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행동은 커튼을 치고 바다를 보는 것이었다. 난 방을 잡을 때 바다가 보이는 곳을 좋아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다 좋아하지만) 특히 커튼을 열었을 때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다가 보이면 너무 행복하다.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바로 check out을 한 후 해안 도로를 거닐기 시작했다. 맑은 날씨와 바다 바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특히 이집트는 날씨가 1년 내내 너무 좋다. 비 오는 날이 1년에 2주 정도밖에 안된다 (1년 넘게 살면서 경험해 본 결과) 거의 안 오는 거다. 그러다 보니 하늘은 항상 맑고 구름도 많지가 않다. 정말 축복받은 나라다.
아침 일찍 나왔더니 거리에 사람들도 거의 없고 차도 많이 다니지 않아 산책하기 정말 딱 좋았다. 그리고 주거 건물 사이사이에 있는 모스크와 유럽식 건물은 알렉산드리아 거리를 더 멋지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카이트베이(Citadel of Qaitbay)
알렉산드리아 첫 번째 목적지는 시타델이라고 하는 카이트베이(Citadel of Qaitbay) 성이었다. 이 성은 1446년 맘루크 왕조의 술탄 카이트 베이가 건설한 것으로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파로드 등대가 있던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 등대는 없고 아래 성곽만 남아 있는데 예전에 이곳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졌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집트는 관광지 입장료가 내국인과 외국인이 다르다. 당연히 외국인이 비싸다. 내국인, 학생은 20 EGP, 외국인은 40 EGP (2018년 기준). 뭐 이 정도는 애교로. 다른 곳은 더 많이 차이 난다고 하던데.
처음 들어가면 출입 통로를 지나 성곽 앞마당이 나온다. 이곳에는 그 당시 썼던 대포가 진열되어 있고 성곽을 둘러싸고 조금한 방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이 방들은 그 당시 군인들이 썼던 방이라고 한다. 성곽 내부는 총 3층으로 되어 있는데 각 층마다 조금한 창문이 군데군데 만들어져 있었다. 아마도 그곳으로 적들이 쳐들어왔을 때 총을 쏘거나 활을 쏘지 않았을까. 생각보다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이 너무 작아서 ‘여기 있던 군인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3층은 올라갈 수 없게 막아 놓았다. 높은 곳에 올라가 알렉산드리아 시내를 한 번에 보고 싶었는데 정말 아쉬웠다. 하지만 돌아다니다가 시내를 볼 수 있는 큰 창문을 찾았다. 그곳에서 바라본 시내 풍경은 바다와 어우러져 정말 멋있었다. 수평선에 쭉 늘어서 있는 건물과 카이트 베이 사이에 있는 바다에 있는 수많은 배들, 그리고 카이트 베이 앞마당이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이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성 내부 구경을 마무리하고 성 외부에 있는 곳을 구경할 때도 또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방파제 사이로 보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는 그동안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말로만 듣던 지중해를 바로 눈앞에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특히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나도 해보고 싶었다. 근데 물고기를 잡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몬타자 궁전 (Montazah Palace)
두 번째로 간 곳은 몬타자 궁전(Montazah Palace).
카이트 베이에서 몬타자 궁전까지는 시티투어 2층 버스를 타고 갔다. 처음엔 몰랐는데 2층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어떻게 타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탔다. 요금은 10 EGP (약 700원_2018년 기준). 알렉산드리아 주 도로에서 손만 흔들면 탈 수 있고, 내리고 싶은데 어디든 내릴 수 있었다.이집트는 딱히 버스정류장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2층 버스를 탔으니 당연히 2층으로. 2층으로 올라가니 주변 풍경이 내 두 눈에 너무 잘 들어왔다. 달리면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고 주변 풍경도 달리면서 볼 수 있고, 정말 여행객을 위해 준비를 잘해 놓은 것 같았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멋진 다리를 볼 수 있는데 스텐리 다리(Stanley Bridge). 스텐리 해변을 가로질러 설치한 이 다리는 알렉산드리아에서 또 하나의 명소 중 한 군데이다. 밤이 되면 이 다리 위에 사람이 엄청 많은데 특히 바람이 많이 불어 다리에 앉아 있으면 정말 시원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몬타자 궁전. 입구부터 레고로 만든 것 같은 건축물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역시나 여기도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비싸게. 내국인 15 EGP, 외국인 25 EGP (2018년 기준).
들어가자마자 엄청 큰 공원이 나왔다. 도로 양쪽으로는 야자나무가, 인도를 따라서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줄 서 있었다. 이집트에 와서 이렇게 넓은 푸른 잔디밭을 본 적이 없었는데 (골프장 빼고). 정말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푸른 풀밭을 따라 쭉 안으로 들어가니 드디어 몬타자 궁전을 볼 수가 있었다.
이곳은 무함마드 알리 (Muhammad Ali, 1805~1848 재위) 일가의 궁전 중 하나로 빅토리아 양식의 아치형 다리, 터키 양식과 피렌체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궁전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경찰들이 막고 서 있는데 들어가려 다가 제지당했다.정말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이 장난감 같은 건물은 건물 그 자체만으로도 멋있지만 주변 정원도 이쁘게 꾸며 놓아 더욱 빛났다. 이집트 친구들 이야기로는 현재 대통령이 휴가를 이곳에서 보낸다고 했다. 정말로 직접 보면 들어가 보고 싶다는 충동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이 궁전 앞바다에는 리조트 같은 곳이 있는데 차만 있으면 이런 곳에서 지내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하고 바다가 바로 앞에 있고. 쉬러 온다면 이런 곳도 좋지 않을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Alexandria library)
푸른 잔디와 푸른 바다, 멋진 궁전을 뒤로 하고 다음으로 간 곳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Alexandria library).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으로 가는 길도 2층 버스를 타고 바다 바람을 느끼면 달려갔다. 금강산도 식후경.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가기 전에 배가 너무 고팠다. 아침 일찍부터 너무 많이 돌아다녔으니. 바닷가에 왔으니 씨푸드 음식점으로 향했다.
이집트 친구가 추천해 준 Fish market이라는 음식점으로 향했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식당은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는 직접 해산물을 보고 고를 수 있었는데 메뉴만 보고 고르는 것보다 확실히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어서 모르는 음식을 시키는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다. 특히 씨푸드 수프는 진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부드러운 크림 수프 맛과 해산물의 조화. 지금까지 이런 맛은 느껴보지 못했다. 그리고 새우구이와 연어 구이도 입에 착 달라붙었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마지막 장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으로 출발. 이 도서관은 세계에서 제일 큰 도서관으로 2000년도 훨씬 전에 파괴되어 더 이상 실존하지 않는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대신해 지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유네스코와 프랑스, 사담 후세인의 후원으로 이 멋진 도서관이 지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겉면은 둥근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전 세계 언어가 새겨져 있었다. 한글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게 큼지막하게 잘 새겨져 있었다. 입장료는 70 EGP (2018년 기준). 여기도 역시나 외국인은 더 받았다.
내부로 들어가니 계단식으로 공부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등 없이 햇빛으로 안을 밝힐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일 년 내내 맑은 하늘을 자랑하는 이집트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나라 책도 있다고 해서 도서관 안을 엄청 돌아다녔는데 결국 찾았다. 외국 도서관에서 우리나라 책을 발견하니 기분이 뿌듯했다.
도서관 지하에는 박물관과 전시관이 있었는데 볼 것이 많았다. 도자기, 조각상,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관도 있고, 알렉산드리아 역사를 설명해 놓은 박물관, 고대 이집트 인들의 생활상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 등. 도서관 자체 구경만으로는 아쉬울 것 같았는데 이런 좋은 전시관이 있어 전혀 아쉽지 않았다. 정말 천천히 차근차근 보려면 하루도 부족해 보였다.
이렇게 알렉산드리아에서의 첫 번째 자유여행이 끝났다. 기차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는데 트렘을 발견했다. 찾아보니 이집트에서 알렉산드리아에서만 운행한다고 한다. 이번엔 타보지 못했지만 다음번엔 꼭 타 봐야겠고 마음먹었다.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싶으니.
그리고 이집트에서 특이한 점 하나. 여기서는 정육점에서 고기를 냉장 보관하는 것이 아니고 밖에 걸어 둔다. 이 더운 나라에서 안 상할까 생각해 보았는데 왜 저렇게 보관하는지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했다. 이집트 친구들에게 물어봐야겠다. (이걸 물어보지 못하고 한국으로 와버렸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유가 있지 않을까.
기차를 타러 역으로 향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기차를 타고 카이로로 향하면서 여행했던 것을 다시 떠올려 본다.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기차를 타고 도착한 카이로. 늦은 밤인 데도 많은 사람들이 역 주변에 몰려 있었다. 아마 늦은 밤기차를 타고 집으로 가려는 사람들과 카이로로 오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아닐까. 우리를 마중 나와 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무사히 카이로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나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끝나지 않은 여행
생각해 보면 아직까지도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가는 여정이 남아 있다. 처음에는 우버를 타고 숙소에 가려고 했지만 차가 너무 밀려 차가 오지 않아 몇 번이고 다시 시도했지만 번번이 취소되고 말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지하철. 지하철을 타고 번잡한 이곳을 벗어나 거기서 우버를 타고 숙소로 가기로 했다.
처음으로 타보는 지하철. 이집트의 지하철은 총 3개 노선이 있다. 그리고 세 종류의 티켓이 있는데 Zone 1은 9개 정거장을 갈 수 있고, Zone 2는 16개 정거장, 그 이상은 Zone 3을 구매해야 한다. (Zone 1 : 3 EGP, Zone 2 : 5 EGP, Zone 3 : 7 EGP_2018년 기준) 우리는 Al-Shohadaa역에서 Helmiyet El zeitoun역까지 총 8개 역을 가야 했다. 당연히 티켓은 Zone 1으로.
오랜만에 보는 종이 티켓
지하철은 두 종류가 있었다. 하나는 오래된 지하철, 다른 하나는 새 지하철. 새 지하철은 우리나라 현대로템에서 수출한 거였다. 한국 자동차도 많은 이집트에서 지하철 역시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이 사용되고 있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운 좋게 우리나라에서 만든 새 지하철을 탔는데 역시나 우리나라에 있는 것과 똑같아푸근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이집트 기차, 지하철을 타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을 다니는 법을 알게 되었다. 외국에 가면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인데 막상 하고 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 나는 일반 여행으로 온 것이 아니고 여기에 지내면서 주말 동안 돌아다니는 것이라 이집트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로 듣는 것하고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것은 천지차이. 앞으로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집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것이다. 저렴한 비용, 이집트 현지 체험 등 장점이 너무 많았다. 우버 택시 타고 돌아다니는 것보단 힘들지만.
특히 이번 여행은 이집트를 돌아다니는데 많은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집트는 위험하다’라고 하는데 내가 느껴본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했다. 물어보면 잘 대답해 주고, 눈 마주치면 인사해 주고.
지난번 피라미드 여행 때도 이야기하였지만 자기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특히 남의 이야기만 듣고 결론지어 버리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난 꼭 내가 겪어봐야 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생각과 나의 생각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존재하고 그 사람들이 다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무언가를 결정지어 버리고 판단해 버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