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온 지도 2달이 넘었다. 어느정도 이집트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가 보다.하지만 현지 친구들 덕분에 이집트 적응은 조금 수월하게 진행되었던 것 같다.
이집트에 와서 처음 맞는 라마단.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겪었지만 이집트에서의 라마단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해가 떠있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은 똑같지만 이집트는 뭔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라마단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정말 외국인들도 현지인들 눈치를 엄청 많이 봐야 했는데 이집트는 외국인들에게는 강요하거나 눈치 주거나 하지 않았다. 다른 문화를 존중해 주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집트 역시 이슬람과 콥틱교가 공존하는 나라여서 그런가 보다. 하나의 종교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교도 인정해 주는 나라. 콥틱교가 이슬람에게 차별과 억압을 당해 왔지만 실제 사람들의 생활 속에는 차별없이 조화롭게 잘 지내는 것 같았다.
이 라마단 기간에 이집트 친구들이 저녁 식사에 초대해 주었다. 라마단 때는 해가 진 후 (매일 시간이 바뀌지만 대략 6시 이후)에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이 기간에 무슬림들은 퇴근 시간이 빠르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먹지 않는 상태에서 뜨거운 햇볕아래 일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건 모든 이슬람 국가가 똑같다. 오후 2시 일을 마친 친구들은 내가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일 마치고 바로 친구들 차를 타고 친구들이 살고 있는 수에즈(Suez) 로 출발했다.
수에즈(Suez)
수에즈는 잘 알다시피 운하로 유명한 도시다. 그리고 이집트에서 가장 먼저 정유공장이 생긴 곳이기도 하다.그래서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들 중에 수에즈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다.
1시간 반정도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친구네 집. 짐을 챙겨 나온다고 잠깐 들렀다. 친구집은 수에즈 도시 입구에 바로 위치해 있었다. 친구집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같이 들어가자고 이야기하지 않아서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다음 번에는 초대해 주겠지’ 생각하면서. 이집트 친구들 사는 모습이 궁금했다.
짐을 챙겨 나온 친구와 차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출발했다. 저녁 먹는 장소는 클럽(Club)이라고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알고 보니 회사에서 운영하는 직원 전용 공원 같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도시락을 싸와 가족,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있었다. 우리도 한 곳에 테이블을 정리하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또 한 명의 친구가 왔다.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눈앞에는 공장이, 뒤로는 홍해가 펼쳐져 있는 공원에서의 저녁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 특별했다. 처음으로 이집트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 말로만 듣던 수에즈에서의 저녁 식사 그리고 라마단 때의 저녁 식사 등 모든 것이 다 새로웠다.
과연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음식은 생선구이와 새우구이 그리고 볶음밥. 야외에서 먹어서 그런지 정말 맛이 있었다. 도시가 바닷가 근처이다 보니 해산물이 신선하고 맛도 좋았다. 특히 친구들과 다같이 먹어서 그런지 즐겁고 행복하고 음식도 더 맛있게 느껴졌다. 정말 이런 경험을 선물해준 친구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친구들이 음료수를 사가지고 왔는데 라마단 때에만 마신다고 했다.
보라색은 히비스커스로 만든 음료수,
하얀색은 코코넛 가루로 만든 음료수
그리고 갈색은 대추야자로 만든 음료수라고 했다.
난 이중에 하얀색을 만든 음료수가 가장 맛있었는데 달콤하고 너무 좋았다.
이렇게 맛있게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우리 회사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다른 친구가 가족들과 같이 저녁을 먹고 있는데 우리 자리로 왔다. 여기서 같이 이야기하며 커피도 마시고 그 친구 가족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특히 처음으로 이집트 커피를 마셔보았는데 녹지 않은 커피가루를 그대로 컵에 같이 담아주는데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느껴졌지만 마시다 보니 더 진하고 커피 맛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가루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즐거운 저녁 식사가 끝나고 수에즈 도시 구경을 가기로 했다. 수에즈는 운하로 유명한 도시지만 생각보다 큰 도시는 아니었다. 수에즈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로 나가 바닷가 거리를 걸어 다녔다.
한여름의 밤이라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 거리에 나와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이곳에서 특이한 경험을 한가지 했는데 바로 나쁜 기운을 몰아내 준다는 의식 같은 거였다. 내가 앉아 있으면 그 위에 향이 나는 물건을 돌려 주문을 외우는데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주변 사람들도 특이했는지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런가….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집트 사람들은 정말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것 같았다. 특히 홍차. 하루에도 거의 10잔 이상 마시는 것 같았다. 시간 날 때마다 마시니까. 그래서 거리에는 차를 파는 카페가 엄청 많았다. 그리고 거기에 앉아 마시는 사람. 배달시켜 마시는 사람.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마시는 사람 등. 차 마시는 사람을 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나도 친구들을 따라 몇 번 마셔봤지만 그렇게 자주 마시지는 못하겠더라.
그리고 또 한가지. 이집트 사람들은 절대 그냥 차를 마시지 않았다. 꼭 설탕을 넣어 먹는데 그것도 엄청 많이 넣었다. 기본으로 3스분 이상. 친구가 타 놓은 차를 마셔봤는데 와우 너무 달아서 몇 모금 못 마셨다. 차 뿐만 아니라 커피도 마찬가지. 이집트 사람들은 단 걸 엄청 좋아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모스크에 들어가 보았다. 그전부터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집트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같이 들어갔다. 알고 보니 혼자 들어가도 문제가 없었다.
모스크 안은 중앙 조명이 굉장히 화려했다. 그리고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예전에 호주 자전거 여행 중 말레이시아에 잠깐 들렸을 때 거기서 처음 모스크를 보고 감명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실제로 안에 들어가 보니 더 멋있었다. 밖에서만 봤을 때는 둥근 지붕에 감명을 받았다면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멋진 조명과 내부 인테리어에 다시 한번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다른 건물들과 다르게 야외 조명도 멋있게 해놓았다. 아마도 밤에 어디서나 모스크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인거 같았다. 왜냐하면 하루에 5번 기도를 하는데 저녁, 새벽에도 기도를 하기 때문에 어두운 밤 모스크가 잘 보여야 하지 않을까.
모스크 구경을 마치고 드디어 바닷가로 출발. 중간에 한친구는 같이 못간다고 하여 내리고 나머지 친구 둘이서 차를 타고 소크나로 향했다. 가는 길이 너무 어두워서 주변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큰 공장들이 많이 있었다. 아마도 수에즈 운하와 가깝다 보니 많은 공장들이 소크나에 위치해 있는 것 같았다.
소크나(Sokhna)
한 시간정도 달렸을까. 드디어 도착한 숙소는 튤립(Tulip)이라고 하는 리조트였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멋진 리조트가 아닌 약간 허름한, 완전 이집트 스타일의 건물이 쭉 늘어서 있었다. 다 똑같아서 어디가 어딘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았다.
숙소에 딱 들어가는 순간 하…………. 약간의 한숨이……….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가. 첫 이집트 리조트는 생각보다 깨끗하지 않았다. 하지만 숙소에 크게 신경쓰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하룻밤 자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어느정도 숙소에 적응하고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밤바다를 보기 위해서. 정말 바닷가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진을 찍어도 저 멀리 보이는 불빛 말고는 바다는 검은 하늘색하고 구분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 딱 하나 바닷가 카페가 있어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이 일하고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여기말고 그 전에 일했던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등.
서로 완벽한 영어는 아니지만 이해하는데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설령 이해못해도 무슨 상관인가. 이야기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 친구 아닌가. 하지만 다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기가 너무 공격적이어서 조금 힘들었다. 아마 해안가에 우리 밖에 없어서 더 몰렸을수도. 그래도 홍해를 앞에 두고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렇게 늦게까지 수다를 떨다가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처음으로 이집트 친구들과의 여행. 한국사람은 나 밖에 없는. 처음엔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잠이 잘 안 왔는데 피곤함은 어쩔수 없나 보다. 이런저런 생각은 눈꺼풀이 감기면서 금세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