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에 있는 마아디(Maadi)라는 동네에 한국 음식점이 많다. 여기에 한국 통닭집이 있는데 이름은 ‘꼬끼오’갑자기 한국 통닭이 먹고 싶어 회사 끝나자마자 마디로 향했다. 이번엔 저번에 이용했던 지하철을 타고 가 보았다.
회사 앞에서 우버 택시를 타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으로 가자고 했다. 역 이름은 사라이 엘 코바(Saray El Kobba). 이번엔 능숙하게 가고자 하는 역 이름을 말하고 티켓을 구매했다. 이집트 지하철 타기 너무 쉬웠어요~~~ 총 18 정거장을 가야 되니까 이번에는 Zone 3 티켓을 구매하였다. 지난번 Zone 1 티켓은 노란색, 이번 Zone 3 티켓은 붉은색이었다.
지하철 역에 들어가기 전에 짐 검사를 하고 역 안으로 들어서니 아직까지 역은 한산했다. 우리나라 1호선 느낌. 지하철 역이 지상에 있어서 우리나라 1호선 느낌이 확 났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고 방지를 위해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여기는 그런게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슬람 국가이다 보니 여성 전용칸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드디어 지하철이 들어오는 순간. 이번엔 에어컨 지하철이 아닌 옛날 지하철이 왔다. 더워서 에어컨 지하철을 기대했는데. 하지만 빨리 가서 맛있는 통닭을 먹어야 했기에 오자마자 바로 탔다. 더 기다려도 다음차가 에어컨 차라고 장담을 못하니까. 그리고 옛날 지하철도 경험해 봐야 하니까.
파란색지하철이 창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지하로 들어가는 구간도 있을텐데 창문 열고 가는 게 괜찮은 걸까. 하지만 이집트 사람들은 아직까지 매연이나 먼지 같은 것에 의식이 없는 것 같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매연 저감 장치 없는 차들이 시꺼먼 매연을 뿜어내며 다니고, 온갖 쓰레기를 밖에서 그냥 태우고, 모래 먼지가 날리는 거리 한가운데서 태연히 차를 마시는 모습을 자주 보았기에 창문 열고 다니는 지하철은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 회사에서 일 할 때는 가끔 마스크를 쓰는데 어찌나 불편한지. 밖에 돌아다닐 때는 거의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내부는 지하철 느낌이 아닌 기차 느낌이었다. 두 자리씩 서로 마주 보게 자리가 배치되어 있어 약간은 더 복잡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자리를 배치하면 서서 가는 사람들의 자리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서로 불평불만 없이 사람들은 잘 이용하는 것 같았다.
지하철의 장점은 교통체증과 무관하다는 것. 카이로 또한 우리나라 서울처럼 교통체증이 심한 도시 중 하나다. 그래서 이번에 우버 택시가 아닌 지하철을 타고 가보기로 한 것이었다. 당연히 지하철이 택시보다 불편하다. 하지만 차가 밀려 요금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한 정거장씩 천천히 제시간에 가는 게 더 마음이 편안했다. 그리고 두 번째 타보는 것이니까.
드디어 도착한 곳은 사카나트 엘 마아디(Sakanat El Maadi). 구글 지도를 통해 꼬끼오 음식점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하철 역이다. 퇴근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여기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들 차로 출퇴근하나. 우리나라 같았으면 출입구가 퇴근하는 사람들로 엄청 붐볐을 텐데. 붐비지 않아서 여유롭게 역을 빠져나왔다.
첫 마아디(Maadi)의 느낌은 ‘깨끗하다’였다. 나무도 많고, 거리에 쓰레기도 거의 없고. 사람 살만한 곳 같았다.이야기를 들어보니 마디에 한국 기업과 한국 교민들이 많이 산다고 한다. 또한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많이 거주한다고. 아마도 깨끗하니까 우리나라 교민들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 지역을 선택한 것 같았다.
걸어서 식당까지 가는데 식당 찾기가 어려웠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가는데도. 정말 골목 가장자리에 식당이 있는데 생각보다 엄청 작았다. 아마 식당 주변 골목길을 두세 번은 뱅뱅 돈 것 같았다. 저렇게 조금하게 골목 끝자락에 있을 줄 몰랐다. 그리고 주변이 전부 주택단지여서 더 그랬던 것 같았다.
아무튼 드디어 도착한 한국 통닭집. 역시 한국인 사장님이 계셨고 직원들은 모두 이집트 사람이었다. 이집트에서 맛보는 한국 통닭. 과연 어떤 맛일까. 후라이드 한마리를 시켜 먹어보았다. 역시나 너무 맛있었다. 한국에서 먹는 통닭과 다를 것이 없었다. 정말 얼마만에 맛보는 이 맛인가. 단무지 대신 양배추 절임으로 나오는 것 말고는 한국에서 나오는 것과 똑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양이 조금 적다는 것. 두 사람이 먹기에 한 마리는 너무 많이 모자랐다. 특히 배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양이 더 적게 느껴진 것 같았다.
통닭도 양념, 간장, 옛날 등 여러 종류가 있고, 다른 한국 음식도 많았다. 김밥, 어묵탕, 떡볶이 등. 다 먹고 싶었지만 다음에 또 올 것이기 때문에 차근차근 한 가지씩 먹어보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라 통닭은 어느 나라에 가서도 성공할 것 같았다. 특히 여기도 한국 사람들 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했다. 내가 갔을 때도 한국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이집트, 중국, 유럽 쪽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뿌듯했다.먹으면서 나중에 이집트 친구들하고 같이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친구들도 무지 좋아할 것 같았다.
카이로 타워
이렇게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하고 오늘의 본래 목적인 카이로 타워로 향했다. 카이로 중앙에 위치한 카이로 타워는 우리나라 남산 타워처럼 카이로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라고 한다. 이곳으로 갈 때도 역시나 지하철을 타고.
이번에 내릴 역은 오페라(Opera). 이 역에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와 현대 미술관 등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건물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역에 도착해서 어디로 가야하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데 표지판이 보였다.다행히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다녀가는 곳이라서 그런지 표지판이 잘 되어 있었다.
카이로 타워 표시가 보이는 곳으로 쭉 나가보니 복도 벽면에 우주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약간은 음산했지만 그냥 벽보다는 나은 것 같았다. 과연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이렇게 밖을 빠져나와 카이로 타워를 보며 걷고 있는데 도로 중앙에 동상이 하나 서 있었다. 드 자글로울 동상 (Saad Zaghloul Statue)으로 1919년 이집트 혁명 당시 리더이자 이집트의 역사적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이순신 동상처럼 카이로 중심에 멋지게 서있는 모습을 보니 이집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존경하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멀리서 보이던 카이로 타워가 드디어 커다랗게 눈앞에 와 있었다. 나무사이로 보이는 카이로 타워. 빨리 꼭대기 위로 올라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저 위에 올라가면 카이로 시내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도시의 멋은 야경 아닌가. 우리나라 서울도 멋진 야경을 가지고 있는데 과연 카이로는 어떨까?
오페라(Opera) 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었을까.드디어 카이로 타워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매표소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따라서 줄을 선 후 요금이 얼마인가 살펴봤더니. 헐.......................
외국인과 현지인의 요금 차이가 무려 6배!!!!!!!!!!!!
지금까지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데는 처음이었다. 2 ~ 3배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겠는데 6배는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고, 떨리는 손으로 요금을 지불하고 티켓을 받았다. 요금은 180 EGP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돈으로 약 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었다. 그런데 현지인은 30 EGP (2018년 기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놀라움을 진정시키고 들어온 카이로 타워 1층 모습은 다양한 조명과 식당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라마단 기간이어서 그런지 여기저기 파누스 (이집트 전통 전등, 라마단 때 집집마다 밖에 매달아 둔다.) 있었는데 볼 때마다 너무 예뻤다.
난 남산타워가 카이로 타워보다 먼저 지어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카이로 타워가 형이었다.
남산타워는 1967년 착공, 1975년 완성, 카이로 타워는 1956년 착공, 1961년 완공. 완공으로 따지면 14년이나 더 빨리 지어졌다. 놀라운 사실이었다.
파누스는 이슬람이 무지의 세계에 빛을 가져다줬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형형색색의 빛을 뿜는 파누스는 라마단 기간의 상징 중 하나다. 나도 파누스가 너무 예쁜 나머지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알맞은 크기의 파누스를 사서 방 안에 놓았다.
이렇게 카이로 입구 구경을 마치고 드디어 꼭대기로 올라가는 길. 타워 입구에는 엘리베이터만 있었다. 그것도 딱 한 대. 사람들이 많으면 몇 번이고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예전에 한 번 엘리베이터 사고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약간은 불안했지만 사고 후 제대로 고쳤겠지 생각하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우리 앞에 있던 이집트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영어랑 아랍어랑 섞어서 하긴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서로 인사 나누며 미소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역시나 야경은 어느 도시나 멋있다. 여기 카이로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불빛들이 나일강과 다리 그리고 건물들에서 자기가 더 멋지다고 서로 뽐내는 것 같았다. 주황색, 보라색, 하얀색 등. 서울의 야경처럼 엄청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집트 카이로만의 야경이 있는 것 같았다.
여기도 서울의 남산 타워와 마찬가지로 꼭대기 식당이 있었다. 정말 맥주 한 잔이 마시고 싶었는데 라마단 기간이라 팔지 않았다. 라마단 기간이 아니었으면 마실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어쩔 수 없이 맥주 대신에 시원한 과일 주스를 마시며 카이로의 야경을 감상했다.
밖을 보면서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와이프는 혼자서 어린 딸을 돌보느라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는데 나만 너무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 아닌가’ 결혼 전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기간도 혼자서 잘 기다려줬고, 태국 파견 기간 동안엔 임신한 몸으로 태국과 한국을 혼자 오가며 출산 준비하고, 현재 이집트 파견 기간 동안에는 혼자 어린 딸을 돌보고.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항상 여행을 다니며 생각하는 건 ‘나중에 우리 와이프도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주어야겠다.’ 그리고 ‘꼭 여기서 보고 느꼈던 좋았던 것들을 와이프랑 딸과 함께 같이 느껴봐야지’였다. 이집트에서의 일이 마무리될 때쯤 꼭 와이프랑 우리 딸 시아와 같이 이집트를 여행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도중 직원이 와서 문 닫을 시간이라고 알려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남아있던 주스를 한 입에 털어 넣고 카이로 야경을 뒤로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잠깐이나마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안겨준 카이로 야경이 너무 고마워졌다.
마지막 여정
여유롭게 밤공기를 느끼며 숙소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 역에서 내릴 때까지 앞으로의 험난한 길이 있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에 내린 역은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아인 샴스(Ain shams) 역이었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게 시장이었고 많은 사람들도 지나다니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시장을 빠져나와 우버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차가 너무 막혀 운전사가 계속 취소를 해버렸다. 역에서 숙소까지 걸어가려면 한 시간도 넘게 가야 하는데.......... 가면서 현지 택시라도 잡을 생각에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데 알고 보니 가고 있는 거리가 일방통행 즉 숙소에서 역 방향으로만 차가 다녔다. 그리고 주말 저녁이라 차들도 엄청 많아 막히는 곳이 많았다. 어쩔 수 없이 모래 먼지를 마시며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그 큰길 처음부터 끝까지 상점이 쭉 늘어서 있었다. 큰 시장 골목 같았다. 어쩐지 왜 이렇게 차가 많고 사람이 많은가 했더니.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툭툭(이집트 교통수단 중 하나) 이가 지나갈 때마다 타라고 빵빵대니 안 그래도 힘든데 더 힘들게 만들었다.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였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이집트 거리를 걸어본 것이 처음이었다. 밤이라 무섭기도 했지만 전혀 위험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갈 때마다 인사해 주는 사람이 더 많았다. 쭉 길을 지나오면서 여기 이집트 사람들도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나라여서 밤에 대부분의 일이 진행되긴 하지만 그래도 늦은 밤까지 문을 연 상점들이 많았고 조금한 공장들도 많았다. 여기나 한국이나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다 똑같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