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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Feb 05. 2024

다시 사랑하게 된 이집트 - 알렉산드리아

아버지와 단둘이 여행하는 상상을 하며

11일간의 야간근무를 끝내고 3일간의 휴무. 같이 근무한 감독님과 알렉산드리아로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다. 6시 근무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간단히 씻은 후 바로 알렉산드리아로 출발했다.

이번에 예약한 호텔은 튤립(Tolip)이라는 호텔로 스텐리다리(Stanley Bridge) 바로 옆에 있는 호텔이다. 지난번 알렉산드리아 여행 때 이 근처에서 묵고 싶었는데 괜찮은 호텔이 찾아서 예약을 해버렸다. 그것도 알렉산드리아 가는 차 안에서. 한 여름 휴가 시즌이라 방값이 생각보다 많이 비쌌지만 열심히 일했으니 보상 받는 거라고 생각하고 결제해 버렸다.

호텔 방에 딱 들어서는 순간 창문으로 바다가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 분명히 측면 바다 뷰라고 했는데.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정말 베란다에 나가서 왼쪽을 봐야 바다가 보였다. 말 그대로 정말 측면 바다 뷰였다. 솔직히 침대에 누워 창문을 보면 살짝이라도 바다가 보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정면 큰 건물만 보일 뿐. 아쉬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벽근무로 인해 못잔 잠을 자고 저녁에 나가기로 했다.


꿀맛 같은 낮잠을 자고 일어나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는 알렉산드리아는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이번이 세번째 알렉산드리아 여행. 언제나 힘들고 지칠 때 이곳에 오면 힘이 났다.

괜찮은 식당을 찾기 위해 길을 건너 돌아다니고 있는데 바다 근처에 괜찮은 까페가 보였다. 처음엔 구경만 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자리가 너무 괜찮아 앉아서 간단히 음료수 한잔을 마시고 나왔다. 지난번 여행에서 찾지 못한 괜찮은 카페였다.


쌓아놓은 방파제 위에 세워진 카페는 양 옆으로 바다가 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바다 냄새가 내가 바닷가에 왔다는 것을 더 상기시켜 주었다. 특히 알록달록 색칠한 방파제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크레파스와 비슷했다. 고급스러워 보이지는 않지만 어린이의 감성이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다.


간단히 음료수를 마시고 진짜 저녁을 먹기 위해 바다를 따라 거리를 걷고 있는데 또 괜찮은 곳을 발견했다. 여러 음식점과 길거리 상점이 모여있는 광장. 왜 이런 곳을 이제야 발견했을까. 정말 알렉산드리아는 올 때마다 새로웠다. 


여러 음식점들이 있었지만 우리 눈에 들어온 곳은 레바논 음식점. 중동 음식점 중에 제일 맛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서 보이자 마자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메뉴판을 보는데 무엇을 시켜야 할 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맛있는 것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여러 음식을 추천해 주었다. 느낌이 우리처럼 처음 와보는 손님들에게 많이 추천해 본 솜씨였다. 음식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괜찮은 저녁 식사였다.


출출한 배를 채웠으니 다시 알렉산드리아 야경을 구경하러 거리로 나갔다. 매번 차로만 지나갔던 스텐리 다리(Stanley Bridge)를 걸으며 알렉산드리아 밤을 즐겼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다리 위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멋진 야경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특히 이 다리는 들어가 있는 해안선을 바로 건너갈 수 있게 만든 다리인데 그 안쪽 해안선에는 호텔과 식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을 보며 ‘내일은 꼭 저기서 저녁을 먹어야겠다.’

라고 마음먹었다. 스텐리 다리를 바라보며 저녁 먹는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밤은 깊어가고 첫째날도 지나가고 있었다.


둘째날 아침.
일찍 아침을 먹고 부지런히 길을 나섰다. 알렉산드리아가 처음이신 감독님께 유명한 관광지를 보여드리기 위해.
처음으로 간 곳은 몬타자 궁전. 원래는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버스가 오지 않아 일반 시내 버스를 타고 갔다. 이제까지 한번도 타지 않았는데 나도 이번에 처음 타 보았다.


생각보다 타고 다닐만 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는 매연이 카이로보다는 심하지 않아 일반시내버스를 타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해안가 도로가 하나밖에 없어서 노선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요금을 받는 사람이 뒤에 앉아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버스도 요금 받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고 했지만 저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지는 않았는데. 그리고 그 자리가 일반 좌석보다 훨씬 넓고 좋아 보였다.


시내버스를 타고 도착한 몬타자 궁전은 작년과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었다. 넓은 정원과 쭉쭉 뻗어 있는 야자수, 저 멀리 보이는 몬타자 궁전까지. 입장료도 작년과 똑같았다. 변하지 않아 더욱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언제 보아도 레고로 만든 듯한 궁전은 볼 때마다 나를 유혹하지만 들어갈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언제쯤 들어가 볼 수 있을까.


이 몬타자 궁전 안에는 멋진 호텔이 하나 있는데 이름은 Helnan. 궁전을 둘러보고 더위를 식힐 겸 안에 들어가서 맥주 한잔을 했다. 그런데 비투숙객은 한 사람당 꼭 100 EGP 이상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맥주 2잔 시켰는데 150 EGP가 나와서 어쩔 수 없이 과일 주스를 2잔 시켜 마시는데 배가 불러서 다 먹지도 못했다. 왜 꼭 한사람 당 100 EGP를 써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호텔은 다음에 꼭 한번 묵어보고 싶었다. 조용하고 깔끔하고 진짜 괜찮은 호텔이었다.


출렁출렁한 배를 붙잡고 다음으로 간 곳은 알렉산드리아에서 제일 유명한 콰이트 베이. 이번에 몬타자 궁전 안에서 시티투어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서 타고 갔다.
그런데 요금이 작년에 비해 50%가 올랐다. 이게 말이 되나.
50%가....따지고 보면 얼마 안되는 금액이지만 여기 대중교통 요금에 비하면 정말 너무 비싸다. 아마도 거주민이 안타고 관광객들이 많이 타다보니 엄청 많이 올린 것 같다.


1년 만에 다시 와보는 콰이트 베이. 이곳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하지만 이곳도 가격이 올랐다.
티켓도 더 멋있게 바뀌었다.

나는 두 번째라 감흥이 별로 없었지만 감독님은 처음 와 보는 곳이라 굉장히 좋아하셨다. 특히 입구에 조금한 지갑을 파는 아저씨와 가격 흥정을 하는데 그것 마져도 너무 즐거워하셔서 내 기분이 너무 좋았다.나는 여기 오면 콰이트 베이를 보는 것 보다 주변 바다를 보는게 더 좋았다. 건물이 아무리 멋있고 역사가 깊다고 해도 내 눈엔 멋진 자연경관이 먼저 보였다. 특히 바다. 자연경관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스러운 것이 난 더 좋다.


그리고 돌아다니는 내내 머리가 뜨거워 입구 길거리에서 파는 모자를 하나 샀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것도 감독님께서 흥정을 해 주셨는데 나보다 훨씬 더 잘하셨다.
처음에 100 EGP를 불렀던 상인이 계속해서 감독님이 깍아달라고 하자 60 EGP까지 깍아줬는데 감독님은 더 못 깍았다고 아쉬워하셨다. 난 저 정도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멋진 바다를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이 곳에 갈 때는 트렘을 타고 갔다. 지난번 왔을 때 타보고 싶었는데 못 타서 이번엔 꼭 타보고 싶었다. 감독님도 그러자고 하셔서 건물 안쪽 골목길로 들어갔다. 철로가 보이는 곳 아무데나 서서 트렘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오는 모습이 보였다. 유럽에도 트렘이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 이곳 이집트에서 보니 더 신기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굉장히 작았다.


부푼 호기심을 안고 트렘을 타보니 천천히 건물 사이를 다니는 것이 재미있었다. 특히 철로위에 세워진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가다서다를 반복했지만 그것 때문에 짜증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느긋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도 요금을 받는 사람과 자리가 따로 있었는데 역시나 그 자리가 제일 넓고 좋았다. 이집트 만의 특징인가 보다.


트렘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특히 어린 학생들은 계속해서 우리를 쳐다보며 웃었다. 외국인이 트렘을 타는 것에 대해 굉장히 신기해 하는 것 같았다.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어린 친구들은 외국인인 우리가 호기심의 대상인 것 같았다. 계속 말을 걸고 계속 쳐다보고 계속 웃고. 역시 순진한 아이들은 다르긴 다르다.


그리고 감독님과 나는 트렘타는 것이 너무 재밌어서 트렘이 섰을 때 반대편에 빨간색의 트렘이 오자 내려서 그것을 타고 다시 반대편에 다른 트렘이 오자 내려서 타고 왔다갔다 두번이나 했다. 그래도 너무 재미있었다.


트렘을 타고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데 정신이 팔려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버렸다. 많이 지나친게 아니라서 도서관까지 걸어가는 데는 문제 없었지만 트렘 하나에 이렇게 정신이 빠져나갈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더욱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도서관이 문을 닫은 것이다. 걸어오면서도 사람들이 너무 없어 이상했는데 매표소 앞에 가는 순간 문이 다 닫혀 있어 황당했다. 우리가 허둥지둥하고 있는 모습을 본 이집트 학생이 오늘은 국경일이라서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일이. 어쩔 수 없이 내일 오전에 구경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호텔로 돌아가려고 해안가 도로로 나오는데 미니버스 기사가 계속해서 우리보고 타라고 했다. 여기와서 시내버스, 트렘도 처음 타봤는데 미니버스라고 못 타겠냐 하면서 차에 올라탔다. 예전에 이집트 친구와 같이 타 본적은 있지만 혼자서 타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감독님도 이것저것 여러가지 교통수단을 타는게 재미있으셨는지 이것도 바로 타자고 하셨다. 우리나라 스타렉스(봉고차) 같은 차들이
이집트에서는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거리를 지나다니다보면 일반 버스보다 훨씬 많은 봉고차들을 볼 수 있다. 이집트 사람들은 이것은 미니버스라고 부르는데 노선도 적혀있지 않은 차들을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이곳 알렉산드리아는 길이 하나밖에 없어서 탈 수 있었지만 카이로에서는 이집트 친구 없으면 타기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이집트 친구들도 혼자서는 절대 타지 말라고 했다. 위험한 것도 있고 아마 바가지를 쓸 수도 있으니 그렇게 이야기 한 것 같았다.


그리고 특이한 것이 있었는데 요금을 내리거나 탈 때 내는 것이 아니라 타서 기사한테 전달해 주었다. 만약에 뒤에 앉아 있으면 앞사람에게 요금을 건네주고 그 사람이 기사한테 건네주었다. '운전하기도 바쁜데 요금 받아서 거스름 돈까지 돌려주다니' 진짜 신기한 경험이었다. 한가지 더 특이한 것이 있었는데 잔돈이 없으면 지나가는 다른 미니버스 기사한테 바꿔달라고 하면서 그것을 달리는 도로 한 가운데서 그것도 달리면서 한다는 것이다.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지만 이집트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이다.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었다. 무사히.


호텔로 돌아와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니 정말 다양한 교통수단을 타 보았다. 아침에 시내버스부터 시작해서 시티투어버스, 트렘 그리고 미니버스까지. 정말 재미있는 하루였다.


저녁은 어제 보았던 Stanley bridge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는데 예약을 하지 않아 바닷가 자리에 앉지 못했다.
바다바람을 맞으며 해산물과 소주 한잔을 하려고 했는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아쉬웠지만 안쪽 자리에 앉아 감독님과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들, 감독님 살아온 인생 이야기, 현재 우리 현장 이야기 그리고 우리 팀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사에서는 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전날 먹었던 술 때문인가. 감독님과 나는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일찍 일어나서 도서관 가기로 했는데. 일어나보니 아침 9시였다. 12시에 차가 오기로 되어 있어서 부리나케 짐 정리를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어제는 일찍와서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늦게 와서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이 넓은 식당이 어떻게 다 차겠어'라고 생각한 것이 어리석었다. 정말 그 넓은 식당이 꽉 차서 빈자리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서둘러 도서관으로 향했다. 어제 미니버스 맛을 보아서 그런가 이번엔 아예 미니버스를 타고 가기로 마음을 먹고 지나가는 미니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바로 탔다.


역시 경험은 무서운 것이여.


도착한 도서관 또한 변함없이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입장료와 티켓 모두 작년과 그대로였다.감독님과 기념샷을 찍은 후 안으로 들어가 도서관 구경을 했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예전부터 사고 싶었던 이집트 상형문자 자를 기념품 가게에서 샀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주말이라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았는데 이번에 평일이라 문을 열었다. 왜 주말에 문을 안 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번엔 문을 열었으니 기분 좋게 구경을 하고 나올 수 있었다.


감독님과의 여행.
여행이 끝나고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났다. 지금까지 아버지와 일 때문에 같이 돌아다닌 적은 있었지만 2박 3일을 단둘이 여행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한국에 가게되면 아버지와 단둘이 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을을 먹었다. 여행을 하면서 감독님과 멋진 곳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것처럼 아버지와도 꼭 해보고 싶다.

그리고 이번 여행으로 다시 이집트를 사랑하게 되었다. 한동안 이집트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흥미가 떨어졌었는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다시 이집트를 더 알고 싶어졌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곳을 찾아서 그런가. 나의 몸 속에 있는 역마살이 다시금 꿈틀되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또 어디를 찾아갈지 나 또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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