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위에 남겨진 말들
숲의 새들에겐 저마다 힘든 시간이 있었다.
어떤 이는 해가 지는 저녁을, 또 어떤 이는 고요한 밤을 가장 버거워했지만,
푸른 심장을 가진 까마귀에게 가장 무거운 시간은 아침이었다.
해가 아직 나뭇잎 끝에 맺히기도 전, 까마귀는 가장 먼저 날개를 펼쳤다. 깃털도 고르지 못한 채 둥지를 나서 아이 새들의 먹이를 준비하고 부드러운 이슬과 햇살을 조심스레 모아 왔다.
아이 새들은 부리를 비비며 투덜거렸다.
“다른 둥지 친구들은 더 늦게 일어난대요...”
그래도 이른 바람에 눈을 뜨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엄마 아빠 새가 날아야 하는 걸 아이들은 알고 있었으니까. 그 아이들이 눈을 비비고 자리에서 일어날 즈음, 그제서야 그의 짝, 회색 깃털의 까마귀가 나타났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느릿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나뭇가지를 넘어왔다.
“으음… 피곤하네.”
그는 늘 그렇게, 물안개처럼 퍼지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다.
까마귀는 오래전부터 말해 왔다.
“아이들을 먼저 씻기고, 먹이고, 날 준비를 도와줘.”
하지만 그 말은 나뭇가지 사이로 흘러가버렸고, 그는 언제나처럼 비워진 열매껍질을 천천히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난 이런 걸 손으로 하나하나 정리하는 게 좋아.”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까마귀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아이들은 아직 깃털도 다 펴지 못한 채 출발 시간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식탁 위에는 꼭 무엇인가 하나쯤 남겨졌고, 둥지 주변은 여기저기 정리되지 않은 채
아침 햇살 속에서 어수선하게 흔들렸다.
그러다 보면 결국, 아이들을 부르고, 닦이고, 입히고, 재촉하고—그 모든 일은 까마귀의 몫이 되었다.
“너희는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까마귀의 목소리가 깃털 사이를 뚫고 날아가면, 아이 새들의 눈빛이 순간 얼어붙었다. 그리고 까마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나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걸까?”
그의 짝은 말하곤 했다.
“애들이 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아.”
까마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이들은 원래 그렇게 크는 거야. 때로는 내 말도 안 듣지. 하지만, 그 말이 힘을 가지려면, 오랫동안 함께 있어야 해. 말은, 시간에서 자라나는 거니까.”
그는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 공백은 아이들 눈에, 행동에, 반응에 자국처럼 남아 있었다. 아이들은 날개를 퍼덕이며 둥지를 떠나기 전, 까마귀에게 말하듯 작게 중얼거렸다.
“죄송해요, 엄마…”
그 말은 까마귀의 심장을 조용히 울렸다.
그토록 바쁜 아침 속에서도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을 안다는 듯했다.
그렇게 숲의 아침은 또 하루, 조용하고 무겁게 푸른 심장을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