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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Sep 24. 2024

인간관계

사랑하는 시아에게

무지 더웠던 주말.

이번 주말은 더웠던 것만큼 시아를 힘들게 한 것들도 많았어. 아마 시아가 더 크려고, 크면서 꼭 배워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어.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

키즈카페에서 두 시간 동안 재미있게 잘 놀고 마지막 10분을 서로의 의견차이로 인해 안 좋게 헤어졌지.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안 들어준다고 화내고 울고. 시아가 미안하다고 했는데도 친구는 안 받아 주었고. 친구 엄마는 서로 화해시키려고 하고, 엄마는 사과 안 받아주면 억지로 하지 말라고.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시아 때는 서로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꼭 해야만 하는 강력한 본능이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친구들이 안 받아주면 화내고 소리치고 싸우고 아니면 울고 하는 일이 많아. 양보라는 것을 아직은 잘 모를 시기니까. 그렇다고 친구의 사과를 안 받아주는 것도 좋은 행동은 아니야. 사소한 일로 인해 지금까지의 좋았던 추억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거든.


시아와 친구가 거의 매일 같이 놀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어. 엄마, 아빠도 가끔가다 싸우고, 시아랑 엄마, 아빠도 싸우는 적 있잖아. 너무 실망 안 해도 돼. 살다 보면 서로 기분이 상할 때도 있고, 화날 때도 있어. 아빠는 시아가 이번일로 더 성숙해지고, 상대방을 더 이해해 주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어. 아빠는 그럴 거라 믿어.




일요일에는 다빈이네랑 가까운 송추계곡에 갔지. 물놀이는 언제나 재밌으니까. 계곡 옆에 테이블을 펴고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하루를 보냈지. 다같이 계곡에 서서 물총싸움도 하고, 물고기도  잡고. 아빠, 엄마도 오랜만에 신나게 논 것 같아. 온몸이 다 젖었으니. 젖는 거 싫어하는 엄마도 같이 물총싸움도 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홀딱 다 젖었으니까.


그런데 중간중간 시아가 자기 맘에 안 든다고 삐져있는 모습이 아빠는 정말 보기 싫었어. 아빠가 시아말 안 들어준다고, 누가 자기한테 물총 쐈다고 하면서. 아빠가 시아말 안 들어준 것도 아니고 조금 늦게 해 준 건데 그리고 다같이 물총싸움하는데 맞을 수도 있는 건데. 아빠는 정말 이해가 안 됐어. 즐겁게 놀려고 왔는데 시아 혼자 뚱하니 삐져있으니. 아빠가 어떻겠어. 아빠도 자꾸 그러는 시아를 보니 화가 났고, 시아한테 뭐라고 하고. 아빠도 이러기 싫은데. 즐겁게 놀고 싶은데.


시아가 조금만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아빠가 시아 해달라는 거 안 해주는 거 아니잖아. 그리고 다같이 물총싸움 하는데 시아한테만 안 쏠 수는 없잖아. 아직까지는 어렵겠지만 시아도 이제 초등학생이잖아. 아빠는 시아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 조금만 노력해 보자.


그래도 금방 기분 풀고 다같이 물총 싸움 할 때는 너무 좋았어.  7명 모두 상대방에게 물을 쏘느라 정신이 없었지. 이때는 엄마, 아빠도 시아랑 같은 어린아이가 되는 거야. 어찌나 신나던지. 시아가 삐져있던 모습도 싹 사라져 버렸어. 집에서 가까우니 우리 자주 오자.




곯아떨어진 시아 모습을 보며 집에 오는 길은 정말 뿌듯해. 시아가 잘 놀았다는 뜻이니까. 집에 와서 엄마랑 욕조에서 따뜻한 물로 또 물놀이도 하고, 맛있는 자장면이랑 탕수육도 먹고. 마지막까지 너무 알찬 하루였어. 몸은 많이 피곤했지만 기분은 너무 좋았거든. 배부른 배를 붙잡고 티비 보면서 다같이 웃고, 시아가 춤추는 모습 보며 박수도 치고. 행복한 시간의 연속이었지.


하지만 또 시아가 아빠를 화나게 했어. 장난치는 것은 좋은데  시아가 할 일이 있을 때는 장난 안 치고 끝까지 잘해줬으면 좋겠어. 이번에도 양치하는데 계속 장난치고 아빠 때리고. 요 며칠 계속 그랬는데 오늘도 역시나. 아빠가 몇 번이고 좋게 이야기했는데 시아는 듣지도 않고. 결국 아빠가 터졌지.


아빠는 시아한테 화내고 싶지 않아. 시아도 잘 알잖아. 깨끗이 이 잘 닦고, 침대에 누워서 책 보고, 불 끄고 이야기하면서 잠드는 게 시아랑 아빠랑 하루 중 마지막에 하는 일인데. 자꾸 시아가 망쳐버리니 아빠도 속상해. 아빠가 더 참으면 되겠지만 아빠도 사람이잖아. 세 번 네 번 이야기했는데도 시아가 듣지 않으면 아빠는 화내는 게 맞다고 생각해. 시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아빠는 바로 잡아줘야 하니까.


아빠 혼차 침대에 누웠고 시아는 그 옆에서 미안하다 하면서 아빠 눈치를 보았지. 풀어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 풀어주면 내일 또 그럴 거 같아서. 그런데 엄마가 들어와서 아빠랑 시아를 풀어주었지. 재미있게. 그래서 아빠도 시아한테 오라고 했고 우리 셋이 껴안으며 행복한 잠자리를 만들었어.


시아야.

아빠, 엄마는 항상 시아 생각뿐이야.


시아가 아프면 엄마, 아빠도 아프고,

시아가 좋아하면 엄마, 아빠도 좋아.


엄마, 아빠가 화내고, 시아 혼내는 건 우리 세 식구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거야. 시아가 안 좋은 방향으로 가면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지 않거든. 시아가 전부니까.


이번 주말에 즐거운 일도 있었고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이런 일들로 인해 시아도 많이 배웠다고 생각해. 세상에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고,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어. 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면 언제든지 그렇게 만들 수 있어. 아빠는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시아도 지금은 어렵겠지만 조금만 노력해 줬으면 좋겠어. 아빠 마음 알지?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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