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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Oct 01. 2024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들

사랑하는 시아에게

금요일 오후.

시아 학교 끝나고 태권도도 빠지고 우리는 캠핑을 떠났어. 금요일 오후에 가는 건 처음이었지. 이제 대부분 캠핑을 2박 3일로 가니까 연휴가 없는 달에는 금요일에 출발하는 걸로. 그런 김에 아빠도 반차 휴가를 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우빈이, 시진이네 가족들은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다고 해서 우리 먼저 가 있기로 했지. 이번에 가는 캠핑장은 연천에 있는 숲 속의 쉼터였어. 예전에 글램핑장으로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내부 물품을 다 빼고 대형 타프만 남긴 채 손님을 받고 있었어. 좋았던 건 안에 싱크대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에어컨도 있었어. 그리고 비가 와도 걱정이 없으니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왜냐하면 비 예보가 있었거든.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바로 수영장으로 갔어. 첫날은 무지 더웠거든. 역시 시원한 물에 들어가니 더위가 싹 가셨어. 조금 있으니 춥기까지 했어. 하지만 시아는 추운 줄도 모르고 신나게 물놀이를 했지. 그리고 또 친구를 사귀었잖아. 한 살 많은 언니와 같이 물총 싸움도 하고 같이 튜브도 타고. 역시 아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금방 친해지니까. 우빈이, 다빈이, 시진이 오기 전까지 놀 친구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


물놀이를 끝내고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쉬고 있는데 시진이네가 도착했어. 우리 세 가족 중에 제일 멀리 살고 있어서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많이 걸리지 않았지. 다같이 모여 큰 그릇에 베이컨과 상추, 계란프라이를 넣고 밥과 함께 비벼 먹었지. 아직 우빈이네가 도착하지 않아 고기 구워 먹기에는 시간이 늦을 거 같아서 비빔밥을 해 먹기로 했어. 그 많은 비빔밥이 순식간에 사라지던 그 순간 우빈이네가 도착했어. 기가 막힌 타이밍. 아직 따뜻한 밥에 고기와 야채를 다시 한번 비벼 다같이 맛있게 먹었지.


거의 2달 만에 다시 모인 세 가족. 역시나 다 모이니 즐거운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왔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 풀어냈으니까. 시아와 친구들도 다같이 신나게 줄넘기도 하고, 공놀이도 하고 시간 가는 줄 몰랐지. 거기에 수영장에서 만난 언니가 우리 바로 앞자리여서 다같이 놀기도 하고. 뒤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밤은 점점 깊어갔지. 짧은 첫째 날이었어.

각 자리에 화장실과 싱크대가 있다 보니 주위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고 타프로 전체가 가려지니 더욱더 조용하고 고요한 밤이 되었어. 타프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유일했지. 하늘을 올려다보면 많은 별이 우리에게 인사하고 있었어. 산속 깊숙이 들어와야지만 느낄 수 있는 이 느낌. 아빠는 시아가 이런 느낌을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어.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포근함.


새벽부터 일어나서 필제삼촌이랑 아빠는 삼계탕을 만들었었어. 계속해서 팔팔 끓이며 닭이 익어가는 모습을 보며 시아가 일어나길 기다렸지. 근데 아빠와 삼촌들의 말소리가 시끄러웠던지 엄마랑 시아 모두 깨버렸던 거야. 우리는 조용히 이야기한다고 한 거였는데. 눈을 비비며 나오는 시아를 앉고 뽀뽀를 하고. 아빠는 이때가 제일 행복해. 부시시한 모습이 아빠 눈에는 너무 귀엽거든.


맛있는 삼계탕 한 그릇 뚝딱. 배를 채웠으니 시원한 수영장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어. 이번엔 온 가족이 모두 수영장에 들어가 다같이 물놀이를 하고 정말 신나게 놀았어. 엄마, 아빠들 모두 너희들과 똑같았어. 정말 아이가 된 기분이었지. 서로 물총을 쏘고, 물을 뿌리고, 빠뜨리고. 역시 같이 놀 사람들이 많으니 더 재미있었던 거 같아.


신나게 놀고 나니 금방 배가 고파졌고, 필제삼촌이 만들어준 토스트를 순식간에 다 먹은 시아는 또 물놀이를 가자고 했지.  먹고 나니까 또 더워진거야. 뜨거운 태양이 우리를 앉아있게 하질 않았어. 빨리 물속으로 들어가라고. 2차전이 시작되었고 더운 날씨 덕분에 오후 수영은 더 우리를 즐겁게 만들었어. 역시 여름엔 물놀이지. 지치지 않는 너희들을 데리고 가는 일이 제일 힘들었어. 물에서 나올 생각이 1도 없었거든. 불러도 불러도 메아리만 칠 뿐 너희들은 계속해서 물속에 있었어. 이제 밥 먹자.


캠핑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먹는 것. 이번 캠핑의 하이라이트. 둘째 날 저녁. 세 가족이 싸 온 맛있는 음식이 다 나오는. 곱창, 돈마호크. 돼지 불고기 등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음식들이 계속해서 나왔지. 정말 뱃속에 뭐가 들었는지 몰라도 아빠는 쉴 새 없이 고기가 입으로 들어갔어. 시원한 술 한잔과 함께. 다같이 둘러앉아 수다의 시간이 펼쳐졌지. 주변에 우리밖에 없었고, 시원한 물소리만이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어. 그래서 다행이었지. 물소리가 우리의 수다소리를  감싸주었거든.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 않아도 됐으니까.


이렇게 캠핑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어. 신나게 물놀이하고 배부르게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잠이 들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어. 몇 마디 나누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으니까.


느지막이 일어나 밖으로 나왔는데 비가 안 왔어. 비 예보가 있어서 타프까지 밤에 다 접었는데.

"뭐야. 비 안 오네. 날씨만 좋네." 하고 시아랑 산책을 갔지. 그런데 몇 발자국 옮기기도 전에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한 거야. 우리는 재빠르게 텐트로 들어갔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 "비가 오는구나." 요즘 일기예보가 잘 맞는다는 걸 까먹었어.


필제 삼촌이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짐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좀 전과 다르게 폭우가 쏟아졌어. 정말 엄청난 비였어. 텐트 안에서 말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였으니까. 화난 것처럼 쏟아내는 빗소리를 들으며 시아가 제일 좋아하는 라면을 끓여 먹었지. 역시나 시아는 자기꺼 다 먹고 모자랐는지 엄마 꺼도 빼앗아 먹고, 거기다가 다빈이가 남긴 것까지. 어휴. 대단하다 장시아. 잘 먹어서 너무 예쁜 울시아. 라면 아닌 다른 것도 다 잘 먹자.^^


큰 텐트 안에 있는 우리의 작은 텐트. 이런 캠핑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어. 거인이 우리를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굉장히 편안하고 걱정 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비가 와도 끄떡없으니까. 시아에게 아빠가 이런 거인이었으면 좋겠어. 아빠와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언제든지 힘들거나 어려울 때 생각나는 사람. 아빠는 평생 이런 사람이 될 거야. 시아 옆에서.


폭우를 뚫고 우리는 캠핑장을 떠났어. 항상 떠나는 길은 아쉽지만 많은 추억을 남겨준 곳이기에 기분 좋게 떠날 수 있었어. 언제가 다시 오겠다고. 다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워 실내에서 놀 수 있는 곳을 찾았어.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시아 어린이집에 다닐 때 왔던 곳인데 초등학생이 되어서 또 오게 되었어. 지금은 더 커서 시아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았어. 키 120센티 이상만 할 수 있는 클라이밍체험은 아빠가 봐도 너무 재밌겠더라고. 헬맷을 쓰고 시진이와 같이 공룡 몸속으로 들어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비가 많이 와 밖에서 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실내에서도 신나게 뛰어놀 수 있으니 다행이었어.


실컷 뛰어놀았으니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출발.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 전문점으로 갔지. 역시나 각자 돈가스를 시켜 어찌나 잘 먹던지.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자기가 더 잘 먹는다 하니 엄마, 아빠는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어. 마지막에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도 하고.


2박 3일 동안 다같이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하지만 아쉬움도 많았지. 너희들 커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들이 많이 보였거든. 아직은 어리니까. 점점 커가면서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잘하는 부분은 칭찬해 주는 일을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시아가 올바른 사람으로 커갈 수 있게. 이것이 엄마, 아빠가 해야 할 일이니까. 그리고 시아도 엄마, 아빠가 알려주는 것에 대해 잘 따라와 줬으면 좋겠어. 당장은 싫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엄마, 아빠를 이해하게 될 거야. 우리 시아 잘할 수 있지? 아빠는 시아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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