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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Sep 10. 2024

나도 여자랍니다

사랑하는 시아에게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갔어. 다음주가 할머니 생신이어서 축하해 드리러. 며칠 전부터 할머니 집에 간다고 가져갈 장난감도 챙기고, 할머니께 드릴 편지도 직접 쓰고 했지. 그리고 꼭 입는다고 한 하얀색 드레스 꼭 챙기라고 아빠한테 신신당부를 했지.



할머니 집에 도착해서 얼마 되지 않아 쪼르르 고모방에 들어가 화장품을 보는 시아. 역시나 립스틱을 가져와 고모한테 발라달라고. 화장하는게 그렇게 좋을까. 안 해도 이쁜데. 빨간 입술의 시아. 너무 잘 어울리고 이뻤어. 시아도 좋았던지 계속 신경을 썼어. 뭐만 먹으면 안 지워졌는지 물어보고, 지워지면 다시 발라달라고 하고. 그게 그렇게 좋을까. 나중에 크면 맨날 바를 텐데. 아빠는 시아 그 자체가 좋은데.



할머니, 고모와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고 왕송호수로 놀러 갔어. 아빠가 며칠 전에 시아랑 같이 가려고 찾은 곳이었어. 철도 박물관도 있고, 레일바이크도 탈 수 있는 곳이라서 시아랑 가기에 딱이었지.


철도박물관은 옛날 기차부터 현재의 기차까지 실제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어. 옛날 기차에 올라가 내부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실제 기관실도 들어가 보고. 날씨가 더워 밖에서  오래 구경을 할 수는 없었지만 아빠도 어렸을 때 탔던 기차들을 보니 너무 반가웠어. 대학교 때 기차여행 하던 그 기차들이 있었거든. 지금은 다니지 않는.



기차 박물관 안에서 기차 모형이 움직이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어. 옛날 기차부터 지금은 KTX까지 긴 기차 모형이 직원분의 설명과 함께 움직이니 아이들 함성소리가 더 커졌어. 시아도 신기했는지 뚫어지게 앞을 쳐다봤지. 특히 조명이 꺼지고 밤풍경의 기차세상이 펼쳐졌을 때는 아빠랑 고모도 '우와~'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정말 멋졌거든. 기차박물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어.


그런데 아빠가 또 실수를 했지. 현금을 또 안 가져왔어. 기차 운전해 보는 곳이 있었는데. 헐....... 500원이라니. 금액은 중요하지 않은데. 카드도 안되고 계좌이체도 안되니. 고모도 현금이 없고. 오로지 현금 그것도 동전 500원만. 시아가 시무룩해졌어. 아빠가 어찌나 미안하던지. 왜 하필. 제주도에 있을 때도 현금을 안 가지고 다녀서 시아한테 많이 혼났는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시아야 앞으론 꼭 현금 가지고 다닐게.



시무룩한 시아를 달래기 위해 레일바이크 타러 가자고 했지. 시아가 타고 싶어 했으니까. 날씨가 더워 걱정했는데 다행히 해가 서서히 지면서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어. 시원한 바람도 불고. 그런데 아빠는 전혀 시원하지 않았어. 너무 힘들었거든. 정말 지금까지 타본 레일바이크 중에 제일 힘들었어. 40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밟았거든. 허벅지가 끊어지는 줄 알았어. 어떻게 내리막도 하나 없고, 페달은 뻑뻑하고. 어휴. 정말. 이것만 아니었어도 주변 호수풍경 보면서 시원한 바람맞으면 즐겁게 갔을 텐데. 그래도 더 힘들어서 더 기억에 남는 걸까. 내려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걸어 나올 때 너무 웃겨 계속 웃음만 났어. 우리 모두. 힘들었지만 정말 재밌게 레일바이크를 탔으니까. 특히 아빠가 힘차게 페달을 밟을 때 아아아악 소리를 질렀는데 시아가 엄청 웃었지. 아빠는 힘들었지만 시아가 정말 기분 좋게 웃으니 너무 좋았어.



마지막에 우리가 찍힌 사진을 보고 더 기분이 좋았지. 시아가 너무 예쁘게 잘 나온 거야. 원래는 안 사려고 했는데 안 살 수가 없었어. 이렇게 이쁘게 나온 시아가 있는데 어떻게 안 사. 그리고 고모랑 아빠랑 시아랑 찍은 첫 사진인데. 이 사진은 할머니 집 거실 제일 가운데 자리를 잡았지. 항상 볼 수 있게.


정말 힘들었지만 좋은 추억을 안겨준 레일바이크를 뒤로하고 우리는 집라인을 타러 갔어. 어른들이 탈 수 있는 집라인도 있었지만 그날은 운행을 안 했어. 이유는 몰랐지만 조금은 아쉬웠지. 그래도 시아가 탈 수 있는 집라인이 호수공원 안에 있어서 신나게 시아가 탈 수 있었어. 키즈카페에서 타던 것보다도 길었고, 마지막에 탁하고 튕겨 올라가는 부분이 있어서 시아가 더 재미있어했지. 다행히 아이들도 많지 않아서 금방금방 탈 수 있었어. 시아가 신나 하는 모습을 볼 때가 아빠는 제일 기분 좋아. 이 모습을 보려고 시아랑 돌아다니는 거니까. 아빠가 열심히 찾아서 왔는데 시아가 재미없어하면 아빠도 흥이 안나잖아. 그렇기에 시아가 신나 할 만한 곳만 찾으려고 아빠가 열심히 찾고 있어.

시원한 음료수 한 잔 마시며 살랑날랑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눈앞에 펼쳐져 있는 멋진 공원은 이날의 마무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었어. 처음 와보는 곳에서 이런 멋진 추억을 쌓게 해 주었으니까. 정말 잘 찾아왔지. 아마 다음에 또 오지 않을까. 호수공원 옆에 캠핑장도 있어서 다음번에 꼭 예약해서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람 꼭 다시 와보자. 아빠가 예약 성공해 볼게.


집에 와서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삼계탕을 실컷 먹고 내일 뭐 할지 이야기하는데 시아 표정이 안 좋았어. 시아가 그렇게 이야기하던 하얀색 드레스를 안 가져왔거든. 시아가 엄마한테 직접 전화해서 내일 꼭 가져달라고 했는데 엄마도


"할머니 생신인데 네가 그 드레스를 왜 입어. 그리고 더워서 안돼."


역시나 아빠랑 생각이 같았어. 하지만 시아는 아니었지. 혼자 방안에 들어가 울고, 시무룩한 표정 또 짓고. 잘 때까지도 투덜투덜.


"사서 한 번밖에 안 입을 거면 왜 샀어."


울먹이며 이야기하는 시아에게 아빠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어.


"시아야, 다음번에 예쁜 카페 가서 하얀 드레스 입고 사진 찍으러 가자. 그리고 시아 생일 때 더 예쁜 드레스 사줄게. 이번엔 할머니 생신이니까 가져온 옷 입자."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질 않았지.


"그걸 어떻게 믿어."


못 믿어하는 시아에게


"아빠 못 믿어?"


고개만 끄덕이는 시아를 꼭 껴안아 주었지. 시아야 아빠가 꼭  약속 지킬게.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친 우리. 새벽에 일어나 불을 켜보니 모기가 4마리나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어. 다 잡아보니 붉은 피가 가득. 시아의 피를 얼마나 많이 빨아먹었던지 얼굴이며 팔다리에 모기가 문 흔적들이 가득했어. 모기들한테 너무 화가 났고 시아가 너무 안쓰러웠어. 이쁜 얼굴에 혹을 만들어 놓고, 팔다리에 벌건 표시를 해놨으니. 아휴. 하루종일 엄청 가려울 텐데.


맛있는 아침을 먹고 아빠는 엄마를 데리러 갔어. 시아가 따라갈 줄 알았는데 집에 있는다고. 할머니가 맛있는 것을 계속 주니 시아도 나오기 싫었던 거 같아. 엄마 데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 시아는 이미 초코빵이랑 옥수수를 먹었다고. 밥도 한 그릇 다 먹었는데. 멋진 울시아. 잘 먹어서 너무 이뻐.

할머니 집에만 오면 식욕 폭발.


다같이 멋진 한정식 집에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어. 근데 이곳에 조금한 식물원도 꾸며 놓은 거야. 밖에보다 시원하고 나무들도 많고, 테이블도 있고. 기다리는 시간도 그곳에 있으니 금방 갔어. 큰 나무의자 그네도 타고, 가운데 조금한 호수에 금붕어도 보고. 기다리는 시간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한 상가득 나온 음식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어. 특히 할머니가  잘 드셨지. 정말 다행이었지. 그리고 시아도 잘 먹었고. 금세 빈접시가 많아지고, 배가 불러왔어. 특히 다 먹고 커피도 공짜로 주니 좋았지. 아이들을 위해 매실음료도 있었어. 시아가 좋아하는. 다같이 커피 한잔씩 들고 또 식물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시아는 매실음료를 마시고. 기분 좋은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지. 오랜만에 할머니가 많이 웃으셨어. 항상 몸이 아프다고 하셨는데 그날은 정말 웃는 시간이 많았어.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어.


집에 와서는 케이크에 초를 꽂고 불을 붙이고 생신 축하 노래 부르고 시아와 할머니가 같이 불을 껐어. 나란히 후 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더라. 아빠는 시아도 웃는 모습이 제일 보기 좋고, 할머니도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어. 웃는게 건강에도 좋고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니까.


항상 시아가 건강하고 웃으며 밝은 아이로 컸으면 하는게 엄마, 아빠의 바람이야. 가끔 혼나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지만 아빠는 그 모습도 사랑스러워. 시아가 잘못을 깨닫고 다음부터는 안 하면 되는 거니까. 그게 엄마, 아빠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 항상 행복하게 지내자.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 모두 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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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몰래 가져온 드레스를 입은 시아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너무 좋아하던 그 모습. 아빠, 엄마가 안된다고 하지만 다 해주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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