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심장을 가진 까마귀
언젠가부터였는지, 까마귀는 날개짓이 무거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엔 바람 탓이라 여겼다.
두 번째는 먹구름.
세 번째는 이 세상의 무게.
까마귀는 푸른 심장을 달고 태어났다.
다른 까마귀들과는 다른, 맑고 투명한 심장.
처음엔 그 심장이 자랑이었다.
빛이 날 때면 온 세상이 찬란하게 반사되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심장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다가 갑자기 툭—하고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게 뭐지?"
까마귀는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위로 더 높이 올라가 보려 했지만,
숨이 가빠왔고, 점점 고도를 잃었다.
그 무렵, 숲의 부엉이는 말해주었다.
"너의 심장은 이제 오래 버틸 수 없어. 새 심장을 찾아야 해."
까마귀는 떠났고, 바다를 건너 새로운 심장을 구했다.
하지만 대가는 컸다.
그 심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매일 붉은 알약과 하얀 가루를 삼켜야 했고,
때론 눈앞이 흐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쪽 눈에 구름이 깃들었다.
그 구름은 이따금 번개처럼 아팠고, 비처럼 흘러내렸다.
"평생 이걸 안고 살아야 해."
치료사 올빼미가 말했을 때, 까마귀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가까이 날던 흰 참새 한 마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바람도, 짹짹이도, 그 따뜻한 온기도 사라졌다.
"언제부터였을까…"
까마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세상이 이렇게 무거워졌다는 걸 알게 된 건."
푸른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지만, 박동이 다르게 들렸다.
툭—툭—툭—, 마치 무언가 말하려는 듯.
그날 이후, 까마귀는 점점 변해갔다.
숲의 작은 새들에게는 온화한 눈빛을 보이다가도,
자신의 둥지 안에서는 작은 실수에 날개를 치며 소리를 높였다.
마른 가지에 앉아 볼펜 대신 단단한 열매를 부리로 집어던지기도 했다.
그조차도 무너질 듯 무서웠다.
"나도 이제 미쳐가는 걸까."
까마귀는 그렇게 자신을 의심했다.
하지만 어느 밤, 까마귀는 나뭇잎에 앉아 바람에게 들었다.
"나는 후회를 하지 않아. 그때의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믿기 때문이야."
그 말이 마음속에 가라앉아, 작게 물결쳤다.
이후로 까마귀는 무너질 때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물었고, 답을 찾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믿었던 다른 새는 달랐다.
"네가 선택한 거잖아."
그 말 한마디에 까마귀는 깨달았다.
그는 끝까지, 책임이라는 가지에 앉을 생각이 없었다는 걸.
푸른 심장은, 그날 또다시 금이 갔다.
까마귀는 밤이면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어둠이 밀려왔고,
눈을 뜨면 또 다른 어둠이 천장처럼 내려앉았다.
아이 새들의 작은 발가락을 꼭 쥐고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모든 마음을 어디에 내놓을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숲의 구석에 조용한 굴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몇 번을 날다 멈추고, 굴 앞에서 되돌기도 했지만,
결국 까마귀는 용기를 내어 굴로 들어갔다.
그 안은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그저
"괜찮아, 말해도 돼"
그날 밤, 까마귀는 오랜만에 눈을 감고,
잠시, 아주 잠시, 날개를 내렸다.