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의 만남

칼릴리 전통 시장 (khan al-Khalili), 나일강 크루즈

by 시아파파

출장 나온 동료가 복귀할 때가 다 되어서 마지막으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칼릴리 전통 시장과 나일강 크루즈를 해보기로 했다.


칼릴리 전통시장


우버 택시를 타고 숙소에서 칼릴리 전통 시장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차가 너무 막혀 3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했다. 시장입구부터 차와 사람이 어쩌니 많던지.
길에 반은 차고 반은 사람이었다. 결국엔 기다릴 수가 없어서 시장 들어가는 입구 한참 전에 택시에서 내려 입구까지 걸어갔다.


입구엔 커다란 모스크가 있는데 그 주위로 음식점과 시장 상점들로 쭉 둘러싸여 있다. 이집트에 와서 이렇게 사람들 많이 모인 곳에 온 적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왜 여기를 왔을까? 무엇을 사러 왔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 사이로 한쪽엔 음식점과 찻집, 반대편엔 온갖 물건을 파는 상점. 따로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길거리에 물건을 내놓고 파는 곳이 많았다. 아이들 장난감, 식료품, 옷,
카펫, 기념품 등 안 파는 물건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많고 많은 물건 중에 내 맘에 드는 물건은 없었다. 기념이 될 만한 물건 찾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이집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이번에 와서 본 것은 정말 칼릴리 시장의 일부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 넓어서 하루에 다 보기 힘들 정도라고. 저녁에 나일강 크루즈 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쉽지만 시장 구경을 마무리하고 이동해야 했다. 아쉬움이 남으면 나중에 꼭 다시 찾게 되는 법. 다음번에 충분을 시간을 가지고 다시 오기로 마음먹었다.


해가 지고 밤이 되니 교통체증은 더 심해졌다. 우버 택시를 불러도 도로가 막혀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엔 현지 택시를 겨우겨우 잡아서 나일강 크루즈 하는 곳으로 갔다.
가는 내내 늦으면 어떻게 하나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약속시간 (오후 7시)에 거의 딱 맞춰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다 오지도 않았고 느긋하게 기다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 무슨 일이지?


나일강 크루즈를 안내해 주는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1시간 뒤에 탑승이 가능하다고 한다. 알고 봤더니 크루즈 패키지를 담당하는 업체에서 늦는 사람이 많아 1시간 일찍 약속시간을 잡았다고 했다. 오는 내내 얼마나 긴장하면서 왔는데. 약간 허무하기도 하고 당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여유롭게 기다리며 크루즈 탈 생각을 하니 기분이 약간 좋아졌다.


나일강 크루즈



이번 나일강 크루즈는 이집트 현지 민박집에서 운영하는 여행 패키지를 이용했다. 민박집 이름은 ‘서울의 집’ 인터넷에 서울의 집이라고 치면 홈페이지가 나오는데 여기서 다양한 여행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다. 비용은 한 사람 당 30$ (2018년 기준).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이 비용에 저녁 뷔페와 공연까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크루즈 업체 이름은 ‘The Pharaohs’ 입구부터 이집트 냄새가 물씬 풍겼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린 후 배에 올라탔는데 저 큰 배에 사람이 꽉 찼다. 업체 가이드는 우리를 자리까지 안내해 주고 인사를 나눈 후 퇴근했다. 우리가 오늘 마지막 손님이었나 보다.

테이블에 앉아 배가 출발할 때까지 동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는 순간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 뷔페가 시작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음식이 보이자마자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리도 배가 너무 고파 그 행렬에 동참했고 한 접시 가득 음식을 담아와 먹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배가 불러올 때 앞에서 악기를 가지고 공연 준비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렇게 저렇게 음을 맞춰보더니 신나게 음악을 연주가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여인. 바로 벨리댄서였다.


와이프가 벨리댄스 강사였던 관계로 결혼 전부터 벨리댄스 공연을 많이 봐와서 그런가 실력이 좋은 댄서는 아닌 것 같았다. 와이프 공연을 많이 봐서 눈이 높아졌나 보다. 하지만 그냥 밥만 먹고 배만 탔으면 지루했을 텐데 이런 공연이 있어 잠시나마 지루함을 잊을 수 있었다. 보면서 예전에 와이프가 공연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훨씬 이쁘고 훨씬 잘 추었는데. 지금은 어린 딸 때문에 잠시 벨리댄스를 중단하였지만 나는 와이프가 다시 벨리댄스를 했으면 좋겠다. 와이프가 춤추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하다. 그리고 너무 이쁘고 멋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그 사람이 가장 멋있고 이쁘게 보인다는 말. 난 벨리댄스를 추는 와이프를 보면서 그걸 느꼈다.


벨리댄스 공연이 끝나고 바로 다음 공연이 시작됐다. 다음 공연은 이집트 전통 춤 수피 댄스였다. 수피 댄스는 남자가 큰 둥근 천을 들고 계속해서 뱅글뱅글 도는 춤인데 보기만 해도 힘들어 보였다. 처음에는 허리에 차고 돌다가 나중에는 손으로 들고 도는데 좁은 공간에서 저런 춤을 춘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주변 사람이 맞을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그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거의 10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돌기만 했다. 안 어지러울까?


두 가지 공연을 보고 바깥바람을 만끽하기 위해 2층 야외로 나갔다. 나일강의 밤풍경을 보고 싶어서.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밤풍경을 보면 같이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 역시 회사 동료와 강바람을 맞으며 옛날이야기도 나누고 앞으로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안 좋은 점이 있었다. 카이로의 공기. 약 한 시간 정도밖에 나가 있었는데 목이 점점 칼칼해져 오는 게 더 오래 있기는 힘들었다. 시원한 밤공기는 정말 좋은데……


아직까지 환경규제가 심하지 않아 자동차 배기가스가 심하게 나오는 차들이 많다. 그리고 오래된 차들도 엄청 많다. 솔직히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로 오래된 차들이 많았다. 특히 어디서 제작됐는지 알 수 없는 차들도 있었다.
아마도 여기저기 부품을 조합시켜 자체적으로 제작한 차들인 것 같았다. 이런 차들이 대중교통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세상에 좋은 점이 있으면 안 좋은 점도 있는 법. 항상 좋을 수만 있을까. 장점과 단점 중 장점에 더 초점을 맞춰 세상을 바라보면 다 좋아 보이지 않을까. 이집트 역시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다. 하지만 난 장점만 보려고 항상 노력한다.
단점을 자꾸 생각하게 되면 점점 생활하고 일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내가 이집트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노력하는 점 중 하나다.


단점 대신 항상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자.


이러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볼 때 단점이 아닌 장점을 봐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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