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나 손님이나
내가 일하고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상당히 많다. 특히 나와 함께 일하는 분들은 조금씩 빈틈이 있어 더욱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종종 일을 하다 웃음이 터지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신기하게도 이곳에서는 나의 어리바리함이 더욱 발현된다. 신기한 사실은 나와 직원들 외에 손님들도 빈틈이 많다는 것이다. 몇 가지 빈틈 에피소드를 적어보고자 한다.
직원들의 빈틈 (특히 나의 지분이 가장 많음)
빈틈 1. 유니폼 거꾸로 입고 출근하기
나는 출근 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유니폼을 입고 출근을 한다. 우리의 하복 유니폼은 하얀 티셔츠에 뒷면만 크게 브랜드 로고가 박혀있는데, 하루는 출근하다 문득 비친 거울을 보고 혼자 '풋'하고 웃음이 나왔다. 유니폼을 거꾸로 입고 출근하던 것이다. 다행히도 오픈시간 전에 알아차려 원래대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지만, 나의 어리바리함에 함께 일하던 직원들은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빈틈 2. 토마토 대신 방울토마토
매니저님이 쉬는 날엔 내가 전반적인 업무를 도맡아 하는데, 그중에 재료 발주 업무가 있다. 아직은 서툴기에 안경까지 써가며 나름 차분히 주문을 했다. 다음 날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 걱정 없이 출근을 했는데 매니저님께서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어? 방울토마토 주문한 애다.' 나는 '네?' 그게 뭐예요? 라며 물었고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 한참을 생각했다. 알고 보니 내가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재료인 큰 토마토 대신 방울토마토를 주문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다른 메뉴에 방울토마토가 필요했지만, 빈틈 있는 실수 덕에 도착한 식재료를 보며 다들 웃었다고 한다.
빈틈 3. 초미니 행주
이번에도 발주 실수이야기이다. 하얀 행주가 필요해서 주문을 했다. 송월타월 브랜드였고 얼핏 후기가 좋길래 고민 없이 주문을 한 것이다. 그런데 손바닥만 한 크기의 행주가 도착했다. 이런 작은 크기의 행주가 있는지 난생처음 알았다. 다행히 못쓰는 건 아니어서 쓰고는 있지만 한번 닦을 것을 3-4번 닦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다음부터 주문할 때에는 사이즈를 잘 보고 주문해야지.
빈틈 3-1. 미니 행주
초미니 행주를 주문 후 또다시 행주를 주문해야 할 일이 생겼다. 이번에는 실수 없이 주문을 하겠다며 기존 행주를 자로 사이즈까지 쟀다. 물론 상세페이지도 확인하고. 그런데 정작 도착한 행주는 또 사이즈가 작은 것이다. 지난번 행주가 초미니였다면, 이번에는 미니 행주가 왔다고 했다. 동료들은 이 정도면 내가 본인들을 가스라이팅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작은 행주에 길들이는 거라며. 또다시 나는 행주로 웃음을 주었다.
빈틈 4. 볼펜 찾는 두더지
주문을 받을 때 진동벨과 주문사항을 표시하기 위해 펜이 필요하다. 나는 친구에게 선물 받은 예쁜 펜을 매장에서 썼는데 어느 순간 나의 펜이 안 보이는 것이 아닌가. 정신없이 주문을 받다 어딘가 떨어진 게 분명했다. 얼핏 떨어지는 소리는 듣지 못한 것 같아 쓰레기통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는 장갑을 끼고 75리터 크기의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우리 쓰레기통에는 커피찌꺼기와 빵 부스러기 정도의 것들만 담겨있어서 많이 더럽지는 않았다. 두더지처럼 두 개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모습을 보자 매니저님께서는 '저 친구는 또 왜 저러고 있어'라며 웃었다. 나도 나의 모습이 어이없어 보였지만 이대로 펜을 보낼 수는 없었다. 나의 노력이 가상했던 탓인지 결국 나는 펜을 찾았다. 그 순간 얼마나 기쁘던지. 다음부터는 잊어버려도 되는 펜만 가져가야지.
손님들의 빈틈
빈틈 1. 티라미수 한잔
우리 가게에서는 샌드위치 외에도 커피 음료와 간단한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다. 티라미수도 우리 디저트 중 하나인데 어느 날 커피를 주문하던 손님이 말했다. '티라미수 한잔'이랑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빈틈 2. 진동벨 대신 휴대폰
주문을 하고 나면 손님들께 진동벨을 전달드리는데, 샌드위치와 음료 픽업을 가져오는 중년의 남자 손님이 진동벨 대신 본인의 휴대폰을 내게 건넸다. 나는 '고객님 저희 진동벨은 저기..'라고 이야기하자 머쓱해하시며 한참을 웃으셨다.
빈틈 3.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중년의 여성 손님 에피소드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 간단한 이야기는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라고 주문하시며 '어머!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래'라고 말하신 손님. 그 빈틈이 귀여워서 나도 한참을 웃었다.
빈틈 4. 차액은 100원
종종 선결제를 먼저 하고 가시는 손님들이 있다. 먼저 결제를 하고 2주 안에 오셔서 그 금액 상당의 빵과 음료를 가져가신다는 손님. 그 손님은 2주 안에 오셔서 먼저 계산한 금액에 빵을 맞추셨는데 100원이 더 나온 것 아닌가. 마음 같아선 100원은 서비스로 덜 받고 싶었지만 난 직원이기에 명확하게 이야기를 했다. '차액이 100원이 있는데요' 그러자 손님은 '아 그건 안 주셔도 되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이어서 '저한테 100원을 더 주셔야 돼요...' 그러자 손님과 함께 온 지인분은 모두 웃으며 '우리가 드려야 된 데잖아. 제가 드릴게요. 저 친구 왜 저럴까요?'라며 이야기했고 모두가 한동안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빈틈은 종종 각박한 일상에 웃음을 준다. 빈틈 있는 사람들이 내 눈에는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앞으로 이곳에서 일을 하며 또 어떠한 빈틈을 이 생겨날지 기대가 된다. 빈틈 있는 사람들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