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다쳤을 때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을 하다 보면 종종 다치곤 한다. f&b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 가는 이야기겠지만, 샌드위치를 포장하다가 유산지에 손이 베이기도 하고, 좁은 공간에서 일을 하다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문에 찧여 멍이 들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서서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리가 붓는 건 기본이다. 무거운 짐을 들다 허리가 삐끗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매장 직원들은 영양제를 챙겨 먹는 시간을 갖는 편인데, 다 함께 몸을 생각하며 영양제를 복용하곤 한다. 그리고 틈틈이 함께 운동도 한다.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이지만.
그러던 어느 날, 샌드위치가 부족해 긴 바게트 빵을 잘라 몇 개를 더 만들려다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빵이 잘 썰리지 않아 힘을 주다가 빵이 썰리던 순간 그만 내 손가락까지 칼날이 닿은 것이다. 반동으로 꽤 센 힘이 들어갔기에 한 동안 피가 멈추지 않았다. 아마도 0.5~0.7mm 정도의 깊이로 칼이 손가락 살로 들어간 듯하다. 평소에 다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임을 직감했다. 20분 정도가 지나도 피가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장이 뛸 때와 함께 피가 나왔다. 이렇게 피가 흐르는 광경은 오랜만이었다. 꽤 깊이 파였던 것 같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은 내 주위로 몰려 지혈을 도와줬다. 묵묵히 내가 하던 빵을 가져가 잘라주기도 하고, 약국에 가서 비상약들을 사 오기도 했다. 역시 우리 동료들의 팀워크는 최고다. 누군가 한 명 실수를 하거나 다치면 오리 떼들 마냥 몰려들어 묵묵히 일을 해결하기 한다. 참으로 고마운 동료들이다. 손끝은 얼얼했지만, 마음은 따뜻해졌다.
그런데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잠시, 서러움이 밀려왔다. '샌드위치 몇 개를 더 만들려다가 나의 손가락이 다치다니.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굳이 왜 그랬을까? 굳이..' 꼭 누군가가 알아줘야지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다치면서까지 무언가를 무리해서 하고 싶지는 않다. 다행히 손가락 옆면에 칼이 닿았길래 깊이가 얕았지, 지문 쪽을 향했더라면 아마도 더 깊이 상처가 났을 것이다. 내 손에게 많이 미안했다. 가뜩이나 안 하던 일을 시작해서 가만히 있어도 손가락이 시린 요즘인데, 칼로 베이는 고통까지 함께 주다니. 내 손에게 미안함이 들었다.
더욱이 서러웠던 것은 피가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을 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밴드로 급하게 지혈을 한 손으로 샌드위치를 자르고, 커피를 만들고.. 내 손끝의 상태와는 무관하게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했다. 한 손님은 나에게 손은 괜찮냐고 물었다. 다치는 순간 악! 거리던 모습을 보신 모양이다. 아파하는 모습을 들켜 조금 민망했지만 위로의 말이 또 감사했다.
내가 일하는 매장에서는 채칼을 사용하다 한 번쯤은 다들 손이 베었다고 한다. 어떤 분은 심하게 다쳐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고도 하는데, 내가 다친 건 준수한 편이라고.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다들 다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힘들게 일하는 것도 서러운데 다치면 서러움이 두 배는 더 커질 테니까. 일하다가는 다치치 마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