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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Jun 18. 2024

자연이 주는 놀이터

사랑하는 시아에게

'시아야. 올챙이 나왔나 보러 가자."


오늘도 아빠랑 뒷산으로 산책 갔다 왔다 그렇지?

시아 손 꼭 잡고 뒷산으로 가는 길.

벚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한 나무만 진한 핑크빛으로 꽃이 많이 피어있었어.

너무 예쁘다며 하나만 가져가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다 같이 봐야 한다며 내가 말렸지.


예쁜 벚꽃을 뒤로하고 뒷산으로 가는 다리 위를 실컷 달려 건너니 숨이 헉헉.

그래도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웃음이 그치질 않았어.

아빠도 시아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한가 봐.

자주 가는 길이지만 매번 새롭고 신나는 기분은 시아도 마친가지지?


첫 번째 물길을 그냥 지나칠 일 없는데 물이 많이 말라 실망했는지 그냥 올라가자고 했잖아.

여기서도 한동안 물놀이하며 놀았어야 했는데.


산길에 피어있는 목련을 보며

"나 저거 또 불고 싶어"

학교에서 배웠던 목련풍선이 너무 재미있었구나.

아빠도 알지 못했던 놀이를 시아가 알다니.

하지만 학교에 있는 목련 나무는 꽃이 다 펴서 떨어진 것이 많았는데 여기는 산이라 아직까지 추웠던지 활짝 핀 꽃이 없었어.

시아가 아쉬워했지만 다음주 아니면 다다음주를 기약하며 발길을 옮겼지.


약간의 오르막 길과 내리막 길은 시아에게 조금은 무서운 길이었지만 아빠가 있잖아.

손 꼭 잡고 산길을 오르니 드디어 조금 한 산속 호수가 보였지.

지난주에는 개구리 알만 있었는데 오늘은 올챙이가 나왔을까?

이제 막 깨어난 올챙이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어.

신기해하는 네 모습이 아빠는 너무 좋았어.

페트병을 잘라 만든 어항에 올챙이를 잡아넣고 햇빛 너무 많이 받으면 안 되니까 나뭇잎으로 햇빛 가리개도 만들어주고, 물컹물컹한 개구리 알도 손 위에 올려보고.

이상한 느낌에 "아빠 빨리 치워줘. 이제 그만할래." 소리도 질렀지.

아빠는 이런 자연 놀이터에서 시아가 더 많이 놀았으면 좋겠어. 계곡물에 손도 담가보고, 떨어지는 낙엽을 밟고,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개구리 알과 올챙이도 만져보는 놀이 말이야. 특별할 건 없지만 아빠가 보기에는 시아에게 아주 특별한 체험이라고 생각해. 책에서만, 티비에서만 보던 것이 눈앞에 있고 직접 만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만질 수 있다고 해서 함부로 다루면 안 돼. 조금한 어항을 흔들거나 놔줄 때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안 돼. 아빠가 한 말 기억하지?

"시아가 올챙이라면 어떻겠어? 안 좋겠지?"

이렇게 체험을 하면서 배우는 것들도 있으니까.

그리고 아빠가 직접 알려주니까 시아에게도 더 좋지 않을까.

날이 더 따뜻해지면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고 시아도 조금 더 크겠지. 아빠는 시아가 천천히 컸으면 좋겠는데 너무 빨리 자라니 어떨 때는 너무 아쉬워. 시아랑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못하고 지나갈까 봐. 그래서 지금의 시간이 너무 소중해. 하나하나 시아와 함께했던 모든 것들을 남기고 싶어.


날이 더워지면 신발 벗고 아빠랑 물어 들어가자. 시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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