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문을 두드린 날
푸른 심장을 가진 까마귀는, 그날 이후 가끔 멈췄다.
하늘을 날다가도,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숨을 몰아쉬는 날이 많아졌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은 늘어갔다.
생각은 생각을 물고, 후회는 과거를 반복했고,
작은 날갯짓 하나에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심장은 뛰었지만, 너무 조용하게.
“이러다 언젠가는 떨어지겠지.”
까마귀는 그렇게 생각하며 매일을 넘겼다.
그러던 어느 흐릿한 아침, 숲의 아주 깊은 곳에 있다는 ‘하얀 진료소’ 이야기를 들었다.
“그곳은 숲의 숨소리를 치료해 준대.”
“잠이 오는 마법이 있다더라.”
반신반의하며 진료소 문을 열었을 때, 작은 종이 세 장이 까마귀에게 건네졌다.
"이걸 먼저 작성해주세요."
까마귀는 묻지 않았다. 그냥, 적당히 체크하고는 털썩, 의자에 앉았다.
‘모르는 새에게 내 이야기를 한다고 뭐가 바뀔까.’
"무엇이 힘들어서 찾아오셨나요?"
그 질문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기대보다 따뜻했다.
까마귀는 말보다 먼저 눈물이 고였다.
"내 안에 있던 슬픔이, 어떤 순간을 기점으로 쏟아져 나온 것 같아요."
진료소의 부엉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울이라는 건 종종 조용한 불이에요. 살짝만 스치면 튀어나와요. 하지만, 다행히 꺼트릴 수 있습니다."
까마귀는 물었다.
"근데요… 생각이 바뀌지 않는데, 태도가 바뀔 수 있나요?"
부엉이는 웃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확신하듯 말했다.
"생각도, 바뀝니다."
까마귀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머릿속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니까.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될 것도 알았다.
진료소에서 건네준 건 세 가지 마법약.
푸른빛이 감도는 풀잎 한 조각, 은빛 가루가 깃든 조개껍질, 그리고 아주 작고 반투명한 결정.
까마귀는 그걸 부리에 물고, 별이 내려앉은 나뭇가지 위로 돌아왔다.
그날 밤—
까마귀는 처음으로 잠의 문이 스르르 열리는 걸 느꼈다.
소리 없이,
천천히,
심장이 잠드는 소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