 살림이 풍비박산 것을 걱정한 나는 석이 관심을 돌릴만한 것들을 찾으려 했고, 정말 좋은 장난감들을 찾았다.

커피나무 스틱이다. 돌처럼 단단해서 평생 쓸 것 같았는데 두 달쯤 지나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노즈워크볼이다. 정말 잘 가지고 놀았는데 이것도 한 달을 넘기지는 못했다.


정말 좋은 장난감들이었지만 대형견에게 내구성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결국 가장 좋은 것은 산책 아닌가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아지가 모자를 주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