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정말 바빴어. 태권도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태권도도 있었고, 아빠와 둘이 캠핑도 가고. 며칠 전부터 아빠한테 '각오하라고'하면서 말이야.
아빠와 태권도 학원가는 것이 얼마나 많이 기대됐길래 아침 일찍 일어나 계속해서 태권도 이야기를 했지. 8시도 안 됐는데. 더 자라고 해도 자질 않으니. 아빠는 더 공부하고 싶었는데.
태권도 학원 가는 시간은 12시. 그때까지 뭘 하지 고민하던 시아는 티비보기 시작했고, 아빠는 아침을 준비했지. 태권도 끝나고 바로 캠핑장으로 가야 하니까 든든히 아침을 먹어야 했어. 주말에 우리 모두 집에 없으니 밥도 없고. 베이컨에 햇반을 돌려 시아에게 주고, 아빠는 어제 남은 고추장찌개에 밥을 먹었지. 아빠는 아침 먹는 걸 좋아하니까. 시아가 다 못 먹는 밥까지 뚝딱 해치웠지. 시아도 태권도 학원 가서 아빠랑 뛰어놀아야 하니 많이 먹었어. 야채도 많이 먹고.
태권도 학원에 도착하니 우리가 세 번째로 왔어. 아빠는 다른 가족들이 많이 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많지 않더라고. 총 6팀 아들가족 3팀, 딸가족 3팀이었어. 맞춘 것처럼. 3팀이 한조가 되어 이어달리기도 하고 줄넘기도 하고 격파도 하고. 시아가 태권도 학원에서 했던 놀이들을 아빠와 함께 한 거지. 시아 손잡고 같이 뛰고, 시아랑 마주 보며 줄넘기하고, 송판 격파할 때 서로 잡아주고. 아빠는 시아랑 같이 줄넘기하는 게 좋았어. 선생님께서 몇 개 할 수 있는지 물었을 때 시아가 자신 있게 "40개요" 할 때 너무 멋있었어. 초반엔 잘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 한 번도 안 걸리고 30개 했잖아.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캠핑장 가서도 줄넘기하던 시아가 실력이 엄청 늘어 아빠랑 할 때도 이렇게 잘하는데.
격파할 때는 발 아프다고 투정도 부리고 했지만 정말 멋지게 잘 찼어. 사실 아빠도 발이 아프더라고. 그리고 선생님께서 아빠들 스트레스 풀라고 발차기를 쿠션에 받아주시니 아빠는 기분이 좋더라고. 얼마 만에 차보는 발차기인지. 정말 스트레스가 확 풀렸어.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 항상 시아가 태권도 학원에서 했던 이야기만 듣다가 같이 가서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이런 기회가 많이 없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는 참석할 거야. 시아랑 아빠랑 매일 같이 놀지만 이렇게 노는 건 더 기억에 남으니까. 그리고 아빠도 시아가 어떻게 학원을 다녔는지도 알고 싶고.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어. 이런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어.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우리는 부지런히 캠핑 갈 준비를 했지. 편의점에서 김밥, 삼각김밥, 소떡소떡을 사고 집에 가서 나머지 짐들을 챙기고 출발. 이번 캠핑은 엄마 없이 아빠와 단 둘이 그리고 시진이 가족과 함께. 역시나 엄마 없이. 아빠와 아이들만의 캠핑이었어. 엄마가 약속이 있다고 해서 시아와 단둘이 오랜만에 가려고 했는데 필제 삼촌한테 말하니까 같이 가자고. 혼자 노는 것보다 같이 노는 게 더 좋으니까. 아빠도 친구랑 같이 있어 좋고.
정말 산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좋았어. 연천에 몇 번 갔지만 이렇게 깊숙이 들어온 적은 처음이었어. 캠핑장 간판 찾기도 힘든 곳이었지. 우리가 도착하니 필제삼촌이랑 시진이는 텐트도 펴지 않고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어. 햇볕은 쨍쨍했지만 그늘은 시원했거든. 시아와 시진이는 만나자마자 바로 어제 만난 것처럼 친하게 이야기하고 음료수 마시고 놀았지. 정말 다행이었어. 아빠랑 단둘이 왔으면 텐트 치는 동안 의자에 앉아 가만히 있어야 했을 텐데. 시진이랑 같이 온 게 정말 기가 막힌 선택이었어.
아빠는 새로 산 텐트를 치고 시진이네 사이트에 테이블과 조리도구 세팅을 마칠 때쯤 캠핑장 사장님께서 주변 산책 간다고 같이 갈꺼냐고 물어봤어. 아빠는 너무 좋았지. 사장님께서 아이들을 모아 주변 산책로를 거닐며 이것저것 풀이며 나무, 연못들을 설명해 주셨으니. 아빠도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어. 길거리에서 많이 보던 풀이 예전에는 많이 먹었던 풀이었고, 구찌뽕이라는 열매도 알게 되었어. 날씨가 너무 더워 조금은 힘들었지만 시아랑 시진이한테도 좋은 경험이 되었을 거라 생각해. 이런 시골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거든.
돌아와 시원한 물 한잔 마시고 결국엔 바로 옆 수영장으로 들어갔지. 아빠가 제일 걱정했었던 시아 씻기는 일이 해결됐거든. 큰 캠핑장이 아니어서 샤워실이 각각 되어 있던 거야. 이러면 아빠랑 시아랑 들어가서 같이 씻을 수 있으니까. 마음이 놓이니 시아에게도 실컷 놀라고 할 수 있었고. 수영장 옆에서 필제 삼촌이랑 와인 마시고 있었는데 계속 물총을 쏘아대니. 결국 아빠랑 필제 삼촌도 물속으로. 아무도 없고 우리 네 명만 있으니 물총 쏘고 물 뿌리고 장난치고 너무 재미있었어. 시원할 물과 함께 하는 놀이가 여름엔 최고지. 주변에 개구리들이 많아 같이 수영하며 놀았지만 전혀 문제 가 되질 않았어.아빠와 아이들과의 행복한 물놀이. 이번 캠핑의 하이라이트였지.
개운하게 씻고 온 우리는 맛있는 저녁을 먹었어. 필제 삼촌이 챙겨 온 맛있는 소고기를 구워 먹고, 달콤한 과일로 입가심을 하고 그리고 캠핑하면 빠질 수 없는 마시멜로. 역시나 한번 주면 계속 달라고 하는 너희들. 버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마시멜로를 떼어놀 수가 없었지. 아마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지 않았을까. 다행히 벌레도 많지 않고 시원하게 바람도 불고 아빠들과의 첫 캠핑의 밤이 깊어갔지.
너희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그네 타러도 가고 토끼들에게 먹이도 주고. 위아래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했어. 역시 지치지 않는 체력. 어디서 나오는 힘일까? 놀아도 놀아도 계속 놀고 싶어 하는 너희들. 정말 대단했어. 새로 산 텐트에 들어가 눕자마자 시아는 잠들었지. 그렇게 뛰어놀았는데 곯아떨어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만. 더울 줄만 알았던 취침시간이 살짝 추워 밑에 깔았던 매트를 덮고 잤지. 이불을 안 가져와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추위. 추워서 자꾸 잠에서 깼지만 더워서 못 자는 것보다는 나았어. 시아도 춥다고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 물으니 자긴 안 추웠다고, 정말 잘 잤다고. 그럼 새벽에 춥다고 이야기한 건 누구지?
주변에 하나 둘 일어난 아이들의 목소리에 우리도 잠에서 깼어. 따스한 햇살이 텐트 안을 따뜻하게 뎁혀주어 나가기 싫었지만 시진이와 논다고 시아는 밖으로 나갔지. 시진이는 벌써 일어나 시아를 기다리고 있었고. 간단히 잠자리를 정리하고 세수도 안 한 채 시아 있는 곳으로 갔지. 따뜻한 초코 우유를 마시고 있던 시아와 시진. 마시다가 마시멜로와 눈이 마주쳤고 뽀얀 마시멜로를 초코우유안에 퐁당. 아침부터 폭발적인 당 보충. 오늘도 얼마나 뛰어놀려고.
어제 남은 고기를 굽고, 라면을 끓이고 캠핑장에서의 마지막 만찬이었지. 참치에 비빈 라면을 한 그릇 뚝딱. 역시 시아의 최애 음식이었어. 어찌나 잘 먹던지. 볼 때마다 신기해. 라면 먹을 때는 정말 저돌적으로 먹으니까.
짐을 정리할 때 너희들은 또 물 안으로 들어갔지. 그런데 수영장 안에 개구리가 엄청 많았던 거야.
"아빠, 잠자리채랑 채집통 줘."
"아빠 짐정리하잖아. 그냥 놀아."
"빨리 줘. 안 그러면 물 뿌린다."
"어휴. 기다려. 차에 있단 말이야."
결국 잠자리채랑 채집통을 주고 다시 짐 정리를 하는데
"시진아 빨리 뚜껑 열어. 개구리 잡았어."
"싫어. 난 개구리 싫단 말이야~~~."
비명소리가 들렸다. 시아가 아닌 시진이의 목소리.
시아는 열심히 개구리를 잡고 있는데 시진이는 도망가고. 뭐가 반대로 된 것 같은데.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궁금해하며 왔고, 금세 친해진 친구와 개구리 잡이를 계속했지. 금세 채집통에는 개구리가 3마리. 잡는 게 그렇게 재밌었어?
어느새 짐 정리가 끝나고 주인아저씨께 인사드리고 캠핑장을 떠났지. 우리가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한가족이 아직도 정리하고 있었어.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 때문에 더 있기에는 힘들었지. 바로 우리가 찾았던 음식점으로 향했어.
굉장히 넓은 잔디밭에 음식점, 카페가 같이 있었어. 점심과 간식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 우리가 찾던 그런 곳이었어. 시원하게 냉면 한 그릇씩 하고 달콤한 빵과 커피로 느긋하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냈지. 밖에 나가기엔 날씨가 너무 덥고 뜨거워서. 밖으로 놀러 간다고 나갔다가 문 앞에서 바로 돌아오는 너희들 모습이 너무 웃겼어. 나가지 말라니까.
이제 헤어질 시간. 더워도 추억은 남겨야 하니까. 이곳저곳에서 시아와 시진이 사진을 찍고 다음을 기약하며 서로의 차에 올라탔어. 많이 아쉬웠던지 시아는 계속해서 시진이랑 더 놀고 싶다고. 하지만 갈길이 먼 시진이네는 지금 출발해야 힘들지 않으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졌지.지금의 아쉬움이 다음번에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올 거야. 너무 실망하지 말고. 우리 다다음주에 또 만나니까. 아빠가 자주 이런 시간을 만들게. 시진이네도 캠핑 좋아하니까 아마 자주 볼 거야. 우리 자주 만나서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