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에서 영원한 친구를 만들다 - 소크나

잔잔한 홍해 바다에서

by 시아파파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친구들은 역시나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더 자려고 해도 잠이 안 와 밖으로 나갔다. 밤에는 보이지 않았던 세상이 눈앞에 보였다. 하지만 둘러봐도 다 똑같은 건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보았다.
생각보다 리조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바다를 보려고 올라갔는데 바다는 안 보이고 건물들만 보였다. 그래도 건물 사이사이에 수영장이 있었다. 난 이 수영장이 수영하는 곳으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게 되었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숙소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친구들은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고 난 침대에 누워 친구들이 일어나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에는 정말 늦잠을 못 자겠다. 벌써 늙었나. 늙으면 아침잠이 없다는데. 내 생각엔 아직 안 늙었는데.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볼 수 있다는 생각.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친구들은 못 봤을 아침 풍경을 봤으니. 뭐 건물 밖에 보진 못했지만.

드디어 친구들이 일어났다. 아마 내가 계속 돌아다녀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것 같았다. 더 자고 싶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난 빨리 수영하러 가자고 독촉했고 친구들도 마지못해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밖으로 향했다.


홍해


제대로 보는 홍해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파도도 없고,
물도 엄청 깨끗하고, 수심도 얕고, 정말 해수욕하기 최상의 조건이었다. 정말 와이프와 딸이 엄청 많이 생각났다. 같이 왔으면 정말 좋아했을텐데. 나중에 꼭 여기는 같이 오고 싶었다.


라마단이라 그런가 사람도 없고 정말 우리가 전세 낸 것 같았다. 오전에는 정말 우리 밖에 없었다. 이 넓은 바다와 해변을 우리만 즐기다니. 정말 환상적이었다. 친구들과 나는 오랜 친구처럼 거리낌 없이 장난도 치면서 신나게 이 시간을 즐겼다. 다시 돌이켜봐도 ‘어떻게 이렇게 재밌게 놀았을까’
지금도 자꾸만 생각이 난다.

친구라는 것.
인종,
국적,
나이
정말 전혀 상관없는 것 같았다.
내가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다르다는 것은 겉모습일 뿐 속마음은 다 똑같다. 사람이니까. 이집트에 와서 얼마 안 되어서 만난 이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고, 같이 장난치고, 서로 마음을 열 수만 있다면 무엇이 막을 수 있겠는가.


신나게 바닷가에서 한바탕 놀고 나니 배가 엄청 고팠다. 하지만 라마단이어서 점심때 문을 여는 음식점이 없었다.
오후 3시부터 음식을 판다고 해서 약 한 시간 정도 음식점에서 기다린 후 음식을 사갈 수 있었다. 그것도 리조트 밖으로 나와 도로 중간에 덩그러니 홀로 서 있는 피자헛. 피자 냄새가 솔솔 풍기는 차를 몰고 리조트까지 가는 길이 왜 이리도 멀던지. 기다리는 친구와 같이 먹기 위해 빨리 차를 몰았다.


드디어 리조트 입구.
전날 저녁엔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지금은 낮이라 선명하게 튤립(Tulip)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문뜩 ‘라마단이라 먹으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 들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는 먹고 라마단 끝난 후에 본인 스스로 연장해서 금식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 부득이한 사정이 나였다. 내가 외국인이라서. 나 때문에 친구들의 라마단 기간이 늘어나버렸다. 종교적인 것을 못 지키게 해서 한편으로 너무 미안하고 다른 한편으로 너무 고마웠다.


점심을 다 먹고 다시 바닷가로 나갔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다시 한번 바다를 보기 위해. 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까.
오후에는 수영은 하지 않고 해변가를 거닐면서 전날 저녁에 갔던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 한잔을 했다.

전날 저녁,

오늘 아침,

오늘 오후.

모두 같은 곳이었지만 느낌이 달랐다.

첫날 저녁은 너무 기대됐고,

오늘 아침은 너무 즐거웠고,

오후는 너무 행복했다.


아쉽지만 이제 떠나야 할 시간. 먼저 마흐무드(Mahmoud) 집으로 갔다. 거기서 짐을 놓고 나를 나중해 주기 위해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기다리면서 집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음……
한마디로 지저분하다. 하지만 이집트 사람들은 그냥 일상처럼 느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지내고 있는 숙소에서 회사까지 가는 길에도 정말 쓰레기가 많았다.
그에 비하면 여기는 양호한 거였다.


차를 타고 가면서 친구들이 선물을 사주겠다고 하면서 한 음료수 가게 앞에 차를 멈췄다. 바로 라마단 때만 마시는 음료를 파는 곳. 내가 전날 하얀색 음료를 너무 잘 먹어서 친구들이 선물로 사준다고. 지금도 그 음료가 생각난다.
달콤한 것이 정말 맛있다.


이렇게 친구들한테 선물도 받고, 난 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정말 너무 고마웠다. 내가 손님이라고 여행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친구들이 비용을 다 지불했다. 내가 내겠다고 해도 절대로 안된다고. 진짜 고맙다는 말을 몇 번했는지 모르겠다.


숙소로 출발


처음으로 타보는 이집트 고속버스


친구들은 토요일까지 주말이라 집에 있어야 해서 나만 카이로로 가야 하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혼자 처음 타는 거라 무섭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잘 설명을 해줘서 내려야 할 곳에 잘 내렸다. 그리고 중간에 계속해서 구글지도로 확인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친구들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버스 안에서 다시 한번 친구들을 생각했다. 고맙다는 인사도 메시지로 보내고.
이 친구들이 있는 한 이집트 생활은 외롭지 않을 거 같았다.

버스는 우리나라 옛날 고속버스 같은 2줄, 2줄 총 4줄로 되어 있는 버스였다. 사람이 꽉 차 있었는데 역시나 외국인이 타니 계속해서 나를 쳐다봤다. 뭐 이제는 익숙해졌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지만 중간중간 뒤통수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다행히 버스는 다른 차들처럼 엄청 빠르게, 급정거, 급출발, 잦은 차선 변경 등은 없었다. 약 100 km/h 속도로 꾸준히 한 차선으로 달렸다. 역시나 이 버스도 정해져 있는 정류장 없이 사람이 내리고 싶은데 이야기만 하면 내려주었다.
아니면 내가 잘못 알고 있을수도. 정류장은 없지만 기사와 사람들끼리 서로 정해져 있는 정류장이 있는지.

내가 내린 곳은 카이로에서 수에즈로 가는 고속도로 입구 있는 Almazah라는 곳에서 내렸다. 이곳에서 내려 우버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정말 알차고 즐겁게 보낸 이틀이었다.
처음으로 이집트 친구들과 간 여행이었고,
처음으로 수에즈,
소크나를 가보고,
처음으로 홍해에서 수영도 해보고,
처음으로 이집트 고속버스를 타보고.
처음으로 해보는 것이 너무 많은 여행이었다.
앞으로도 이 친구들과 더 많은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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