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서둘러서 바닷가로 향했다. 더 더워지기 전에. 역시 유명한 곳 답게 바닷가 주변이 정말 깨끗하고 예쁘게 잘 가꿔줘 있었다. 바다와 모래사장 그리고 풀밭. 파랑, 갈색, 초록의 조화가 이렇게 멋질 줄이야.
바닷가 또한 사람들이 별로 없어 해수욕하기는 정말 최고였다. 그런데 문제는 해안가에 들어가는데도 입장료가 있다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는 것. 아무리 잘 가꿔놨지만 마을 들어오는데도 입장료, 해안가 들어가는데도 입장료,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바닷물은 생각보다 너무 차가웠다. 한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지난번 홍해에 갔을 때는 이렇게 차갑지 않았는데 지중해는 그와 반대로 너무 차가웠다. 한두 번 정도 들어갔다 온 것 같다. 그 다음엔 너무 추워서 들어가질 못했다. 하지만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나니 너무 개운했다. 한 주의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사람은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시원한 해수욕을 즐기고 계획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 장소는 알렉산드리아 박물관. 알렉산드리아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2층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어디서 타면 되냐고 물으니 집주인 아들이 같이 있었는데 자기가 알려주겠다며 앞장서 갔다. 우리는 걸어가야 하는데 집주인 아들은 자전거를 타고 슝 하고 가버렸다.
이층 버스가 여기까지 오다니. 지난번에 왔을 때 몬자타 궁전 앞이 종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렇게 이층 버스의 최종 종점이 마무라 비치인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역시 경험은 쌓이면 쌓일수록 좋은 것이여.
역시나 다시 만난 이층 버스, 이번엔 어찌나 더 반가운지. 이 버스가 없었다면 택시 타고 가야하는데 알렉산드리아에서는 택시보다 이 이층 버스가 훨씬 이동하기 좋다. 가격도 싸고 주변 풍경도 감상할 수 있고.
이 이층 버스는 마무라 비치를 출발해 몬자타 궁전을 통과해서 메인 도로를 달린다. 한쪽 종점은 알았으니 반대편 종점은 어디인지 궁금했다.
알렉산드리아 박물관은 지도를 보니 해안가 안쪽에 위치해 있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주변 거리 풍경도 구경할 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앞 길을 지나 쭉 걸어가던 도중 중간에 공원이 하나 있었다. El shalalat park. 공원 전체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날씨도 점점 더워져 빨리 시원한 박물관으로 대피하고 싶어졌다.
알렉산드리아 박물관
마침내 도착한 알렉산드리아 박물관. 국립 박물관이라고 해서 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작았다. 안에 유물들도 카이로 박물관을 갔다와서 그런가 비슷한 것들도 많고, 특별한 것들도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 정말 귀중한 유물은 카이로 박물관으로 가지 않았을까.
이곳에는 파라오 시대, 그리스 로마 시대, 콥트 기독교 시대, 이슬람 시대까지의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특히 지하에는 미라와 알렉산드리아 앞바다에서 인양된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이 보관되어 있는데 사진 촬영이 허락되지 않아 사진을 남길 수가 없었다.
간단하게 알렉산드리아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다음으로 간 곳은 알렉산드리아 관광지 중 하나인 로마 원형 극장. 박물관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이곳도 걸어가기로 했다.
로마 원형 극장까지 가는 길은 다른 이집트 골목길과는 다르게 굉장히 럭셔리한 거리였다. 건물부터가 달랐고 주변도 깨끗했고, 특히 상점들이 커피숍, 옷, 가방 등 명품은 아니지만 값비싸 보이는 가게들이 들어와 있었다. 안쪽에 이런 거리가 있을 줄이야. 전혀 다른 나라에 온 느낌이었다.
고대 로마 원형 극장
약 10분 정도 걸었을까 눈앞에 고대 로마 원형 극장 (Ancient Roman Amphitheater)이 보였다. 입구를 찾기 위해 로마 원형 극장 주변을 쭉 둘러봤는데 꼭 안에 안 들어가도 밖에서 다 볼 수 있었다. 거기다가 입장료도생각보다 비쌌다.저 돈을 주고 들어가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도 다 보이는데.
거기다가 온 사방이 땡볕. 그늘 하나 없는 뻥 뚫린 공간이었다. 더더욱 들어가기 싫어지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 결국 우리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구경하는 걸로 결정했다. 정말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단순히 구경 온 사람이라면 꼭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 나의 생각이다.
젊음의 거리
이렇게 이번에 계획한 세 군데(마무라 비치, 알렉산드리아 박물관, 고대 로마 원형 극장) 구경을 마쳤는데도 기차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다.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배가 고파서 음식점을 찾았는데 차장님이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하여 맥도널드를 지도에서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맥도널드를 찾아가는 길이 알렉산드리아에서 가장 번화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여행 코스가 나타난 것이다. 완전 횡재한 느낌. 영화관을 비롯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아까 럭셔리한 거리와는 또 다른 느낌의 거리였다.
그리고 알고 보니 이 거리의 입구는 이층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봤던 Saad Zaghlol Square 옆에 있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저기 한번 가봐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거꾸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거리를 구경하며 나오게 된 것이다.
젊음의 거리 구경을 마치고 메인 도로로 나와 아까 탔던 이층 버스를 타고 반대편 종점까지 가보기로 했다. 반대편 종점까지 가보면 이층 버스 전체 구간을 다 타보는 거니까 어디까지 가는지 궁금했다.
버스는 지난번에 내린 시타델 입구를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갔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생선 비린내가 나는 것이 해산물을 파는 곳이 나타났다. 그리고 차가 정차한 곳은 주거지역 입구였는데 거기 앞에 가게에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무언가 하고 봤더니 축구 경기를 보고 있었다. 이날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선수 살라(Salah)가 나오는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 이집트 사람들의 축구 열기는 유럽 못지 않았다. 특별한 놀이 문화가 없는 이집트에서 어릴 때 축구는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였다.
여기서 팁 하나!
버스는 종점에서 한동안 정차해 있다가 다시 출발하였다. 여기서 내리지 않으면 그냥 계속 타고 갈 수 있었다. 또 돈을 받지 않았다. 정말 좋은 버스 시스템이었다.
이렇게 다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기 위해 지난번과 다른 알렉산드리아 역에서 기차를 타기로 했다. 기차역에 물어봤더니 내렸던 역이 여기가 아니어도 같은 알렉산드리아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탑승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까 전에 고대 로마 원형 극장 옆 근처에 있던 알렉산드리아 역을 찾아가기 위해 중간에 버스를 내려 걸어갔다.
이리저리 서성이며 상점에서 물을 사서 마시고 있는데 한 무리의 어린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Hello, I love you, What’s your name? 등 신기한 듯이 다가왔다. 처음엔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귀찮았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너무 귀여웠다. 계속 사진 찍자고 해서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찍길 잘한 것 같다. 이 사진만 보면 내가 스타가 된 기분이니까.
정말 알찬 두 번째 알렉산드리아 여행이었다.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드디어 마지막 종착지. 알렉산드리아 역. 그전에 내렸던 Sidi Gaber Railway Station보다 훨씬 큰 역이었다. 여기가 진정 알렉산드리아의 메인 역이었다. 이렇게 역이 반가울 수가. 잠깐 남은 시간에 역 안에 있는 카페에 앉아 음료수를 마셨다. 완전 꿀맛이었다. 힘들 때 마시는 시원한 과일 주스. 이보다 더 좋은 게 뭐가 있을까.
이렇게 두 번째 알렉산드리아 여행을 마무리하고 기차에 오른 순간. 머리를 의자에 닿는 순간 졸음이 몰려왔다.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기차는 해가 질 때까지 끊임없이 달리며 우리를 카이로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다시 복잡한 카이로에 도착. 생각보다 사람이 별로 없어 우버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편하게 집에까지 가고 싶었다. 내 발이 더 이상은 못 걷겠다고 울부짖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