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찾아온 주말. 역시나 나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가방을 매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주말만 되면 자꾸 밖으로 나가자고 하는 나의 다리는 어떻게 말릴 수가 없었다. 다리뿐만이 아니라 온몸 전체, 내 정신까지도
‘방에만 있으면 뭐해. 나가자.’
라고 외치는 것 같다.
이번에 간 곳은 카이로 시타델 (Citadel of Saladin)이라고 불리우는 곳이었다. 이곳에 정말 멋진 모스크가 있어서 꼭 가보고 싶었다. 중간중간 골프장에 갔다오면서 보였던 크고 멋진 모스크. 드디어 이곳을 가보게 되었다.
이제 지하철이 너무 익숙해졌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일 가까운 지하철 역으로 가서 표를 끊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총 13정거장. 마지막 하나 남은 Zone 2 티켓을 구매했다. Zone 2 티켓은 초록색. 드디어 세 가지 표를 다 샀다.
이번에 달라진 점은 우버 택시를 타지 않고 일반 택시를 타고 지하철 역까지 갔다는 것. 역시 우버 택시보다 훨씬 쌌다.거의 반 값. 이번에 만난 택시기사는 정말 친절하고 외국인이라고 돈을 더 받거나 하지 않았다. 정말 좋은 택시를 잡은 것 같았다.
이렇게 시작부터 기분 좋게 진행되니 내 마음은 더 들떴다. 도착한 역은 사이다 제이납(Sayeda Zeinab). 역시 주말 이른 아침이라 역 주변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밤새 놀거나 일하다가 늦잠을 자는 것 같았다.
오전이라 날씨가 많이 덥지않아서 시타델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거리가 꽤 되었지만 걸어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전혀 먼 거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걸어다니면서 주변 풍경도 볼 수 있고.아침이라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조용한 건 역 뿐이 아니라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길을 걷다 특이한 건물을 발견했는데 집 옥상에 나무로 지은 높은 건물이 있었다. 그 중간에 사람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무슨 건물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나중에 이집트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비둘기 우리라고 이야기해 주었다.이집트에서 비둘기는 귀한 음식 중 하나다. 그래서 우리를 만들어 기르는 곳이 많은데 저렇게 생긴 건 처음 보았다.크기도 엄청 컸고, 과연 얼마나 많은 비둘기가 저 안에 있을까.
팁 하나.
이집트에는 횡단보도가 거의 없다. 아예 없다고 보는게 나을 것 같다. 있어도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으니. 그리고 신호등도 거의 없다. 그래서 도로를 건널 때 무조건 무단횡단을 해야하고 주변에 차를 잘 살펴야 했다. 처음에는 이집트 친구들과 함께 건너 다녔는데 이제는 능숙하게 잘 건너다닌다. 하지만 건널 때마다 정말 위험하다는 건 느낀다. 특히 땅이 넓은 이집트에는 넓은 도로가 많다. 왕복 8차선 도로가 거의 기본 도로이다 보니 도로를 건너는 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이집트 여행할 기회가 있으시다면 도로 건널 때 정말 조심하시길.
가는길 내내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그냥 이집트의 일상 모습이었다. 집들 사이로 나있는 골목길, 거리에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길거리에 선 주말 시장 등. 모든 일상생활이 나에게는 신기하게 다가왔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와 다를 것이 없었다. 다 똑같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인데 더 특별할 것이 있겠는가. 하지만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다른 나라의 생활 모습은 모든게 다 달라보였다. 특히 길거리 주말 시장은 좁은 인도에 옷이며 가방이며 많은 것을 팔고 있었다. 새를 가지고 와서 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집트 사람들은 새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다.
시타델
이렇게 주변을 구경하는 사이 드디어 시타델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초록색 동산 위에 시타델이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동산 위에 성곽. 대부분의 성곽들이 산을 끼고 있듯이 이 시타델도 산 위에 지어진 것 같았다. 특히 밖에서도 잘 보이는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는 빨리 오라고 나에게 손짓하는 것 같았다.
입구에는 역시나 경찰이 지키고 있었고, 표를 끊고 난 후 가방 검사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안은 커다란 성곽을 따라 도로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인도에는 가로수도 많이 심어져 있었다. 주말 아침이라 사람은 많이 없었지만 우리 말고도 곳곳에 외국인들이 보였다. 역시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성곽을 따라 주변을 구경하며 걷는 사이 드디어 눈 앞에 거대한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가 나타났다.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컸다. 특히 난 모스크의 둥근 지붕을 좋아하는데 대부분 한 모스크에 거의 하나의 둥근 지붕이 있는데 이 모스크는 둥근 모스크가 큰 것만 5개는 넘어보였다. 이러니 내가 안 좋아할 수 있겠는가.
높은 곳에 위치한 모스크에서는 도시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지난번 카이로 타워 위에서 카이로 시내 야경을 감상했다면 이번에 카이로 중심의 낮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집트는 집을 짓고 겉에 페인트를 칠하지 않은 건물들이 많았다. 처음엔 왜 안 예쁘게 건물 외벽을 칠하지 않을까 했는데 알고 봤더니 모래 바람이 많이 불어 예쁘게 칠해도 외벽이 자꾸 벗겨져 칠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라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보다. 그리고 생각보다 고층 건물들이 많았다. 단순히 시멘트와 벽돌로만 지은 집들 대부분이 10층은넘어 보였다.이집트도 우리나라 서울과 비슷하게 이집트 인구의 반 정도가 카이로에 몰려 산다고 하니 집이 많이 필요해 높게 지을 수 밖에 없었나 보다.
주변 풍경 감상이 끝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를 자세히 뜯어 보았다.고풍스럽게 꾸며 놓은 외관은 정말 내가 봐왔던 모스크와는 차원이 달랐다. 부드러운 곡선과 중간에 매달려 있는 전등, 아름다운 창문 문양 등. 모스크 한 바퀴를 돌면서 정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외관이 이 정도인데 내부는 어떨까.
내부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앙 조명.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고 멋있었다. 대부분 모스크에 가보면 중앙 조명은 화려하게아름답게 그리고 크게 만들어 놓았다. 안에 들어와 보니 내부는 더 넓어 보였다. 천장이 높아 더 넓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앉아서 쉬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 조금씩 잠이 몰려왔다. 그만큼 안이 너무 편안하고 조용했다.
모스크 안에서 더위를 식히고 내부를 감상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점점 배가 고파져 관리인들에게 물어보니 주변에 식당이 있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식당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아직 다 보지 못했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식당에서 피자 한판을 시켜 시원한 콜라와 함께 먹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배고팠던 것도 있었지만 그걸 빼고 서라도 맛이 정말 괜찮았다. 특히 밥을 먹고 있는데 고양이가 계속해서 다리 주변을 돌아다녀 고양이가 다을때마다 깜짝깜짝 놀랬다.아마 고양이도 배가 무지 고팠던 모양이다. 우리가 다 먹을 때까지 우리 곁을 계속 서성이며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맛있는 점심을 먹었으니 다시 힘을 내서 돌아다녔다.무함마드 알리 모스크 말고 다른 모스크도 옆에 있었는데 이름은 칼라운 모스크. 이 모스크는 천장이 없는 모스크였다. 이 모스크 또한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 뻥 뚫린 천장은 낮에는 덥겠지만 밤 기도를 드릴 때 많은 사람들이 밤 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기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내도 좋지만 밤에는 야외에서 드리는 기도가 더 좋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모스크 구경을 다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이집트 군사박물관이 있었다. 전쟁을 위해 지어진 건축물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내용이 전시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날은 왜 인지 모르겠지만 문을 열지 않아 박물관 구경은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